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융합'교육 확대되며 새로운 학문 탄생
'공동과정' 운영하는 해외대학 이름이 학과명으로

한국외대 학생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한국외대 영어대학 ELLT학과에서는 영어학적 지식을 공학적 사고와 융합한다.
한국외대 학생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한국외대 영어대학 ELLT학과에서는 영어학적 지식을 공학적 사고와 융합한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수학과’ ‘물리학과’…정형화돼 있던 대학 학과명이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대학에서 융합 교육에 나서며 여러 분야를 합친 학과가 늘고 있는 추세다. ‘애그로시스템’ ‘ELLT’ 등 학과명만으로는 전공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수험생들은 해당 학과 지원을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도움을 받아 생소한 학과명과 교육과정을 정리했다.

■ "2개 이상 모여라"…4차 산업혁명 대세는 ‘융합’ 교육 = 인천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는 Mechanics(기계공학)와 Electronics(전자공학)의 합성어로 전자공학에서 발전시킨 기술을 기계공학에 적용하는 새로운 학문이다. 메카트로닉스 분야는 산업이 자동화되기 위해 필요한 기계 분야에 컴퓨터를 이용한 전기전자 분야(자동화 생산시스템, 마이크로 머시닝, 지능형 로봇, 반도체/디스플레이, 지능형 설비, 인공지능, 자동차)를 융합한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학과에서는 향후 과학 기술의 초소형화, 복합 시스템화 및 디지털화하는 추세에 부합한 제품 개발과 공정 설계 및 생산 등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빠질 수 없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는 정보통신기술을 뜻한다. 숙명여대 ICT융합공학부의 ICT는 정보 기술(IT)과 통신 기술(CT)의 합성어다. 정보기기의 하드웨어 및 이들 기기의 운영과 정보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생산·가공·보존·전달·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의미한다. ICT융합학과는 사물인터넷·빅데이터·클라우드·모바일·인공지능(AI) 분야를 기반으로 정보, 통신, 전자 분야가 융합된 학문이다. 정보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로봇·자동차·조선·건설·교통 등 사회 및 산업 전 분야에 적용해 미래 지향적인 전문 기술인을 양성한다.

자칫 유행어 TMI(Too Much Information)로 착각하기 쉬운 ‘ITM’학과. 서울과학기술대에는 ITM전공이 있다. ITM은 Information Technology Management로 정보통신경영으로 해석할 수 있다. ITM전공은 IT 및 경영관련 분야로 구성된 융합교육과정이다. 영어 강의로 진행되며 IT에 대한 지식과 경영 마인드를 모두 갖춘 미래의 글로벌 IT리더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 전공은 영국의 노섬브리아대학교(Northumbria University)와 교육과정을 공유한다. 국내에서 정규 교육과정 수료 시 국내 학위와 영국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도 ‘요즘’ 시대 핫한 융합학과다. 유기(有機)는 탄소(C)가 들어간 물질을 말하며 유기소재의 적용 분야는 석유화학, 천연화합물, 합성유기소재, 전자재료(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체의약재료(바이오 신소재), 기능성 섬유재료, 고분자 신소재, 에너지 신소재 등이다. 파이버(Fiber)는 섬유를 총칭한다. 이 학과에서는 나노섬유, 스마트 섬유, 방탄섬유, 고기능성 섬유, 광섬유, 의류 및 산업용 섬유 등의 파이버 소재뿐만 아니라 비행기 또는 화성탐사선 등에 사용되는 우주 항공용 소재, 인공장기와 같은 의료용 소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센서와 같은 정보통신용 소재 분야를 공부한다. 또한 이 소재들을 가공해 제품화하는 공정 분야, 컬러 산업 분야 등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한다.

■ “BTS는 아는데 BT는 뭐지?”…이름만 봐서는 모를 ‘영어 약자’ 학과 = 영어 약자만으로 이뤄진 학과명도 있다. 한국외대 영어대학의 ELLT학과, LD학부의 LD전공은 영어 전공명의 약자가 학과명이 된 사례다. ELLT(English Linguistics & Language Technology) 학과에서는 영어학적 지식을 공학적 사고와 융합할 수 있다. LD(Language&Diplomacy)학부는 외국어와 외교 분야 교육으로 외교관, 국제기구 진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고 해당 학과 홈페이지는 소개하고 있다.

청주대 BT융합학부도 이름만 보면 생소하지만 알고 보면 ‘핫’한 유망학과다. BT는 Bio-Technology(바이오산업)의 준말이다. 바이오산업은 의약·화학·에너지·식품·농업·환경·화장품 등 전 분야에 걸쳐 생명공학기술과 신기술을 융합한다. 인류 건강 증진, 질병 예방·진단·치료 등에 필요한 물질과 서비스 같은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개념의 산업이다. 바이오산업의 기초 지식 및 응용 지식, 바이오산업 관련 기업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 개발, 생산 및 품질관리, 공급유통망 관리 능력을 겸비한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한다.

해외대학의 이름이 그대로 학과명으로 적용된 경우도 있다. 계명대 EMU경영학부의 EMU는 Eastern Michigan University의 준말이다. EMU경영학부는 1·2학년은 계명대 경영대학에서 수학하고 3·4학년은 미국 Eastern Michigan University 경영대학에서 수학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두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EMU경영학부로 입학해 1년간 공부한 후 2학년 진학 시 경영학, 경영정보학 그리고 회계학 전공 가운데 자신의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학과명을 보고 어떤 학문을 공부하는지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경우는 학과명이 이니셜으로만 구성돼 있는 경우다. 서울과학기술대 MSDE전공의 MSDE는 Manufacturing Systems and Design Engineering의 약자다. 생산시스템 및 설계공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 MSDE전공은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전기전자공학, Nano/MEMS, 광학, 산업공학의 융합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융합기술 엔지니어를 양성한다. 영국의 과학기술 명문대학인 노섬브리아대학교(Northumbria University)와 함께 운영하는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생산 시스템 및 설계공학(MSDE)의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 앙트러, 르꼬르… 알고 보면 ‘글로벌리더’ 키우는 학과 = 이름만 들어도 ‘고상함’이 흐르는 학과들은 알고 보면 해외대학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망학과인 경우가 많다.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전공에서 앙트러프러너십은 Entrepreneurship(기업가 정신)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앙트러프러너십전공은 창의성에 기반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한다. 재학 중 전공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해외 현장 교육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졸업시점에 영어와 중국어 혹은 일본어 구사능력이 최상급이 유지되도록 해 지역친화적 언어능력을 소유한 글로벌리더 양성을 목표로 한다.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외식경영전공도 마찬가지다. 르꼬르동블루외식경영전공은 세계 최고 수준 요리학교자 외식산업 교육기관인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eu)와의 협약에 의해 신설된 학부 교육과정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우수한 외식문화를 학습, 연구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외식산업 관련 이론을 배운다. 또한 현장 산업 실습을 중점으로 해 실무지식을 동시에 쌓을 수 있는 특화된 교육과정을 꾸렸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외식문화를 효율적으로 도입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외식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국제적 핵심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경상대의 애그로시스템공학부의 경우 애그로(Agro)는 농업(Agriculture)에서 나온 말로 애그로시스템은 농업과 관련된 응용학문 분야를 일컫는다. 애그로시스템공학부는 생물산업기계공학전공과 지역환경기반공학전공으로 이뤄진다. 생물산업기계공학전공에서는 공학적 지식과 기술을 생물산업 분야에 적용해 농업 및 생물자원의 생산성 향상, 부가가치 제고, 환경개선, 경제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지역환경기반공학전공은 농업 및 토목 관련 분야 전문가를 양성한다. 국토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지역의 생산·생활기반을 특성에 맞게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개발·관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이 외면 받는 시대에 ‘인문학’을 타 학문과 확장해 교육시스템을 구축한 파이데이아창의인재학과는 주목할 만하다. 부산외대 파이데이아창의인재학과의 파이데이아(παιδεία)는 ‘인문학’의 어원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다. 파이데이아창의인재학과는 문학·역사·철학이 종횡단하는 통합인문학을 확장해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국내트랙과 해외트랙으로 나뉘며 국내트랙은 국내에서 4년간 통합인문학 과정과 제2전공을 이수하게 된다. 해외트랙은 국내에서 2년간 통합인문학 과정 이수 후 영어권 대학에 파견돼 전공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성미경 숙명여대 부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융·복합학문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산학협력, 학문실용화가 이뤄지며 과거 정형화 돼 있던 학과들이 다양한 형태로 생겨나고 있다”며 “대학에서는 교육이 학생의 취업이나 경제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형태를 다양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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