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진학 포기자 ‘101명’…‘의대행’ 추정
수시 추가합격 이후로도 포기 사례 '속출’
대입 제한 '예외' KAIST·경찰대학·해외대 등 '유력'
추가합격 시 특정 고교유형 선호? 오해 불과
최초합격-최종등록 간 고교유형별 비중 '비슷'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가 처음으로 등록자 기반의 입시 결과를 발표했다. 수요자와 고교 현장에 보다 정확한 대입정보를 알리겠다는 배려의 일환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서울대학교가 등록자 기반의 ‘입시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서울대는 3월 1일 최종 등록자 기준이라며 ‘2019학년 신입학 선발 결과’를 공개한다고 22일 밝혔다. 

서울대가 실제 등록을 마친 학생들을 토대로 한 입시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원실에서 개별적으로 요구한 자료 등을 통해 추산하는 것 외에는 등록자 기반 입시결과를 알 방법이 없었다. 물론 서울대는 기존에도 수시모집·정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할 때마다 △고교유형 △출신지역별 △실적 배출 고교 현황 등의 입시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초합격’ 기준이었다. 

발표된 등록자 기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는 수시에서 2422명, 정시에서 910명이 최종 등록해 총 3332명을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대가 최초 선발하고자 했던 3364명에 비해 32명이 부족한 수치다. 당초 서울대는 수시에서 2662명, 정시에서 702명 등 총 3364명을 선발하려고 했다.

서울대가 계획한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은 ‘지균’으로 불리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이탈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본래 서울대가 계획한 지균 모집인원은 756명. 수시 최초합격자 발표 당시 선발한 인원은 612명으로 144명이 적었다. 대규모 ‘구멍’이 발생한 셈이다. 반면, 여타 수시전형인 일반전형은 계획보다 5명 많은 1747명의 최초 합격자가 나왔고,  기균Ⅰ(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은 계획한 164명을 모두 선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독 지균에서 계획한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은 2019학년 수능이 상당히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인원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 서울대는 지균 지원자에게 2등급 3개 이상의 수능최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가 유달리 어렵게 출제되고, 절대평가 체제인 영어의 등급 비율이 전년 대비 줄어들면서 수능최저를 충족하는 수험생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문제는 이후로도 ‘이탈 러시’가 계속됐다는 데 있다. 지균 최종 등록자는 최초합격자 612명보다 더 적은 557명에 그쳤다. '구멍'의 크기가 144명에서 199명으로 한층 더 커진 셈이다. 이는 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 등을 거치면서 또는 그 이후에도 추가적인 이동이 발생했음을 짐작케 만드는 대목이다. 최초합격 당시에는 지균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 수가 519개교나 됐지만, 최종 등록에서는 487개교로 줄어든 것도 이처럼 이탈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최초 계획한 모집인원을 전부 채우지 못한 것은 다른 수시모집 전형도 마찬가지다. 1747명이 최초합격한 일반전형에서 등록을 마친 인원은 1707명에 그친다. 기균Ⅰ도 164명이 최초합격했지만, 최종 등록자는 158명이었다. 

이처럼 최초합격의 기쁨을 안았지만, 서울대 진학을 포기한 인원은 101명에 달한다. 전체 인원을 합산하면 최초합격자 3432명, 최종등록자 3332명이기에 100명으로 여길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시 최초 합격자는 2523명에서 2422명으로 101명이 줄었는데, 정시 일반전형에서 최초합격자 902명보다 1명이 더 많은 903명이 등록한 탓에 전체 현황이 100명으로 보이는 것뿐이다. 

진학포기 사례는 주로 수시모집에 합격한 재학생으로부터 나왔다. 수시시에 합격한 2254명의 재학생 중 2172명만 등록을 마쳤다. 반면, 재수험을 통해 서울대에 입성한 재수생이나 삼수이상 수험생들은 큰 변동이 없었다. 

조기졸업자 중에서도 진학포기자가 상당수 나왔다. 수시에서 합격한 117명의 조기졸업자 중 등록을 마친 것은 100명, 17명이 서울대 진학을 포기한 것이다. 통상 조기졸업자가 과학고(과고)에서 주로 나온다는 점을 보면,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유출현상이 일부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전체 101명의 진학 포기자들이 선택했을 것으로 유력시 되는 곳은 ‘의대’다. 최근 취업난과 전문직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의대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는 형국. 서울대 이상으로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서울대를 포기하고 의대 진학을 결정한 인원들이 상당수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의대 뿐만 아니라 치대·한의대 등 의학계열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다. 

물론 모든 서울대 진학포기자가 의대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못지않은 선호도를 보이는 KAIST나 포스텍 등의 과기특성화대학, 특정 직업군을 양성하는 경찰대학 등도 서울대를 버리고 택할 수 있는 곳이다. 의대와 별다른 연관이 없는 인문계열의 경우 서울대 내에서 선호도 낮은 모집단위와 고려대·연세대 등의 선호도 높은 모집단위를 중복합격한 경우라면 고민해 봄직하다. 서울대에 입학할만한 학업역량을 지닌 학생이라면 해외대학과 중복합격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재수험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현재 대입에서는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는 ‘수시이월’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서울대도 수시이월을 실시해 684명이던 정시 일반전형 최초 모집인원을 901명으로 최종 확정해 정시모집을 진행했다. 이를 거꾸로 추산해 보면 수시 추가합격을 실시했음에도 서울대에서 217명의 ‘결원’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시 최초 모집인원과 최종등록자의 차이는 240명으로 당초 수시이월을 통해 나타난 결원보다 많다. 이는 수시 추가합격이 끝난 이후에도 이탈자들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현행 대입에서는 수시 합격자의 정시 지원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23명의 추가 이탈이 발생한 것은 결국 예외 사항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들 인원은 합격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 가능하며, 수시 6회, 정시 3회 등 원서접수 기회 제한과도 관계가 없는 KAIST 등의 과학기술원이나 경찰대학, 해외대학 등이나 재수험을 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계에서는 갑작스런 이번 서울대의 발표가 ‘오해 불식’과 관계가 깊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대 외부에서 최초합격 외 추가합격 등을 통해 특정 고교 유형을 주로 선발한다던지, 최초합격과 최종등록에는 큰 간극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 제기가 간혹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자료 공개로 인해 이러한 의혹들은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고교유형별 현황을 보면 최초합격과 최종등록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고에서 최초합격 대비 이탈자가 다소 발생한 편이었지만, 이는 과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고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일반고와 실질적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하는 자공고(자율형 공립고)에서는 등록자가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

다만, 서울대가 이번 발표를 단행하면서 내놓은 공식 입장은 수요자들을 배려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올해 처음 최종 등록자 기준 선발결과를 공개한다. 서울대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학부모·교사 등에게 보다 정확한 대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기존에 발표하고 있는 여러 자료들을 적극 활용해 달라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정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대학입학전형과 수시모집 안내,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교생활 가이드북 등 책자 형태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으며, 입학전형 안내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에 대한 동영상 자료도 있다. 입학본부에서 운영하는 웹진 아로리 활용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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