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줄어드는 논술…2021학년 1천여 명 이상 감소
2022학년 폐지 ‘목전’ 적성고사, 2021학년 홍익대 폐지 등 ‘축소세’
전통의 ‘대안’ 수능 있지만…규모 적고, 재수생 강세

2021학년 논술전형과 적성고사전형이 일제히 축소되면서 대입에서의 '일발 역전' 기회는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안거리가 있긴 하지만,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 수험생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조치다. (사진=한양대 제공)
2021학년 논술전형과 적성고사전형이 일제히 축소되면서 대입에서의 '일발 역전' 기회는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안거리가 있긴 하지만,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 수험생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조치다. (사진=한양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2021학년 들어 일제히 줄어드는 논술전형과 적성고사전형을 바라보는 수험생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학생부를 잘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합격을 노려볼 수 있는 ‘일발 역전’ 격의 전형들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2022학년에는 적성고사전형이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기에 소위 ‘뒤늦게 철든’ 학생들이 대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더더욱 좁아지게 된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역전’의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수험생들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줄어드는 논술·적성…축소 추세 논술, 홍익대 적성 폐지 = 최근 대학들이 발표한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논술전형과 적성고사전형은 일제히 규모가 축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축소 규모는 논술이 더 크다. 2021학년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33개 대학은 1만104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올해 1만2146명을 선발하는 것과 비교하면 1106명이 줄어든다. 

적성고사전형도 논술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축소세가 확연하다. 올해 실시되는 2020학년 대입에서는 4790명을 선발하는데, 2021학년에는 4485명을 선발하는 데 그칠 예정이다. 한 해 만에 300명 넘게 선발규모가 축소되는 것이다. 

논술이 줄어든 것은 대다수 대학이 모집인원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2020학년과 2021학년을 비교했을 때 논술전형을 늘린 대학은 한국산업기술대(한국산기대)뿐이다. 나머지 32개대학 가운데 24개대학은 모집인원을 줄였고, 8개대학은 동일한 규모를 유지했다. 논술축소에 나선 대학 수만 놓고 보더라도 전체 모집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적성고사는 논술과 상황이 다소 다르다. 모집인원을 늘리거나 줄이기보다는 전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 곳이 대부분이다. 다만, 홍익대가 적성선발을 2021학년 들어 없애고, 을지대가 사회기여및배려대상자전형과 특성화고교졸업자전형의 적성선발을 폐지하고, 한국산기대가 100명, 고려대(세종)가 30명의 모집인원을 줄이면서 전체 규모는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천대, 한신대 등은 모집인원을 한층 늘렸지만, 축소 규모 전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논술전형이 축소 흐름을 보이는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2017학년만 하더라도 논술 선발 규모는 1만4496명에 달했지만, 이후 한 해를 제외하면 꾸준히 몸집이 줄어들고 있다. 가장 선발규모가 컸던 고려대가 2018학년을 기점으로 논술선발을 전면 폐지하고, 다른 대학들도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생긴 일이다. 

대학들의 논술전형 축소가 지속되는 것은 ‘사교육 유발 전형’이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논술전형은 본래 학교 교육을 통해 대비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고, 실제로도 고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문제들이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에서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은 곧 사교육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대학들에 논술전형을 줄일 것을 요구했고, 점진적 축소를 거쳐 종국에는 폐지하기로 방향을 명확히 정한 상태다. 

물론 현재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공교육정상화법 발효 이후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평가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재는 대학들이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만 논술고사를 출제하고 있다. 기존에 논술에 가해진 비판들이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오명은 여전히 남아있어 여전히 논술은 축소·폐지 대상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상태다. 

적성고사는 흐름이 다소 다르다. 2017학년에 4562명이던 것이 2018학년 4885명으로 늘어났고, 2019학년 4636명으로 규모가 축소됐지만, 2020학년에는 4790명으로 다시 몸집을 키우는 등 확대·축소가 번갈아 나타났다. 논술전형과 달리 사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줄어드는 ‘일발역전’ 기회…학령인구 감소가 유일한 위안거리 = 문제는 이 두 전형이 대입에서는 ‘역전의 통로’ 역할을 해 왔다는 데 있다. 현재 대입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을 의미하는 학생부위주전형, 예체능실기전형과 특기자전형 등을 한 데 묶어 이르는 실기위주전형, 수능이 주된 평가요소로 쓰이는 수능위주전형, 논술전형 등으로 분류된다. 적성고사전형은 학생부교과성적을 50% 이상 반영하는 방식이기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일단 분류돼 있는 상태다.

이들 대입전형 가운데 학생부위주전형은 말 그대로 학생부가 당락을 좌우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이라 불리는 교과성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와 비교과 전반을 아우르는 정성적인 종합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지만, 학생부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은 같다. 

그러다보니 학생부를 잘 구축하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학생부위주전형에 도전하기 어렵다. ‘재도전’ 역시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많은 학습량이 곧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기에 ‘재수’를 할 이점이 있는 수능위주전형과 달리 한 번 망친 학생부는 재수험을 거치더라도 개선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소개서 등의 여타 평가요소들을 잘 다듬거나 면접을 잘 준비해 재수에 성공하는 사례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종종 나타나고 있지만, 수험생 전반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것은 아니다. 고교 생활 전반을 충실하게 보낸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이점을 지녀야 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작은 다소 미숙했지만, 뒤늦게 철이 든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가 원천 차단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논술전형과 적성고사전형은 이처럼 소위 ‘뒤늦게 철든’ 학생들, 학생부가 좋지 못한 학생들이 ‘일발역전’에 나설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한다. 학생부가 상당히 좋지 못한 상황이라면 이들 전형마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논술·적성전형은 논술고사나 적성고사를 잘 치름으로써 불리한 학생부를 만회할 수 있는 구조다. 

그나마 2021학년은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한 해 뒤에는 적성고사전형이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적성고사전형은 본래 폐지하기로 결정됐던 전형이다. 2013년 나온 대입제도 간소화 당시부터 적성고사를 전형요소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나온 바 있다. 지원자 대비 합격자가 적어 희망고문 성격이 짙고, 별도 준비가 필요해 정규수업 참여도를 낮추는 등의 이유들이 있어서다”라며 “당장 폐지하지 않고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은 이미 적성고사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성고사 전형에 지원하는 3등급에서 5등급 정도 수험생들이 전공적합성을 염두에 두고 성실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입전형이 유도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부를 망친 수험생들이 택할 수 있는 두 수시모집 전형 가운데 한 전형은 사라지고, 한 전형은 계속해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생부를 잘 준비하지 못한 경우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은 수험생 입장에서 봤을 때 아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물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재도전’ 통로인 수능위주전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능위주전형은 재수생이 재학생들에 비해 가지는 이점이 크고, 모집규모도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022학년 들어 수능위주전형이나 학생부교과전형 가운데 하나를 30% 이상으로 늘리지 않는 경우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불가라는 제재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미 대다수 대학은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이달 초 공개한 대학별 전형유형 비율에 따르면, 정원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가운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곳은 23개교뿐이었다. 

그나마 학생들이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은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1학년 대입을 치를 현 고2 학생들은 45만7000여 명이며, 이 중 일반계고 학생은 37만9000여 명이다. 현 고3과 비교했을 때 전체 학생은 11만여 명, 일반계고 학생은 5만여 명이 줄어든다. 논술이나 적성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경쟁은 오히려 완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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