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환 건국대 교수
김균환 건국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건국대학교(총장 민상기)는 김균환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약리학) 연구팀이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에서 독성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와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50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고 위험성 독감(인플루엔자) 감염은 막대한 인명 피해와 국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그 병인과 치료 개발 연구가 절실하다.

건국대 김균환 교수와 박은숙 교수(제1저자), 성백린 연세대 교수, 김광표 경희대 교수 연구팀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PB1-F2'라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음을 주목했다. 이것이 우리 몸의 항바이러스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 베타를 강력하게 저해해 바이러스의 병독성을 증가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인터페론 베타(IFNb)란 바이러스나 특정 박테리아 감염 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초기 면역시스템에서 유도되는 물질 중 하나를 일컫는다. 병독성(virulence)은 병원체가 숙주에 대해 질병, 사망을 일으키는 능력을 말한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같이 PB1-F2 단백질의 특정 위치의 아미노산에 돌연변이가 있을 때만 이 특성이 나타나며, 돌연변이가 없는 병독성이 약한 일반적인 인플루엔자는 이러한 성질을 나타내지 않았다.
돌연변이 PB1-F2은 인터페론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필수 단백질인 ‘DDX3'를 분해시킴으로써 인터페론 베타의 유도를 강력히 저해한다. 이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및 사망으로 이어진다.

김균환 교수는 “이 연구는 스페인 독감의 새로운 병인 기전을 규명한 것으로 향후 새로운 형태의 고 위험성 인플루엔자 감염의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으며, 특정 위치의 돌연변이 규명을 통해 스페인 독감과 같은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출하고 이를 예측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은숙 교수는 “스페인 독감은 인류가 경험한 감염성질환 중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한 사건으로 이제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의 높은 병원성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게 됐다”며 “최근 들어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유전적 변이와 중증 감염이 나타남에 따라 경종이 울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엠보 저널(EMBO Journal)’에 4월 12일 게재됐다(논문명: Co-degradation of interferon signaling factor DDX3 by PB1-F2 as a basis for high virulence of 1918 pandemic influe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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