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성공센터의 역사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학생성공 위한 문화 보편화… 학업지원 기능 가장 커
대학생활 적응부터 진로·취업 지원까지… 중도탈락률 감소에 기여

성균관대는 지난 3월 21일 학생의 성공적인 대학생활과 사회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학생성공센터’를 국내 대학 최초로 개소했다.[사진=성균관대 제공]
성균관대는 지난 3월 21일 학생의 성공적인 대학생활과 사회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학생성공센터’를 국내 대학 최초로 개소했다.[사진=성균관대 제공]

한국대학은 위기다. 전 세계적 흐름인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들에 변화를 강요한다. 우리나라는 특유 문제인 ‘학령인구감소’까지 여기에 더해진다. 당장 직면하게 될 신입생 유치에 대한 걱정부터 변화를 통한 미래 발전상 생각까지 대학들의 머리는 복잡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해외 대학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녹여낼 수만 있다면 악조건 속에서도 발전은 성큼 다가온다. 한국대학신문이 우리 대학들이 참고해야 할 해외 대학 성공사례를 선정, 그들이 가진 노하우와 성공의 밑바탕이 된 변화상들을 소개한다. 선행사례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적용함으로써 세계 어디에 내놔도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하게 될 국내 대학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지난 3월 21일 성균관대에서 국내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획기적 전환점이 되는 행사가 열렸다. 학생의 성공적인 대학생활과 사회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학생성공센터’가 문을 연 것. 학생성공센터는 학교와 학생이 소통하는 일종의 ‘게이트웨이(gateway)’가 될 수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학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한 후 관련 교내 부서와 연계를 통해 학생 맞춤형으로 지원하거나 학교 정책에 반영해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학생 중심 교육실천을 위한 중추적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사실 선진대학이 즐비한 미국에서는 이미 70여 년 전부터 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별로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학생성공을 위한 롤 모델을 구축하고 학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소재 대학에서 학생성공센터의 역사를 살펴보면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 학생성공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 소재 대학에서 학생성공센터의 역사를 살펴보면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 학생성공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 ‘학습’에 방점을 뒀으나 점차 ‘학생성공’에 무게 두고 운영 = 미국 소재 대학에서 학생성공센터의 역사를 살펴보면,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부 대학에서 시작해 현재까지도 신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 학생성공센터가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명칭은 ‘학습센터’에서 ‘학생성공센터’로 바뀌는 양상이다. ‘학습’에 방점을 두고 설립됐다가 점차 ‘학생성공’에 초점을 맞춰 이름을 변경해 운영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 학생성공센터를 지칭하는 이름은 ‘Student Success Center’ ‘Center for Student Engagement’ ‘Center for Student Success’ 등으로 다양하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학생들이 대학생활 전반에 걸쳐 학업·학업 외 활동에서 잘 적응하고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가령 학업 성과를 위해 튜터링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거나, 학업 외 측면에서 학생들이 풍부하고 활기찬 대학생활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풍부한 프로그램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는 성공적인 대학생활이 결국 원활한 사회진출로 연계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 미국 개별 대학별로 살펴본 ‘학생성공센터’의 역할·기능 조금씩 달라 = 학생성공센터가 어떤 개념을 갖고, 구체적으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미국 내 대학을 중심으로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는 ‘로스앤젤레스 사립대(Th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다. 로스앤젤레스 사립대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연구중심 대학으로 1880년에 개교했다. 미국에서 하버드대, 스탠퍼드대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기금 모금을 하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성공센터(Student Success Center)는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수업, 수업 외 재정 부문에 대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수그룹인 교환학생와 군인학생을 비롯해 교직원과 학부모에 대한 지원도 담당하고 있다.      

두 번째는 ‘버지니아 공립대(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다. 미국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위치해 있고 공학과 건축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학생성공센터(Student Success Center)는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와 성공을 위한 길을 스스로 찾고 개척해 자기주도적·평생학습자로 발전해나가는 것을 추구한다. 여기에서는 튜터링 프로그램, 학술 성공 세미나 시리즈, 동료 학술 코치, 학술 회복 프로그램 등을 통한 전체학습 지원뿐만 아니라 소수학생에 대한 지원, 다른 문화 체험 등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수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세 번째는 ‘볼티모어 사립대(Johns Hopkins University)’로 우리에게 존스홉킨스대라는 이름이 훨씬 친숙하다. 볼티모어 사립대는 미국 최초의 연구원 시스템을 구축해 강의라는 일방적인 교육 형식을 벗어나 세미나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학부의 경우 20명 미만의 학생으로 수업하는 비율이 약 70%에 이른다. 교수 1인당 학부 학생수는 12명에 달한다. 세계 대학 랭킹에서 10~2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연구중심의 명문 사립대다. 학생성공센터(Student Success Center)는 단순한 대학 경험 이상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학업적으로 성공하면서 개인의 성장·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적·사회적·정서(감정)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Blue Jays Realizing Individual Scholarly Excellence(RISE)’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체육특기자 학생들의 학업 지원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담당코치가 학생과 ‘Assistant director of Student-athlete success’에게 연락을 취한다. 이때 조감독(Assistant director)은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가이드를 해준다. 구체적으로 △학기 중 스케줄 논의 △수업 사전 준비 사항 △신입생이 기대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입학 예정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공탐색 프로그램, 커뮤니티 빌딩을 위한 진로탐색 프로그램, 의학·보건계열 학생 중 소수계층 지원 프로그램,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부모가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총 40여 개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성공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대학에서 그 역할과 기능은 조금씩 다르나 기본적으로 학생 중심 교육실천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학생성공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대학에서 그 역할과 기능은 조금씩 다르나 기본적으로 학생 중심 교육실천에 방점을 두고 있다.

네 번째는 ‘네바다 주립대 리노(University of Nevada, Reno)’다. 저널리즘 전공이 유명하며 지금까지 여섯 명의 퓰리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대학의 학생성공센터(Center for Student Engagement)는 민주주의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시민윤리를 배우고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학생이 되는 것을 ‘학생성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센터의 기능도 이런 점과 연결된다. 직접적 학습지원보다는 학생들이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활발하도록 제반 행정지원이 이뤄진다. 또한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소수계 우대정책)’ 차원에서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식사, 일상 용품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다. 학생들이 준법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활용해 법정사례 교육도 실시한다.

다섯 번째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사립대로 ‘조지워싱턴대(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다. 학교 동문회가 가장 활성화된 대학 중 하나다. 학생성공센터(Center for Student Engagement)는 학생들의 경험을 변화시키고, 학생들이 활동적·국제적인 시민과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학생이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과 각종 행사가 운영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지도력(Leadership) △자문·조언(Advising) △시민의식 배양(Community) 등이 있다. 주요 행사의 경우 신입생 대상 프로그램이나 가족 참여가 가능한 이벤트, 교직원이 기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거나 우수한 학생·교수·직원에게 포상을 하는 방식 등이 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테네시대(University of Tennessee)’다. 약칭은 ‘UT’이다.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 있는 주립 종합대로 1794년 9월 개교했다. 테네시대의 특징은 하나의 시스템 아래 여러 캠퍼스가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통합적으로 운영된다는 데 있다. 학생성공센터(Center for Student Engagement)는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담당하는 부서 중 하나로, 각 부서들은 학생들의 대학생활과 학습을 위해 매력적이고 성공적인 캠퍼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대학의 학생성공센터는 대학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공통의 목표로 삼는다. 캠퍼스 공동체를 육성해 학생들의 학습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이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주목할 점은 다양한 학생 조직을 운영하면서 전폭적으로 교육하고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성공센터 산하 500여 개가 넘는 학생단체가 등록돼 있고, 센터에서는 단체(조직·동아리) 리더들을 상대로 리더십, 펀딩, 정책 기획 등 여러 형태의 워크숍을 개최한다. 또 학생 조직 활성화를 위해 센터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학생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관리하는 업무도 한다. 이 밖에도 예술, 문화, 정치, 엔터테인먼트 등 다채로운 주제로 캠퍼스 행사를 열어 학생들에게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제공한다.            

학업지원은 미국 학생성공센터의 기능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사진=테네시대(University of Tennessee) 홈페이지 캡처]
학업지원은 미국 학생성공센터의 기능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사진=테네시대(University of Tennessee) 홈페이지 캡처]

■ 국내 대학들, ‘학생성공센터’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사항 = 앞서 언급된 미국 대학들 내 학생성공센터의 역할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먼저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고 학업적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학업지원은 미국 학생성공센터의 기능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생활 지원의 경우 학사일정, 기숙사, 재정지원 등과 같은 영역별 지원은 물론 신입생, 편입생, 외국 유학생, 스포츠 특기생, 대학원생, 재향군인 등 특정그룹 지원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 또 진로·취업 지원을 통해 제때 졸업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중도탈락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성균관대 학생성공센터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배상훈 학생성공센터 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미국 대학의 경우 입학하는 학생들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 들어온 전통적 학생에서부터 성인 학생, 파트타임, 외국인학생, 다문화학생, 교환학생 등 제각각”이라며 “학생들의 니즈에 맞게 대학이 대응해 줘야 한다. 이들을 돌봐줘야 하는 행정적 유닛이 필요하다. 학생성공센터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맥락과 처해있는 상황을 고려해서다. 배 교수는 “학업, 심화학습, 취·창업, 글로벌, 건강·심리·인권 등과 관련된 대학 내 각종 부처와 센터들이 있는데 담당자들이 모여 유관기관 간 유기적이고 전략적인 연계를 하고 있다”며 “대학에 산재한 많은 학생 지원 서비스를 필요한 학생과 연결하는 게이트웨이(gateway)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