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마스 펭쏨분(Chanamas Phengsomboon)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박사과정

차나마스 펭쏨분(Chanamas Phengsomboon)
차나마스 펭쏨분(Chanamas Phengsomboon)

바야흐로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봄이 왔습니다. 향긋한 꽃내음과 따스한 햇볕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봄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특히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으로 들어가 보면 교내에 곱게 피어 있는 화려한 꽃들과 여학생들의 다양한 색채의 의상 간의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까만색 겨울 코트는 이제 옷장에 보관하고 봄옷을 꺼내 입을 때가 됐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이 자유롭고 개성있게 옷을 차려입고 학교에 다니는 게 참 신기합니다. 제가 태어난 태국에서는 반대로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알고 싶으면 태국 대학교 역사를 알아봐야지요. 옛날에 태국에는 공무원 훈련 교육기관만 있어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국민들이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습니다. 라마5세(쭐라롱껀대왕)가 태국 국민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고등교육을 평등하게 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라마6세(와치라웃왕)가 아버님이신 라마5세를 기념하는 것과 함께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1917년에 태국 최초의 대학기관인 왕립쭐라롱껀대학교(Chulalongkorn University)를 설립했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 시대에 대학교 교복도 탄생하게 됐습니다. 남학생 교복은 공무원훈련학교에서 사용했던 교복을 이어 사용하고, 여학생 교복은 새롭게 디자인 됐습니다. 교복은 품성, 국가적, 기관적 독자성이 담기게 만들어졌고, 교복 착용은 규칙이자 의무적이었습니다. 그후에 여러 대학교들이 설립되면서 이러한 풍습을 이어왔습니다. 요즘은 약간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대다수 국립대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날에 교복을 입고 가지만 많은 사립대학교에서 규칙을 완화해 학생들이 캐주얼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학기 중에 교복을 안 입고 수업을 들어도 되지만 시험 보는 날에는 무조건 교복을 입어야 합니다. 

대학교 교복은 세월이 흘르면서 여러 변화를 거쳐 왔습니다. 현재 대표적인 남학생 교복은 하얀 셔츠, 까만 긴 바지, 그리고 넥타이를 하고, 여학생들은 하얀 셔츠에 까만색이나 감색의 치마를 입습니다. 그리고 벨트의 버클에는 주로 대학교의 상징이 엠보싱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대학생들이 교복 착용 규칙의 폐지를 원합니다.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예를 들자면 사람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교복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죠. 또한 교복 착용 규칙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유를 제한 받으면서 독재를 상징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게다가 학문적 성과는 교복을 입느냐 안 입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학생이었을 때 저는 교복 입는 걸 좋아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없이 교복을 꺼내 입고 학교에 나가는 게 상당히 편했습니다. 또 교복은 격식을 갖추고 있어 정부 기관을 방문하거나 윗사람을 만날 때에도 적합한 복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선생님께 들었는데 교복 착용의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 간 경제적 계층의 간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와 장소에 맞춰 남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의상을 착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 〈유학생 단상〉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칼럼입니다. 대학생활이나 한국생활에서 느낀 점, 유학 생활의 애환, 그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곳 opinion@unn.net 자세한 문의는 02-2223-5030.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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