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군사학부 교수
(해군발전자문위원)

조규택 교수
조규택 교수

일본은 우리 구축함이 북한 조난 어선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레이더를 가동한 것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꼼수와 처신을 보이고 있다.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의 이번 작전은 위험에 처한 어선을 탐색·구조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인도적인 임무였다. 우방국으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일본 당국은 이번 일을 정치·외교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불편함이나 위기극복용으로 끌어간다면 치졸하고 야비한 술책에 불과할 것이다.

1910년, 우리의 원흉(元兇)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대한의군 참모중장은 일본 측의 부당한 재판에도 불구하고 의연했고 꿋꿋했다. 안중근 장군은 뤼순 감옥에서 직접 작성한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의 화합과 공동의 노력으로 3국이 평화롭게 번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틈만 나면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노력과 달리 반대로 행동한다.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이 대명천지에서도 그들의 계속된 야욕과 치졸함을 우리는 지속적으로 겪고 있다.

일본은 1592년 임진년 4월에 우리나라를 침입했다. 7년간이나 전 국토를 유린하고 무고한 백성을 살해하거나 포로로 잡아갔다. 또한 100여 년 전 대한제국을 무단 식민지배하며 금수강산을 일본의 전쟁을 위한 수탈의 장소와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악용했다.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과 총알받이로 징집해 목숨을 잃게도 했다. 그들은 수백 년 전부터 우리에게 온갖 고통을 안겨주었다.

비록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분단됐지만, 더 이상 일본과 같은 주변국들의 흉측한 비양심적·비신사적인 책동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그들의 철저한 이중적 태도가 이번에도 가감 없이 드러났음을 우리는 명심하고 기억해야 한다. 일본인들의 이런 도발 근성을 우리는 365일 매 순간 잊지 않고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경계와 대비의 최전선이 바다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1597년 9월, 명량해전을 앞둔 충무공 이순신 제독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라며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전투 의지를 불살랐다.

우리 해군은 이런 이 충무공의 ‘필사즉생’의 유전인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절체절명의 전투의지를 갖춘 대한민국 해군은 조국의 산하와 우리 국민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단 한 순간도 경계 작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지금 해군은 더 대형화되고 첨단화된 구축함이나 전투함으로 더 큰 바다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다.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늘어난 외형적 전력을 운용할 승조원들의 수가 절대 부족함을 언급해야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인적 전력이 30년 이상 제자리인 것은 주변국인 중국 해군과 일본 해군의 크기와 성장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자율 속에 경쟁을 통한 최고의 결과를 도출하는 합리적인 시대가 됐다. 어렵던 시절 군인의 명예(名譽)에만 의존했던 시대를 더 이상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젊은이들의 사고가 매우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3면이 바다인 해양 국가이며, 현실적으로 거대한 해양 강국들과 바로 대치하고 있다. 지금은 우호적이지만, 그 강대국들이 언제 돌변하고 적대적인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다. 이번 일본의 기이한 처신을 보면서 우리 해군의 필승의 신념이 더욱 절실함을 느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서해나 동해, 그리고 제주 남쪽 이어도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해군의 전력을 더 크게 키워야 한다. 해군이 바다를 지켜야만 강토가 있고 나라와 국민이 생존하게 된다. 최전선인 바다를 굳건히 지키는 해군의 고충을 헤아려 전 국민적인 성원을 보내어서 비겁하게 도발하려는 주변국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징비(懲毖)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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