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중심’ 교육정책에만 치중…청년일자리 해결할 직업교육훈련 정책 필요
양질의 대학교육 제공 못하는 것, 문제…정책적 지원 통해 기업 인력수요 확대 유도할 것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노동시장과 교육시장 간의 미스매치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나영선 원장은 청년층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하기 보다는 이중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노동시장과 교육시장 간의 미스매치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나영선 원장은 청년층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하기 보다는 이중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은 지난 1997년 국민의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직능원이 설립될 때부터 함께해 온 원년멤버다. 직업능력개발연구본부장과 교육노동연계연구실장, 직업능력개발평가센터장 등을 차근차근 거치며 지난 2017년 직능원 원장에 선임됐다.

나영선 원장은 ‘네트워킹 활성화’를 연구의 큰 방향으로 제시하며 직업교육훈련 현장과 가장 근접한 지점에서 현장개선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위한 진로교육과 빠르게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전 국민의 인적자원개발과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교육계를 뜨겁게 달군 ‘대입제도 개편안’ 과정을 통해, ‘입시 위주의 사고’에서 우리나라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경험했다. ‘학문·연구’와 ‘직업교육’을 동등한 위치에서 정확하게 분화해 교육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변화가 더딘 것과는 달리, 세계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미래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나 원장은 지난달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직업교육 방향과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입에 올인’하고 있는 교육정책보다는, 앞으로의 세대를 위한 ‘직업교육’ ‘평생교육’ ‘후학습을 통한 대학·전문대학으로 이어지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생직업교육을 위한 ‘지렛대’를 만들기 위한 정책연구 추진을 강화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국내 직업훈련 최고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업훈련제도의 변화와 발전, 혁신을 사회경제적 맥락과 연계해 조명한다는 차원에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경제와 노동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국민소득, 대학진학률은 증가한 반면 기능공양성을 목표로 하는 직업훈련 수요는 격감했다. 이때 나는 새로운 제도와 정책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직업훈련 연구를 시작했다. ‘직업훈련’이라는 개념이 지금과 같은 ‘직업능력개발’로 확대된 것은 직업훈련사업이 1995년 고용보험의 직업능력개발사업으로 통폐합된 이후다. 직업훈련의 중심이 재직자향상훈련, 평생직업능력개발 지원으로 전환됐고,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직훈련과 재훈련, 훈련교사양성 사업 등이 포함됐으며 현재까지 변화를 거듭해온 것이다.”

- 앞으로도 ‘직업훈련’ ‘사회경제적’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직업능력개발 정책의 방향은.
“현재 인공지능(AI)과 디지털혁명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 플랫폼 노동자의 확산 등 산업과 일자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매우 빠른 상황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정책은 ‘기술개발’과 ‘직업교육훈련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직접적인 복지보다는 직업훈련, 재교육을 통해 인적자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사회적으로도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영선 직능원장
나영선 직능원장

- 우리 사회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노동시장과 교육시장 간의 미스매치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대졸자가 많다. 고학력 청년의 경우 원하는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졸자가 갈 만한 좋은 일자리는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대졸자가 주로 취업한다고 볼 수 있는 관리자와 전문가 종사자의 비중이 전체 일자리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40%대에 달하는데,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반면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니 미스매치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 흔히 요즘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탓이라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청년층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하기보다는 청년층이 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중소기업의 직무여건을 개선하고 직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중소기업 간 근로조건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중노동시장의 문제를 청년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중소기업이 많지 않은 우리 경제의 문제, 다시 말해 ‘허리가 약한 와인잔 경제’로 인해 소수의 대기업 일자리와 안정적인 공공부문 일자리를 둘러싸고 청년들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 청년 창업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청년들의 창업이 활발히 일어난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도전정신이나 기업가정신을 약하게 하는 사회안전망 부족 문제가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창업실패로부터 재기하기가 쉽지 않은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로의 취업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직능원의 역할이라면.
“최근 강조되고 있는 ‘포용국가’의 핵심 키워드인 인적자원개발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청년들의 인적자원개발 관련 모든 연구를 총체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것이다. 최근 청년 고용 사정이 악화된 배경의 하나로 고졸취업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점이 지적되고 있다. 효과적인 정책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실습이 충실히 운영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직능원이 수행하는 역할이다. 직업계 고교와 전문대학에서 기업의 요구에 부합하는, 현장지향적인 양질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 역시 직능원의 몫이다. 일반대 질 제고를 위한 연구 수행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문제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기업 인력수요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이 지난해 발표됐지만, 아직 세부 플랜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직능원에서도 관련 업무 추진에 차질이 있진 않나.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인력 양성 부처에서 세부 추진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범부처적인 정책 추진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도 ‘평생 직업교육전문위원회’를 신설해 평생 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의 지속적인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직능원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 혁신: 교육과정과 노동시장 이행’ ‘전문대학 연계 직업교육 위탁과정 지원 사업’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 사업 모니터링 및 성과평가 연구업’ 등 고등직업교육의 발전 방향과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평생교육이 되려면 ‘연계’가 핵심이다. 특히 중등-고등 간 연계가 더욱 필요해 보이는데, 아직 칸막이가 제거되지 않은 것 같다.
“중등-고등 직업교육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평생 직업교육연구본부에서는 올해에도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 사업 지원 연구’ ‘전문대학 연계 직업위탁과정 지원 사업’ ‘선취업 후학습 평생학습지원 체제 성과와 과제’ ‘직업계고 학점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지역 대학 연계형 모형)’ 등을 통해 연계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추진해 왔다. 다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중복 연구를 방지하기 위해 직능원은 고등직업교육만의 정책 연구보다는 ‘평생 직업교육훈련 관점에서 중등과 고등 직업교육의 연계, 미래의 고등직업교육 발전 방안’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에서 제시된 고등직업교육 관련 과제 모니터링을 위한 기본 연구에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의 연구진 참여 등 직능원과 연구소 간 협력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TIP]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올해 핵심 추진 연구과제는.

나영선 원장은 미래 직업능력개발 정책을 선도하고, 현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을 위해 앞으로도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사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나영선 원장은 미래 직업능력개발 정책을 선도하고, 현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을 위해 앞으로도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사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해마다 직업교육훈련과 직업능력개발 정책 선도를 위한 중점과제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에도 4개 중점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직업교육과 사회이동’ 연구다. 사회적 양극화, ‘수저론’ 등 사회계층의 고착화로 인한 사회이동 가능성의 감소, 사회적 역동성 상실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난 20년간 사회이동의 패턴을 분석하고 직업교육훈련이 사회이동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연구다.

‘평생직업교육훈련 모니터링 및 정책 성과평가 체계 구축’ 연구도 추진한다. 미래 직업교육훈련 정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평생직업교육훈련 정책 모니터링과 성과평가 모형을 개발하고, 참여 주체 간의 협력적 역할 모형과 정책 의사소통 거버넌스를 제시하는 연구다.

‘청년 자기 고용 직업 연구’도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진전으로 기존 직업과 일자리의 감소가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1인 창업·창직 등 자기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새로운 직업의 동향과 특성, 요구 역량 등을 분석하고 청년 자기고용 직업 활성화, 내실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다.

끝으로 ‘일생활균형 사회와 직업능력개발 혁신’ 연구다. 유연근무제, 시간선택제 등 일생활균형과 관련된 다양한 노동환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직업능력개발 혁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다.

직능원은 앞으로도 정부부처,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사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나영선 원장은 “미래 직업능력개발 정책을 선도함과 동시에 현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을 위한 정책연구 우수성 제고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정부부처,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해나감으로써 연구결과의 정책기여도도 제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나영선 원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박사를 취득했다. 1986년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 선임연구원을 시작으로 1992년부터 1997년까지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 교수로 재직했다. 199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설립 당시부터 직능원과 함께했다. 직업능력개발연구본부장, 교육노동연계연구실장, 부원장 등을 거쳐 2017년 직능원장에 선임됐다. 현재 한국대학평가원 대학평가인증위원회 위원이며, 교육부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육성지원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상훈으로 2006년 대통령표창, 2014년과 2017년 각각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표창,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표창 등이 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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