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퍼즈(김진이‧송슬기‧신선미‧임혜민)

왼쪽부터 김진이, 임혜민, 송슬기, 신선미씨. (사진=에이퍼즈 제공)
왼쪽부터 김진이, 임혜민, 송슬기, 신선미씨. (사진=에이퍼즈 제공)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에이퍼즈(A-Fuzz)’의 시작은 ‘좋아서’였다. 음악이 좋아서, 같이 연주를 하고 싶어서 모였던 것이 밴드 결성으로 이어졌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음악과 연주에 대한 애정이 5년차 퓨전재즈밴드를 만들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음악으로 사랑받는 밴드 에이퍼즈의 김진이(기타)‧송슬기(키보드)‧신선미(드럼)‧임혜민(베이스)씨를 만나봤다.

2015년 3월 첫 앨범을 발매한 이들은 같은 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K-루키즈’ 우수상, ‘스페이스 공감(EBS)’의 ‘2015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헬로루키 대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짜릿했어요. ‘연주음악인데도 대상을 받을 수 있구나’ 싶어서요. 보컬과 가사가 있는 곡은 대중들이 더 쉽게 접하지만 연주음악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연주자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일이죠.”(임혜민)

서울 홍대 근처에 마련된 에이퍼즈의 연습실을 찾았다. ‘A-FUZZ’라고 쓰인 네온사인이 눈에 띈다. ‘A-FUZZ’라는 이름으로 뭉치게 된 이유는 취미에 가까웠다. 김진이씨와 송슬기씨, 신선미씨는 한양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동문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임혜민씨는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다.

“2014년쯤 미국을 다녀오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합주를 했어요. 팀을 결성해서 뭔가를 해보려던 것은 아니었죠. 그러다보니 레퍼토리가 쌓였고, 슬기가 곡을 써오면 연주도 해보고 그랬어요. 그러다 우연히 다른 친구의 공연에 오르게 됐는데, 무대를 마치고 저희 사인을 받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앨범이 없어 다른 팀 앨범에 사인을 해서 드렸죠. 이때부터 ‘우리도 앨범을 준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바로 다음 달에 정말 앨범을 냈어요.”(김진이)

곡이 있고, 연주를 잘 하는 멤버가 있었다. 앨범을 못 만들 이유도 없었다. 막상 만들기로 마음을 먹자 방법이 보였다. 우선 멤버 셋의 모교인 한양여자대학교에서 녹음환경을 준비해줬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나가 앨범에 필요한 사진을 찍었다. ‘수작업’이었다. 앨범 준비 비용은 대회에서 돈을 벌어 마련했다.

“당시 한 대회에서 1등을 하면 100만원을 줬어요. 그래서 이 돈을 받으면 앨범 만드는데 쓰기로 결심하고 전에 했던 공연 수입 30만원을 투자해 대회를 준비했죠. ‘상금 못 받으면 망한다’고 하고 무작정 준비했어요. 그런데 정말 1등을 한 거예요. 힘들게 돈 모으며 앨범을 준비하는 게 재밌었어요. ‘이게 정말 되네’하면서 신나기도 했죠.”(신선미)

에이퍼즈의 음악은 다채롭다. 빠른 리듬에 신나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실연을 당했을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애처로운 선율을 자랑하는 곡도 있다. 이런 다양성은 에이퍼즈가 사랑받는 이유기도 하다.

“세 명이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음악취향이나 기반이 제각기 달랐어요. 학교에서 한 가지 스타일로 학생을 가르치는 게 아니기도 하고요. 그렇게 각자 개성이 달랐던 점이 오히려 저희의 색깔이 됐어요. 에이퍼즈의 음악이 다양해질 수 있었죠. 연주음악이긴 하지만 퓨전음악이기에 다양한 스타일을 접목시켜야 하는데, 이런 다양성이 우리만의 사운드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돼요.”(송슬기)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도 그 일을 계속 즐길 수 있으려면 책임감이 뒤따른다. 그래서인지 에이퍼즈 멤버들은 바쁘다. 밴드 연주자로서의 활동 외에도 밴드를 알리기 위한 보도자료 작성, SNS 계정 운영, 앨범 제작에 필요한 아트워크, 공연 일정 조율 등을 분담하고 있다. 기획사나 매니저가 따로 없기 때문. 또 각자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모교에서 ‘한양여대의 자랑’으로 불린다는 김진이씨와 송슬기씨는 실제로 한양여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뿐 아니라 발리, 중국 베이징 등에서 공연도 수차례 했고, 총 11개의 앨범을 냈다.

“짧은 시간 내에 곡을 많이 내긴 했죠. 올해도 앨범이 나올 것 같아요. 또 올해에는 중국 상하이 쪽으로 투어 공연을 갈 수도 있고요.”(송슬기)

“밴드가 잘 되면 거만해질 수도 있잖아요. 저희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임해요. 대부분 가사가 없어서 저희 노래를 노동요로 들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노동요로서 힘이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라이브 공연에서 만나, 즐겁게 공연 보시면 좋겠습니다.”(김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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