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숙 원광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강경숙 원광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강경숙 교수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 사회의 시민성 정도를 가늠한다고 한다. 장애인은 타인과의 차이로 인해 쉽게 차별받게 되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굳이 생겨난 것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범사회적으로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를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이미지를 크게 분류해보면, 장애로 인해 어려움과 비참함을 겪어야 하는 모습을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시혜와 동정’의 대상, 장애인을 위해 자선을 베푸는 아름다운 이웃의 ‘봉사’ 대상, 이런 봉사에 의존하지 않고 온갖 노력을 통해 장애를 ‘극복’한 영웅적 이미지 등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문학에서도 동정의 이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벙어리 삼룡이》 《백치 아다다》와 같은 문학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캐럴(1843)》과 같은 외국문학에서도 자선대상 불구자, 천사표 장애인이라는 고정관념화된 장애인물을 등장시키곤 했다.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과거 미국사회에서의 장애인 처우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의 수용시설에서 행해진 비자발적 불임수술은 미국의 여러 주들에서 만연했고, ‘버크 대 벨(Buck vs. Bell)’ 판결에서 미 연방대법원은 이런 조치들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도가니’의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 2017년 서울 강서구와 2018년 경남 진해에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운동, 2018년 I특수학교, K특수학교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등 장애아동 차별 및 인권침해 사례가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차별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일어나는 것일까? 차별은 다수와 강자의 입장에서 소수와 약자를 배제하는 소외 현상으로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생활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일이다. 차별의 뿌리 깊은 원인을 생각할 때 ‘편견’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확실한 근거도 정보도 없이, 자기의 가치 기준이 부지불식 간에 친구나 이웃을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게 되면, 이는 ‘편견’과 ‘차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사람을 조금만 배려하면,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차별(discrimination)이나 배제(exclusion)의 실수에서 조금씩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장애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차별과 곤란의 사회적 상태다. 다양성, 해체, 이질성의 공존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거치면서 개인이 표준화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의 기준으로 평가 받기를 거부하고, 개인의 주관적인 잣대로 가치를 인정하게 됐다. 

이는 개인의 결함을 중시함으로써 장애를 단순히 보호의 대상, 사회에 부담을 주는 존재, 복지의 수혜자로 여겨왔던 의료적 모델에서부터 사회적 모델, 생태적 모델로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다시 말해 장애는 환경과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장애인들의 권리실현을 저해하는 모든 법적·제도적·경제적·환경적·정치적 장애물을 찾아내 제거하고 ‘스스로’가 권리 증진과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당사자이자 권리의 주체자라는 장애인식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WHO, UN, UNESC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장애인계에서 자기옹호를 통해 장애인의 용어를 ‘뭔가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의미의 장애(disabilities)가 아닌, 다른 능력이 있는(differently abled), 신체적으로 도전적인(physically challenged), 발달적으로 도전적인(developmentally challenged)’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기주도성을 지니고 주체적인 인간, 세금을 내며 자립하는 장애인의 이미지를 형성해가고 있다.     

장애인의 인권은 장애인이 인간으로서 침해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청소년 인권교육의 목적도 이와 같은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하게 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데 있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인권 감수성은 장애인 이외에 여러 다양한 모습의 사회구성원을 수용하고 이해하게 한다. 

이와 같이 인권교육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생활 중에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기는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다만 이제부터라도 인권에 대한 책임을 국가나 사회가 담당하고 법과 제도에 의존하는 경향에서부터 생활교육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인권의 실현은 내가 존중받고 싶기에 상대를 먼저 존중하고, 내가 인정받고 싶기에 이웃을 먼저 인정해 주고, 사랑받고 싶기에 이웃을 먼저 사랑하면서 실천해 가는 삶의 여정이기 때문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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