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 접속자 폭주, 2018학년 자소서 입력 문제로 마감시간 연장 전례
유웨이와 계약 추진, 나머지 3개 과기원 접수창구 일원화 가능성

2년 연속 원서접수 과정에서 '사고'를 쳤던 KAIST가 원서접수 대행업체를 선정해 접수를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과기원도 이를 좇으며 원서접수 창구가 일원화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사진=KAIST 제공)
2년 연속 원서접수 과정에서 '사고'를 쳤던 KAIST가 원서접수 대행업체를 선정해 접수를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과기원도 이를 따르며 원서접수 창구가 일원화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사진=KAIST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2년 연속 원서접수 과정에서 ‘사고’를 쳤던 KAIST가 자체 원서접수 시스템을 포기하고 대행업체를 통해 원서접수를 받기로 결정했다.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이 마련됐기에 KAIST가 올해는 별 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원서접수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에 따르면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올해 치러질 2020학년 입시에서 대행업체를 통해 원서접수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타 일반대나 과기원과 달리 자체 시스템을 통해 원서접수를 실시하던 것에서 변화를 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아직 대행업체 선정과 계약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KAIST 관계자는 “원서접수 대행업체 선정을 추진 중”이라면서도 “수시 원서접수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KAIST는 그간 여타 과기특성화대나 일반대와 달리 ‘자체 시스템’을 통해 원서접수를 받았다. 별도의 원서접수 대행업체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만든 사이트를 통해 원서접수를 실시했던 것이다. 과기원 체제이다 보니 일반대에 비해 모집규모가 비교적 작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행업체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에게 이득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KAIST의 자체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선에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KAIST가 서울대 못지않은 선호도를 자랑하는 대학이기에 많은 수험생이 몰린다는 점에서다. 

결국 최근 2년간은 원서접수 과정에서 일종의 ‘사고’가 벌어졌다. 재작년 치러진 2018학년 입시에서는 자기소개서(자소서)가 문제를 일으켰다. 수시 원서접수 마감 1시간 전부터 자소서 입력에 오류가 발생, 마감시간이 2시간 연장됐다. 

지난해에는 한발 더 나아가 ‘하루’가 연장됐다. 2019학년 수시모집 마감 날에 지원자가 급격히 몰려 원활하게 원서접수가 이뤄지지 않자 KAIST는 고심 끝에 원서접수 마감일정을 24시간 늘렸다. 

KAIST가 올해 원서접수에 있어 갑작스레 변화를 주게 된 것은 이러한 ‘연속 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KAIST가 인기 많은 대학인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모집규모가 작아 전체 지원자 수는 절대적으로 많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접수인원 폭주로 문제가 일어난 이상 더 이상 자체 시스템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KAIST는 사고 후속조치보다는 수험생들에게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KAIST 관계자는 “자체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지만, 보다 안정적으로 원서접수를 실시하려면 대행업체를 쓰는 것이 낫다고 봤다. 묶음결제 등 수험생들의 편의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설명처럼 KAIST가 계획대로 원서접수 대행업체를 통해 접수를 받는 경우 ‘사고’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대학들의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업체들은 안정적인 접수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공통으로 작성해야 하는 내용을 유웨이와 진학 모두에서 공유하는 공통원서접수시스템 도입 초창기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적인 접수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원서접수 대행 시장은 유웨이어플라이(이하 유웨이)와 진학어플라이(이하 진학)가 양분하고 있다. 이 중 KAIST가 계약을 추진 중인 대상은 유웨이다. KAIST 관계자는 “두 원서접수 대행업체 중 유웨이와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두 업체 중 KAIST가 유웨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KAIST 관계자도 이에 대해서는 답변을 아꼈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업력이 강한 진학이 다소 우위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웨이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며 “어차피 두 업체 중 어디를 택하더라도 원서접수를 진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나 시인성 측면에서 유웨이가 진학에 비해서는 다소 낫다는 게 대학들의 판단”이라고 했다. 

KAIST의 새로운 시도는 과기특성화대 원서접수 전반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 과기원 관계자는 “관계자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눈 결과 KAIST를 따라 유웨이에서 원서접수를 실시하기로 뜻을 모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KAIST는 과기원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며, 수험생 선호도도 높다. KAIST의 선택을 다른 곳이 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과기특성화대는 KAIST와 GIST대학, DGIST, UNIST 등 4개 과기원과 일반대인 포스텍까지 5개 대학 체제로 구성돼 있다. 4개 과기원 중 GIST대학과 UNIST는 기존에도 올해 KAIST가 계약을 추진 중인 유웨이를 통해 원서접수를 실시했다. DGIST는 진학을 통해 원서접수를 받았다. DGIST가 대행업체를 유웨이로 변경하고 다른 과기원이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유지하면 과기원 전반의 원서접수 창구는 한 업체로 일원화된다.     

과기원의 접수창구가 일원화되면서 KAIST 관계자의 발언처럼 ‘묶음결제’가 가능해져 수험생들의 만족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적용 중인 공통원서 접수 시스템은 원서에 담기는 기본적인 사항들을 공유하도록 돼 있을 뿐 결제의 경우 대학과 계약을 맺은 업체를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업체가 하나로 통일되면 한 번에 결제가 가능한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현재 과기원은 수험생들에게 있어 일종의 ‘추가 찬스’로 여겨지곤 한다. 최대 6회로 제한돼 있는 수시 원서접수 횟수 제한에서 자유로운 ‘군외대학’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다.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과기원 여러 곳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볼 때 접수창구가 일원화되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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