사업계획서 제출 26일인데 혁신안 놓고 분분
혁신사업 이끌 총장 부재, 서열2‧3위도 사퇴
학부모들 단체 결성해 비판, 정상화 의지 밝혀

조선대가 2019년 청년TLO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조선대 전경.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교육부에 사업계획서 제출 시일을 코앞에 두고,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조선대학교가 혁신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 2라운드에 돌입했지만, 조선대는 ‘총장 부재’ 및 ‘구성원 갈등’으로 또다시 낙제점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들은 26일 사업계획서 제출, 다음 달 대면평가 및 선정평가, 5월 지원대상 확정 등 숨 가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된 조선대는 사업계획서에 특성화 전략 및 정원감축 권고 이행계획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를 담은 학사구조개편 혁신안을 마련했으나, 내부 구성원의 반발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선대는 혁신지원사업을 진두지휘할 수장이 부재한 상태다. 지난해 이어 최근 총장이 두 번 연속 직위해제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혁신안을 둘러싼 혼란으로 서열 2~3위인 부총장과 기획조정실장이 동반 사퇴했다. 현재 서열 4위인 교무처장이 총장 직무대리를 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혁신지원사업에서 역량강화대학들은 총 296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호남ㆍ제주권 내 7개 역량강화대학 중 3개 대학만이 선정돼 지원받을 수 있다. 결과는 5월 중 드러난다.
 
지난달 26일 조선대는 혁신위원회를 꾸려 17개 단과대를 13개로 통폐합하는 혁신안을 마련했다. 혁신안은 기존의 단과대를 글로벌인문대학과, 법사회대학, 공공보건안전대학, 미술체육대로 통합‧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제출할 사업계획서에 혁신안이 포함돼 있다. 학교법인조선대 이사회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마련된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이 차질 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구성원들이 혁신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교수평의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안”이라며 혁신안 전면거부를 선언했다. 통폐합 대상이 되는 일부 학과 학생들은 반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혁신안을 이끌었던 기획조정실장이 사퇴했고, 혁신위원 일부도 빠졌다. 

총장 공석 및 학내 혼란으로 이번 평가결과에서 또 낙제점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조선대 안팎으로 커지자 학부모 100여 명이 ‘조선대학부모협의회’를 결성해 학내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대학 문제로 학부모들이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학부모협의회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대는 자율개선대학에 진입하지 못하고 위기에 처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이 자리싸움과 사리사욕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는 지역민과 학생·학부모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줘서는 안 되고 교수와 직원이 아닌 학생을 위한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학생·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되고 학생을 위한 장학금 조성과 발전 기금조성 등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수평의원회 측은 밥그릇 싸움이란 지적에 “혁신안에 중장기 발전계획이 부실하다. 특성화 부분을 적립한 후 학사구조개편을 해야 하는데 이를 도외시한 채 정원 감축에만 골몰했다”며 “평의회에서 중장기 계획을 제시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비난했다. 

다만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구성원들도 내부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고영엽 교수평의회 의장은 “현재 무슨 이야기를 해도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사업계획서 제출 이후에 하겠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조선대는 오랫동안 총장 직선을 둘러싼 이해관계로 번번이 개혁에 실패했다. 2017년 임시이사 체제가 출발한 뒤 조선대가 혁신위를 꾸린 것은 처음이며, 혁신안을 마련한 것도 최초다. 

조선대 관계자는 “현재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과정이다. 리더도 없고, 크고 작은 대립도 있다”면서도 “혁신위 구성에 대해 모두가 합의했고, 구조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안을 만들기 위해 공청회 및 학생설명회 등을 열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위기 상황이지만, 지금이야말로 혁신의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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