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미네르바스쿨과 일본의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APU) 대학교육의 혁신 모델로 꼽힌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을 주창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은 실현 가능한 것인가? 결론은 '불가(不可)'다.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 APU는 혁신 추진에 걸림돌과 제약이 없었다. 심지어 미네르바스쿨은 캠퍼스가 없다. 100% 온라인 강의로 운영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이 없으면 불법이다. 오프라인 대학의 온라인 강의 비율은 20%를 넘을 수 없다. 현실이 이러한데 교육부는 어째서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을 주창하는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발상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해 우리나라 대학들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키워드는 '창의'와 '융합'이다. 창의와 융합을 위해 규제의 틀이 아닌, 자율의 틀이 필요하다. 물론 맹목적인 자율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공공성과 책무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를 위한 규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대학의 현실을 보자.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중관춘과 달리 판교 테크노밸리에 대학이 설립되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대, 버클리대 등이 우수 인력을 기업에 공급한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에도 베이징대, 칭화대 등이 모여 있다. 하지만 판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대학 설립이 제한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의 실리콘밸리 조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판교 테크노밸리에 대학이 하나도 없어 산·학·연 연계 기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대학 시설 신·증축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은 도시계획시설이다. 이 때문에 자연경관지구, 고도지구 등 용도지구와 관련해 건축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시처럼 지자체 자치입법으로 규제를 적용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또한 APU는 혁신의 해법을 글로벌 교육, 즉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서 찾았다. 현재 APU 재학생 6000여 명 가운데 3000여 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국적은 60여 개국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제약이 있다. 법무부는 어학연수와 학위과정 입학 허가조건으로 한국어 능력을 요구한다. 불법체류 방지 때문이다. 그러나 APU는 모든 강의를 일본어와 영어로 제공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어를 하지 못해도 얼마든지 APU에 입학, 공부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갈 길이 멀다. 대학의 잘못보다 규제 정책이 문제다. 강조하건대 규제 혁신 없이 4차 산업혁명시대는 없다. 이에 제안한다.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 대비에 대학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가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조속히 규제를 개선하라. 그래야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 탄생이 가능하다. 이는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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