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김현주 교수
김현주 교수

어린 시절 양화대교를 지나다 보면 멀리 쓰레기 산이 보였다. 양화대교를 제2한강교라고 부르던 시절이었으니 꽤 오래됐다. 1980년대 들어서 성산대교가 완공되고, 매일 아침 성산대교를 통해 등하교를 하면서 쓰레기 산을 가까이 보게 됐다. 어쩌다가 성산대교 근방에서 차를 내려서 걷게 되면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은 쓰레기 냄새가 진동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을 난지도라 불렀다. 그 이후 난지도는 쓰레기 매립장의 대명사가 됐고 쓰레기를 분류해서 살아가는 저소득층이 사는 곳으로 빈민가의 다른 명칭으로 회자됐다.

난지도는 한강의 하중도(河中島)로서 한문으로는 蘭芝島 라 쓴다. 난(蘭)과 지(芝)는 향기가 난다는 난초와 지초를 가리키는 말이다. 난초와 지초의 향기는 예로부터 좋은 향기로 인식된다. 난이 꽃을 피울 때면 향기가 10리 밖에서도 난다고 할 정도로 좋은 향이 난다.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 중 경조오부도(京兆五部圖)에는 난지도를 꽃이 피어있는 섬이라는 뜻으로 '중초도(中草島)'로 기록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지리서인 택리지에서는 난지도가 사람이 살기에 좋은 풍수조건을 가진 땅으로 기록돼 있다.

난(蘭)과 지(芝)의 향기가 은은히 풍겨야 할 땅에 쓰레기가 투입되기 시작됐고, 1977년 서울시는 그 땅에 제방을 쌓고 토지를 수용하면서 쓰레기 매립장으로 공식 선언했다. 1993년 쓰레기 매립을 중단할 때 까지 그곳은 쓰레기 악취가 진동하는 땅이 됐다. 아름다운 꽃과 풀이 자라서 향기를 내던 땅이 사람들의 욕심으로 쓰레기 산이 돼 오랜 기간 동안 악취를 내는 곳이 됐다. 사람에게 준 선물을 사람들이 파괴한 것이다.

대부분 저개발 국가 시절에는 이러한 쓰레기 산 혹은 쓰레기 마을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시대로 가면서 도심권에서 쓰레기 산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 산이 아주 사라졌을까?

경북 의성에 가면 쓰레기 산이 있다. 낙동강 지류에서 가까운 이곳은 수년 전부터 쓰레기 산이 생겼다고 한다. 쓰레기 산에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천 등이 아주 높이 쌓여 있다. 멀리서 보아도 족히 10m 정도는 될 것 같다. 이곳에서 낙동강 까지는 직선거리로 1㎞도 안 된다. 침출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을 것 같다. 전국적으로 쓰레기 산이 10여 곳이고 집계된 양만 120만 톤이라 한다. 얼마 전에는 필리핀에 불법으로 쓰레기를 수출하려다 되돌아오는 사태도 발생했다. 대부분의 쓰레기 산은 난지도와 같이 산 좋고 물 좋고 야생 동식물들이 뛰어노는 곳에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부서, 쓰레기 처리업체, 재활용 업체를 탓하기에는 너무 많은 쓰레기가 무관심 속에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대학을 중심으로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확산시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확산시킨다면 많은 국민들이 동참할 것이라 생각된다. 아주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제안한다. 신입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기념품 중에 텀블러를 포함시키면 어떨까? 대학에서 소비하는 일회용 컵과 용기만 줄여도 많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대학에 재활용 분리 수거통을 곳곳에 설치하고 분리수거에 대한 교육과 실천을 병행하자. 학생들이 분리 수거한 재활용품은 재활용 업체와 연계해 재활용 수거 비용을 장학금으로 환원하자.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는 것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여행할 때에 쓰레기 산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