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직전, 대교협 의견 전달
단순 안내라지만…대학들은 ‘지침’으로 인식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 취지에는 공감…학종 평가 어떻게 하나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을 이유로 지원자격 제한을 전면 철폐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을 이유로 지원자격 제한을 전면 철폐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과정에서 대학가에는 ‘잡음’이 일었다. 검정고시 출신 등 학력에 따른 지원자격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지침’이 급박하게 전달되면서 생긴 일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단순 안내’였다는 입장이지만, 대학들은 이를 ‘강제 지침’으로 인식하면서 혼란은 한층 더 커졌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을 강도높게 적용할 시 학교장추천전형의 ‘대표 격’인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존폐 문제까지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교협은 일단 모든 전형에서 지원자격 제한을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지만, 대학들의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지원자격 제한 풀어라? 균등한 교육 기회 보장 취지 =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를 한 주 앞둔 4월말 대학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대교협으로부터 받은 메일 때문이다. 대교협은 대입전형 시행계획 확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들에 검정고시 출신 등의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균등한 교육기회를 침해할 수 있고, 헌법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조치할 내용들을 제출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교협의 의견을 받은 대학들은 즉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를 ‘강제 사항’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불가판정’을 받았다”고 표현하며, 부랴부랴 지원자격을 수정해 대교협에 전달했다고 했다. 

대학들은 대교협의 요청을 크게 두 갈래로 인식했다. △검정고시 등의 지원자격 제한을 없애라는 것 △학년 제한을 없애라는 것이다. 검정고시 등의 지원자격 제한 철폐는 출신고교나 학력 등에 의한 차별을 없애는 것, 학년 제한을 없애는 것은 재수생 등 N수생의 지원자격 제한을 푸는 것으로 대학들은 봤다. 

지침에 따르긴 했지만, 대학들의 불만은 컸다.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암묵적인 룰’을 대교협이 깨트렸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대교협이 그간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 지원자격 제한이 없는 일반전형을 각 1개 두면 된다는 합의가 있던 터였다. 올해도 그 기준에 따라 동일하게 대입전형을 만들었는데 졸업연도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대입전형 시행계획 확정을 불과 5일 앞두고 이뤄진 일이어서 당혹감이 컸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올해보다 내년을 더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더 강도 높은 지원자격 제한 철폐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올해는 너무 시간 여유가 없어 지원자격 조정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2022학년부터는 더욱 엄격하게 지원자격 제한 삭제를 적용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이란 원칙을 엄격히 적용할 시 학교장추천전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만약 지원자격 제한을 전부 없앤다고 생각하면 특별전형의 취지는 무색해진다. 지역균형선발전형도 유지하기 어렵다. 만약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제한사항을 전부 풀어야 한다면 선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취지 이해하지만,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야…무엇으로 평가하나 = 대교협 요청의 취지에 대해 대학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재작년 말 서울교대 수시모집이 위헌 판정을 받으면서 예고돼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교대는 거의 모든 수시모집 전형을 고등학교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만 지원 가능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결국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자 하는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교육부는 즉각 움직였다. 출신 고교 등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치러진 2019학년 대입부터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서 최소한 1개 전형은 모든 학생들이 동등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자격 제한을 푸는 조치가 이뤄졌다. 대학들이 ‘암묵적인 룰’이라던 수시모집·정시모집 각 1개 일반전형을 둔다는 것과 맞닿아 있는 조치였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1학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는 보다 구체적인 문구가 추가됐다. 대입전형 기본사항 원칙 내 ‘입학전형의 공정성 확보’ 부분에 “전형 설계·운영 시 출신고교 등 학력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됨”이란 내용이었다. 대교협의 이번 의견도 이러한 문구를 의식한 것이었다. 

다만 대교협은 대학들의 반응이 ‘오해’에 가깝다고 했다. 대교협 내부 관계자는 “학력이나 공부 이력만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었다. 전형위원회에서 헌법적인 가치와 교육기본법이 규정한 균등한 교육기회를 침해하는 기준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메일은 전형위의 의견을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교협이 안내했으니 바꿔야만 하는 사항이라고 대학들이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2학년부터 이러한 조치를 한층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는 게 대교협의 설명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2022학년부터 강도 높은 적용이 이뤄진다는 것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항이다. 헌법재판소가 균등한 교육기회 침해라는 의견을 냈지만, 대학의 자율성과 비교했을 때 우선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도 판단해야 한다”며 “서울교대 모집요강이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수시모집 전체에서 검정고시 출신자의 지원이 차단돼있었기 때문이다. 1개 이상의 전형에서 검정고시 출신자의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면, 위헌적인 요소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대교협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지원자격 전면 철폐 조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며 경계의 시각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일부 전형들은 지원자격 제한을 완전히 없애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검정고시 성적을 환산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할 수 있고, 논술전형이나 수능위주전형은 논술고사와 수능의 성적이 주된 평가요소이기에 검정고시 출신자를 평가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사뭇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실한 학교생활을 통해 학업역량을 기른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검정고시를 거친 학생들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고, 면접도 시행하지 않는 대학인 경우에는 학생부가 없는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을 평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대교협도 이러한 부분들을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대교협 관계자는 “지원자격 제한을 모두 없앨 경우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가 남는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항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담는 것도 방법이지만,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형위원회 등에서 논의할 때 대학 의견도 듣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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