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소 개념이었던 CTL 도입 주창했던 ‘교수 학습 선구자’
“교육은 ‘티칭’과 ‘러닝’이 함께 이뤄져야 온전한 효과 거둘 수 있는 것”
전문대 유일 ‘파란사다리’ 선정 등 이타심‧기술력‧국제화 겸비 직업인 양성 계획

박승호 계명문화대학교 총장은 국내 대학 교양교육과 교수학습법의 선구자다. 전 세계에서 대학 교수학습센터가 가장 먼저 생긴 미국 미시간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CTL 도입을 선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박승호 계명문화대학교 총장은 국내 대학 교양교육과 교수학습법의 선구자다. 전 세계에서 대학 교수학습센터가 가장 먼저 생긴 미국 미시간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CTL 도입을 선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 2월 28일 계명문화대학교 제14대 총장으로 취임한 박승호 총장은 국내 대학 교양교육과 교수학습법의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여대에 재직했을 때, 교수학습센터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박 총장이다.

전 세계에서 교수학습센터를 가장 먼저 만든 대학인 미국 미시간대에서 생활하며 그는 국내에 돌아가면 당시에만 해도 국내에서 생소한 개념이었던 CTL 도입을 제안하리라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교육은 T(Teaching)와 L(Learning)이 함께 이뤄져야 온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에서도 교수학습법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ACE 사업 평가위원장을 비롯해 한국대학교육개발센터(CTL)협의회장, 대학기관평가인증 위원장, 교원양성기관평가 위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국내 고등교육에 지대한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른바 ‘잘 가르치는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일반대를 대상으로 시행된 ACE 사업도 전문대학에 있었더라면 더욱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그가 2023년까지 계명문화대학교를 이끌게 됐다는 점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지난달 26일 계명문화대학교 캠퍼스에서 해외에서 벤치마킹을 올 만큼 튼튼한 전문대학이 국내에도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그를 인터뷰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혁신을 목표로 ‘잘 가르치고(Teaching), 잘 배우는(Learning)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겠다”며 “‘교양 있는 직업인’, 계명문화대학교라는 교명에 걸맞은 교육을 지향하겠다”고 다짐했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문대에도 ACE 사업이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기관이 전문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당하다. 실제 ACE 사업을 전문대에도 확대하려는 논의와 노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ACE 사업을 진행한 일반대, 특히 내가 있었던 서울여대의 경우에는 선한 영향을 많이 미쳤던 사업임에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전문대에도 ACE 사업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 전문대학에서도 ‘교양교육’이 필요함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도 계명문화대학교뿐 아니라 모든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균형 잡힌 직업교육을 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다. ‘순수직업교육’만 하지 않고, ‘교양을 더한’ 직업인을 양성하는 게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전문대학은 전체 학점이 일반대에 비해 적기 때문에 교양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고쳐나가야 한다. 혹자들은 ‘무슨 교양? 배부른 소리’라는 말을 하는데, 직업교육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교양이 없는 직업인은 생명력을 갖기 힘들다. 2~4년간 짧은 기간에 직업만, 기술만 익혀서 나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정적이다. 학생 개인의 평생을 책임지는 직업교육을 위해서라도 교양교육은 강화돼야 한다.”

- 그렇다면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표준모델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계명문화대학교가 강점이 있다고 본다. 계명문화대학교는 다른 전문대학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고, 더 차별화시켜 나갈 것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채플’ 등 미션스쿨만의 문화 교양 과정도 많이 있다.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고, 문화 인프라를 확대해 나가겠다. 결론적으로 전문대학의 교양교육과 인성교육, 문화교육 등이 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학교가 우리 대학인 것이다. 분명 전문대학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에서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을 위한 부분에서 앞으로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양교육에 대해서는 각 전문대학에서도 스스로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박승호 총장
박승호 총장

- 계명문화대학교가 양성하려는 인재는 무엇인가. 전문직업인 가운데서도 어떤 역량을 가진 인재인가.
“이른바 CAP 인재를 지향하고자 한다. ‘Capable, Altruism, Professional 인재’다. 유능하고 이타적인 기술인을 양성하겠다는 표현이다. ‘이타주의’가 들어가는 것은 계명문화대학교가 기독교 정신에서 탄생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성을 점차 키워나가는 것이 핵심 영역이다. 덧붙이자면 계명대는 CGC 인재를 지향한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하고 글로벌(Global)한 시티즌(Citizen)이다. 계명문화대학교 역시 국제화 감각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해외취업 면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취업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굉장히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시야를 넓힌 개척정신을 계명문화대학교에서 기를 수 있다.”

- 국내 교육환경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타인주도적 학습’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에 의해서, 학교에서는 선생님에 의해서, 자기설계는 학원이 주도한다. 내가 유학하던 시절, 외국의 젊은이들은 어째서 행복한지를 생각해봤다. 무엇이든 ‘자기주도적’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행복의 원천은 타율적인 문화에서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하나님은 인간을 만들 때 ‘프리 윌(자유의지, the free will)’을 부여했다. 인간은 가치지향적인 일을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타인주도 학습 문화에 젖어, 12년간 타인에 의해 입시위주의 교육을 받는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문화가 타율적일수록 행복하지 않다. 너무 간섭하고, 지시하고, ‘상부 하달식’은 절대 안 된다. 자발적 참여가 전혀 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기주도적인 성향으로 학교 분위기를 바꾸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각종 비본질적 악습을 조금씩 수정해 가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 민주적인 대학 조직문화를 강조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과업을 추진할 때에는 이러한 방식이 어느 정도는 장애가 되지 않을까.
“물론이다. 성과 위주로 드라이브를 위에서부터 강하게 걸면 물론 결과가 빠르고, 효율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자칫 ‘모래 위의 성’이 될 수 있다.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방만’ ‘무책임’ 등 아무 일도 안 하는 자유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숭고한 교육적 가치, 내적 가치가 결합돼야 하는 자율을 말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자기 성찰하는 의미 있는 삶. 이러한 것은 절대 타율적으로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 대학 경영자 입장에서 혁신이나 개혁에 익숙하지 않은 구성원들을 대하는 경우가 올 수도 있다. 다른 대학 사례에서 무언가 해보려 했지만, 이러한 저항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임기 말 ‘레임 덕’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것은 주입식 지시가 아니라, 정말 리더가 교육적 가치를 두고 있느냐에 달린 것 같다. 학교의 발전을 위해 그 가치를 공감해야 한다. 결국은 의사소통에 달렸다. 그래서 나는 총장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모든 전공을 직접 가서 이야기를 하고, 듣고 있다. 각 과의 여러 현안을 듣고, 대화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교수들의 품위(dignity)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이제까지 많은 대학들을 다녀보며 느낀 것은 아직도 비인격적인 활동이 잔존하고 있다는 것을 봐왔다. 학생도 마찬가지이지만, 교수들도 존중을 받을 때 변화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우리가 누구를 존중하고, 그 사람의 변화를 기대하며, 진정으로 접근하면 변화하는 것이다. 가치를 공유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집단 응집력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갑을 관계’를 정말 싫어한다. 소통적인 문화여야 하는데 위계질서가 교육기관을 지배하면 안 된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자신 있다. 가치는 공유될 수 있다. 전 학과의 교수들에게 순수한 동기가 전이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학생의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교수자가 강해야 한다. 교수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면담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 좋은 비전을 가진 총장이라면 지속적인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총장 임기가 조금 짧은 감이 있다.
“미국 노터데임대(University of Notre Dame)가 있다. 가톨릭 미션스쿨인데 명문대학이다. 거기는 종신 총장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버드대도 중간중간 오랜 총장 임기를 보장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하버드가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대쪽에서는 ‘장기집권’이라는 말로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건 교육기관이 ‘정치집단화’ 됐을 때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교육기관에는 그러한 표현은 해선 안 된다. 잘못 운영을 해 대학을 망치는 사례도 종종 있지만, 일반적으로 교육기관은 총장을 믿고 지속적으로 맡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전문대학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파란사다리 사업’에 선정됐다. 계명문화대학교에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총장으로 오게 되면서 구성원에게 이 사업을 준비해보자고 독려했다. 정말 갑자기 알고, 그래서 구성원들이 밤을 새워가면서 빠른 시간 동안 준비해서 됐다. 이번 경험으로 계명문화대학교가 저력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서울 소재 어떤 대학에서는 2개월간 준비했다는데 우리는 이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파란사다리 사업은 학생 교육에 있어서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너무 좋은 사업이다. 학생들에게 해외에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기 때문이다. 영어 능력 조건도 필요없다. 학생의 의지만 있다면 된다. 계명문화대학교는 선발 학생들이 단순히 다녀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스스로 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준비하려 한다. 세상은 점차 국가 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계명문화대학교와 우리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온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스며드는 경험. 이에 더해 인성을 겸비한, 계명문화대학교 졸업생은 다른 대학과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

박승호 총장
박승호 총장

[TIP] 말레이시아 해외 취업의 선두주자로 우뚝

계명문화대학교는 교내 해외취업 프로그램과 K-Move스쿨 사업을 통해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25명의 말레이시아 현지 취업자를 배출했다. 올해에도 말레이시아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14명의 졸업생을 위해서 K-Move 과정 현지 직무교육을 운영해 전원 취업에 도전한다.

박승호 총장은 지난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샹그릴라 호텔에서 개최한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파트너십의 일환인 ‘한-말레이시아 해외취업박람회’에 졸업생 14명과 함께 참석했다.

이 행사에 이어 박 총장은 다국적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인도 ‘테크 마힌드라사(社)’와 프랑스의 ‘텔레퍼포먼스사(社)’ ‘인터아일랜드’ 등과 협약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 현장에서 교육기관이 현지 산업체와 협약을 맺은 것은 계명문화대학교가 유일하다. 또한 해외현장 실습 학기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셀바이텔사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박 총장은 “우리 학생들이 한국의 구직난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취업처를 찾는 데 일조할 수 있어서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계명문화대학교 동문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갖게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승호 총장은…
계명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를 했다. 1995년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학생생활연구소장, 입학관리실장을 지냈다. 2002년 미국 컬럼비아대 교환교수 생활을 마친 뒤 귀국해 서울여대 교수학습연구원장, 교무처장, 한국교육심리학회 회장, 대학원장, 교육부 '고등교육비전 2030' 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2월 계명문화대학교 제14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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