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9’ 3차 콘퍼런스에서 주제 발표

장상현 KERIS 학술정보본부장이 25일 서울클럽 한라산홀에서 개최된 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9’ 3차 콘퍼런스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 한명섭 기자)
장상현 KERIS 학술정보본부장이 25일 서울클럽 한라산홀에서 개최된 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9’ 3차 콘퍼런스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정부가 교육시스템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9’ 3차 콘퍼런스에서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학술정보본부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발표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의 역할과 대학교육의 혁신 방향을 소개했다.

장 본부장은 “산업혁명은 도구의 발견으로 현재까지 발전했다. 3차 산업혁명까지 인류를 호모모빌리쿠스(휴대전화 사용을 생활화하는 인간형)라고 부르는데, 4차 산업혁명은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호모데우스 용어를 사용했다”면서 “데우스는 ‘神(신)’의 의미다.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이즘, 즉 인간이 AI와 빅데이터를 신처럼 의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20세기 이후 인간이 과학기술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그런데 고민할 것이 있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Winner takes all(승자독식)을 우려한다. 정보가 많은 사람들이 부, 권력, 명예를 더 많이 차지할 것을 우려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장 본부장은 인터넷의 발달이 대학에 미친 영향도 소개했다. 앨빈 토플러의 권력 이동(물리적 힘·돈 → 인터넷·정보)처럼 인터넷이 발달, ‘지식의 독점’에서 ‘지식의 공유’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며 대학도 변화했다는 것.

장 본부장은 “과거에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었지만 학생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는 대학과 지식인이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에서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시대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면서 “교수와 학생 비율도 인터넷의 발전으로 역전됐다. 과거에 교수:학생 비율이 1:N이었다면 지금은 학생이 다수의 교수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본부장은 한국 대학들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장 본부장은 “세계적 추세라고 생각하는데 출산율 저하로 입학자원이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정원을 감축했다”면서 “지금까지 정부가 주도했지만 향후 시장논리에 맞게 자연적으로 정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 본부장은 “한국은 수도권 중심 대학과 지역 대학, 국립대와 사립대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 사립대는 등록금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재정이 매우 열악하다”며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 내외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학교육 경쟁력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반면 혁신의 요구 강도가 높고 대학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경영 압박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들의 위기 극복 방안이 무엇일까? 장 본부장의 제안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 구축이다. 장 본부장은 “제한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학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면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 과학적으로 의사를 결정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대학들이 과학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때 미래사회에 어떤 인재를 양성할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대학의 인재상이 창의성,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등 대부분 유사한데 미래의 역량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지 각론으로 들어가면 미흡하다. 이러한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대학생들은 좋은 직장을 원함과 동시에 좋은 수업을 원한다. 한 대학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치열하게 가치를 토론하는 교수, 소통을 중요시하는 교수, 질문을 환영하는 친절한 교수, 학생의 수업 참여를 독려하는 교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가르치는 교수를 선호한다”면서 “사실상 교수들이 30명, 50명의 대학생들을 주어진 시간 내 상호작용하면서 수업할 수 없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ICT 도구”라고 밝혔다.

장 본부장은 “로봇윤리학자, 가상현실전문가, 공유경제컨설턴트 등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직종이다. 새로운 직종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대학에서 융합 커리큘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 직종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에 지능정보기술을 융합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에 단순히 컴퓨터로만 말했던 것이 이제는 클라우딩 컴퓨팅 환경, 모바일 환경,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포함한 인공지능으로 확대·발전하고 있다. 이를 교육에 접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본부장은 “한국은 이미 대부분 학생들이 단말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습관리시스템이나 상담시스템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일부 대학들은 가상현실, 메이커스페이스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다만 앞으로는 감성 컴퓨팅, 로보틱스 등의 기술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가트너(Gartner, IT전문리서치기관)에서 다양한 기술을 교육에 접목할 때 제일 유망한 기술로 러닝 애널리틱스(Learning Analytics, 학습분석)를 꼽는다. 러닝 애널리틱스는 데이터를 학습자에 맞게 분석, 서비스 정책을 만드는 기술”이라며 “러닝 애널리틱스를 위해서는 학습자를 중심으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대학들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장 본부장은 “예를 들어 미네르바스쿨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업한다. 학습자가 얼마나 상호작용을 했는지 데이터로 실시간 확인하며, 상호작용이 많았던 학생들보다 적었던 학생들에게 질문하거나 토론한다. 이런 것이 러닝 애널리틱스의 일환”이라면서 “러닝 애널리틱스를 하면 교수자와 학습자 간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강의실에서 교수자가 학습자를 케어할 수 없었던 것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본부장은 “로봇을 활용한 개별 학습 지원 사례도 많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제임스 헌트 도서관은 북봇(Book Bot)이 장서 대출을 담당한다”면서 “도서관의 기능이 열람과 장서 대출에서 교육, 문화, 복지까지 확대되고 있다. 도서관은 메이커 공간으로 바뀌기 좋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려면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 활동, 교수 활동, 교육과정, 교육프로그램 등 모든 대학의 업무와 활동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것을 IR(Institutional Research)이라고 한다. 미국은 60년 전부터 IR을 하고 있으며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등은 IR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은 지난해 IR협회가 창립됐고 대학들은 혁신원을 속속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본부장은 “혁신원에 데이터 분석 기능 역할을 부여하기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별로 산재된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거버넌스 체제가 중요하다. 어느 대학은 정보처에, 어느 대학은 교무처에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대학의 중요 혁신 분야에 따라 중점적으로 운영할 부처를 결정하면 된다”면서 “현재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혁신원이 있는 대학의 경우 혁신원에서, 아니면 기획처에서 데이터 통합 작업부터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들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특히 정부가 대학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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