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근 경복대학교 교수

역대 정부는 다양한 직업교육 관련 정책을 내놓고 시행해왔다. 그러나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경제적‧법제도적 차별이나 낮은 인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교육제도와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에 본지는 ‘직업교육법제 정비방안’에 대한 10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현행 직업교육 관련법을 검토‧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우리나라 직업교육법제의 정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연재가 고등직업교육을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균등하게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사회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① 역대 정부별 직업교육 관련 정책
② 해외 직업교육 현황(Ⅰ) - 유럽형
③ 해외 직업교육 현황(Ⅱ) - 미국형
④ 해외 직업교육 현황(Ⅲ) – 동아시아형
⑤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Ⅰ) - 미국형
⑥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Ⅱ) - 유럽형
⑦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Ⅲ) – 동아시아형
⑧ 우리나라 직업교육 현황 및 개선방안
⑨ 현행 직업교육 관련법 정비방안
⑩ 전문가 좌담회

안정근 경복대학교 교수
안정근 경복대학교 교수

유럽 국가들의 직업교육은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해 아시아권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일찍부터 체계적인 교육모델을 갖추고 그 규모를 유지하며 질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다. 기업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인력 요구, 직업교육에 대한 우호적인 사회적 인식, 심도 있는 현장 중심의 학습 프로그램 등을 바탕으로 학문중심의 일반교육과 두 축을 형성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EU의 출범에 따른 경제,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겪게 되면서 기존의 직업교육 틀에 일정한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고, 볼로냐 프로세스를 통해 EU 국가 간 단일 교육고등교육제도를 추진하게 됨에 따라 대학교육과 취업 등의 정책과 제도에 큰 변혁이 나타나게 된다.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해오던 유럽의 직업교육 관련 법제는 이 시기를 전후로 여러 가지 변화를 나타내게 되는데 유럽의 각 국가별 직업교육 관련 법제는 다음과 같다.

유럽의 직업교육에 있어 독일의 직업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독일의 직업교육은 직업학교와 산업체가 연계해 이원시스템(Dual-System)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원시스템은 직업학교에서의 이론적 수업과 기업체에서의 실습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의 체계성 확립은 연방교육지원법, 직업교육법(Berufsbildungsgesetze) 등 관련 법제가 명확하게 그 법적인 운영 기반을 제공하는 데 기인한다. 독일에서의 직업교육은 1969년 제정된 직업교육법(Berufsbildungsgesetz)과 직업교육촉진법(Berufsausbildungsfoerderungsgesetz)을 통해 전 독일 내에 통일적으로 규정돼 있으며 직업교육법은 2005년에 포괄적으로 개정됐다. 이미 1949년 제정된 독일연방 공화국 헌법 제7조에서는 연방정부가 직업훈련의 주체가 되고,학교 직업교육은 주정부의 책임하에 두도록 규정한 바 있다.

직업교육법에서는 직업교육 및 훈련을 위한 기업과 교수자의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일정수준 이상의 숙련도와 직업교육에 필요한 전문성, 독일의 직업교육대학에서의 시험통과 기록, 실무 경력 등을 갖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만 기업이 직업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직업교육에 대한 준비가 된 기업만이 이원시스템의 교육 기업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직업교육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직업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직업교육의 기간, 자격체계, 그리고 교육구성과 졸업 시험이 규정돼 있다.

또한, 직업교육법에서는 정부 부처의 역할도 규정하고 있다. 직업교육 및 훈련 관련 연방정부 장관은 매년 4월 연방정부에 각 지역별 직업교육 및 훈련 수요 공급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즉, 직업교육 및 훈련에 대해 정부가 수요 및 공급을 관리하고 있으며, 불균형에 대한 대안의 마련까지 정부의 책임하에 두고 있다. 실제 직업교육 예산의 약 62%를 연방정부 및 주정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는데 이러한 책무성에 기인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기업체가 스스로 정해진 범위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직업훈련을 하도록 하고,훈련생,훈련교사,시설,평가,검정 및 훈련실시에 관한 내용 등을 규정하며,아울러 사업내 직업훈련담당업무 기능을 현재 연방직업훈련연구소가 맡도록 규정했다. ‘직업훈련촉진법(Berufsbidlungsffirderungsgesetze)’은 연방직업훈련연구소가 양성훈련 외에 계속 및 재훈련규정을 추가로 개발하도록 하고, 기업체는 연방직업훈련연구소가 요구하는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1995년 개정된 ‘직업훈련법’과 1994년 개정된‘직업훈련촉진법’이 현재 독일 직업교육제도 제반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법이 됐다.

직업훈련촉진법은 노동시장의 수요에 적절하고 기술, 경제 및 사회적 요구에 일치하는 직업교육훈련의 발전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양질의 충분한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직업교육 훈련 계획을 예측가능하고 장기적인 교육훈련 수요를 고려해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법은 주의 학교법을 적용 받는 직업교육훈련 이외의 직업교육훈련에 적용된다.

핀란드는 2017년 6월, 직업교육관련 법을 크게 강화해 2018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업 교육 및 훈련 개혁 법안은 주로 직업교육에 대한 개인별 학습 경로를 다양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직업교육에 대해 대학원 진학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은 직업교육 졸업생들의 취업을 강화하고 대학원 등 상위 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시스템 중심의 직업교육 관련 법령 규정을 역량 기반의 내용으로 개정했다. 향후 직업교육의 최대 목표를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개별적인 전문 직업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맞춘 것이다. 이 법은 자격에 대한 규정과 비학위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법안의 시행에 따라 현장실습을 포함한 인턴과정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또 이 직업교육 개혁 법안에서는 직업교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이 법을 통한 재정지원은 학생들의 중도 탈락 방지와 기 취득한 기술능력에 대한 인정제도의 정착 등에 있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직업교육의 효과성이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이 법률개정을 통해 대학생과 성인의 직업교육을 통합했다. 과거 핀란드의 대학생 직업교육(전문대학 과정)과 성인 직업교육은 별개의 법 제도와 재정 및 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었으나 2018년 개정을 통해 이 두 부분을 통합한 단일 법안을 완성했다.

프랑스에서는 2015년 1월부터 새로운 직업교육법이 시행됐다. 프랑스의 직업교육법은 1971년 제정됐는데 제정이후 가장 큰 개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직업교육법은 사회의 변화 추세에 맞춰 새로운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 수요에 부응하고,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이 가장 필요한 계층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제도 전반에 걸친 대폭적인 개정을 통해, 그간 누적된 개정으로 인해 복잡해진 직업교육법의 구조를 개편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형태로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고용과 경력개발 촉진을 위한 직업교육제도의 정비 뿐 아니라, 관련 기구들의 협의체 구성 및 대표성 제고, 재정 조달 관련 조항, 개인교육계정 문제까지 포함시켰다. 또,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직업교육에 대한 권한을 대폭 이전하고 역할을 강화하도록 함으로써 직업교육 법령의 체계를 개선하고 그 효과성을 높이도록 했다.

영국의 직업교육 관련 법은 Further and higher education act 1992, Learnings and skills act 2000, Education and skills act 2008, Education and training act 2007, Apprenticeships, Skills, Children and Learning Act 2009, 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 act 2017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최근에 개정된 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 act 2017은 직업교육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사회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직업교육의 개혁 실행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된 현재의 직업교육 체계를 단순화해 15개의 직업 교육 과정으로 정리해 제공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계속교육 및 고등교육법(Further and higher education act)은 영국 청소년들의 중등이후 교육에서의 직업교육을 포함한 계속교육과 고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제정된 법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직업교육을 고등교육과 계속교육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다. 학습 기술법(Learnings and skills act)은 교육훈련협의회를 만들고 계속교육 및 고등교육법에 관여된 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관련 규정과 해당 기관에 대한 지방 재정교부금의 지원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또, 교육의 질관리를 위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감사관 제도를 포함하고 있는데,잉글랜드의 경우 성인학습감사관을 두어 모든 현장 학습 및 성인학습을 감사하도록 하고 웨일스 지방에서는 학교감사관이 그 역할을 확대해 웨일스 지방의 모든 교육과 훈련을 감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학교 중심의 교육과 현장과 기업 중심의 훈련을 학습과 기술로 통합해 평생교육체제를 강화하려는 변화다.

유럽 국가들의 직업 교육 관련 법제를 보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의 법령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직업교육 기관에 대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직업교육기관의 형태와 자격, 범위, 운영방법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재정지원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함으로써 직업교육을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지원 및 관리한다는 강한 신뢰를 심어주고 있다.

두 번째는 직업교육 환경에 대한 부분이다. 현장실습을 중심으로 현장 중심의 교육에 대한 상세한 교육 환경 요건을 정의하고 있으며 직업교육에 참여하는 교사 및 현장 교수자에 대한 정확한 자격을 규정해 직업교육의 질 관리 체계를 뒷받침 하고 있다. 또, 유럽형 직업교육의 특징이며 중요한 직업교육 환경인 산학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업교육에 있어서 산업체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부분, 산업체의 역할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 즉 기업에 대한 특혜 부여방법도 포괄적으로 논하고 있다.

세 번째는 직업교육 이수자에 대한 부분이다. 직업교육 이수자에 대한 사회적인 지위 보장과 불필요한 차별의 배제, 전문적인 직업 기술 인력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국가에 따라서는 대학원 과정에 준하는 고급 직업기술 학습의 단계부여 등 직업교육 이수자 권익보호를 법령에 포함함으로써 직업교육으로 진입하려는 학생들의 진로선택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직업 교육에 대한 통합적인 법제화를 통해 직업 교육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독일 직업 교육 및 훈련의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 체제가 구축돼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직업교육훈련의 정책은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