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니 대구가톨릭대 비서팀

안 가본 길을 가는 것은 약간의 용기와 약간의 위험부담을 가진다. 그러나 새로움이라는 신선함과 거기에서 나오는 결과에 따른 성취감이라는 선물은 놓칠 수 없는 유혹이다.

퇴근길, 귀소본능이 제일 활발히 움직일 때 어떻게든 빨리 집에 가기 위해 익숙하지만 자주 타지 않던 버스를 아무 생각 없이 탔다. 버스가 처음에는 아는 길로 가서 '오, 나의 탁월한 선택!'이라며 혼자 흡족해하고 창가를 보며 느긋하게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낯선 길로 꾸불꾸불 들어가는 것이다. '어이쿠,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제 내려서 아는 길로 나가 원래 타던 버스를 타야 하나 등 내적갈등이 한창이었다. 그러다 버스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며 몸이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고자 고개를 번쩍들었는데 창문 바깥이 보였다.

'우와!'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숨은 벚꽃명소라고 지칭해도 될 만큼 벚꽃의 물결이 끝없이 펼쳐졌다.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체감상 10분가량 길이 이어졌다. 후지TV 애니메이션 빨간머리 앤에서 앤이 처음 매튜 아저씨 집으로 가면서 지나가게 되는 숲길의 벚꽃 향연을 보며 '눈의 여왕님!'이라며 감탄하던 기분을 만끽했다.

갑자기 받은 선물에 잘못된 길로 왔다는 불안감, 그날 업무의 스트레스, 퇴근길 피곤함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벚꽃색 같은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처럼 버스는 선물을 휘리릭 던져주고 집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 무사히 집에 내려주었다.

취업을 최대 목표로 생각하는 요즘, 우리 대학에서는 취업과는 조금 멀어보이는 그리고 타 대학에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인성교육원이라는 하나의 부서가 있고, 거기에 더불어 사랑나눔봉사단을 두고 있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인성교육 체계를 통해 이뤄지는 나와 너, 우리에 대해 배려하는 교육을 통해 내면적 성장을 돕고 사랑과 봉사를 함양하도록 하고 있다.

1학년 입학 때부터 참인재캠프를 시행해 신입생들의 마음에 인성으로 가는 마음 열기의 마중물을 부어준다. 1학년 학기 중에는 임종체험, 장애체험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장애체험은 눈을 가린 채 걸어보고, 안내하고, 휠체어를 타보고, 밀어보고 등 실제 장애인들의 실생활을 체험함으로써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사회에서 어울림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임종체험에서는 실제 임종을 맞이하는 것처럼 삶을 돌아보고, 유언장을 쓰고. 관에도 들어가 보며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와 미래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

또한 2학년은 1박 2일 인성캠프를 필수로 실시해 인성 단련과 삶에서의 기본 마음가짐 교육을 받는다. 휴(HUE) 프로그램도 시행해 바쁜 학업에서 잠시 벗어나 삶의 중요한 가치와 행복의 비전을 탐색한다. 사회진출을 앞둔 3, 4학년을 대상으로는 사회진출에 필요한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을 위해 ‘사회진출길라잡이’라는 과목을 전공필수로 배운다. '졸업인증제의 32시간 이상 봉사활동' 기준을 둬 수업이 없는 날, 방과 후, 토요일 등을 이용해 사회복지기관에서 실제 봉사활동으로 마음 속 인성을 저축하고 돌아온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귀찮고 어쩌면 시간 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취업전선에 들어서면 기업에서는 본인의 회사에서 기존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성실한 사람을 원한다. 거기에 부합한 인성교육을 받은 우리 대학 학생들이 환영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
 
취업준비를 위해 토익공부, 자격증공부를 위한 시간도 모자라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빠른 길만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니다. 집으로 가는 길, 취업으로 가는 길이 조금, 아주 조금 늦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에 삶에서 잊혀지지 않을 감동의 풍경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고, 인성교육프로그램으로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실제 취업에서 인성에 대해 관대한 점수를 받아 취업에 성공할 수도 있다. 

남들이 다 하고 빠르다고 하는 길로 가면 불안감은 없고, 앞만 보고 굴곡 없는 길을 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삶에 대한 회의를 느낄지도 모른다. 진정한 삶의 기쁨, 삶의 내면적 풍요로움을 인성교육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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