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 본지 논설위원/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유은혜 부총리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시대적 변화를 지적하면서 대학의 구조조정이 곧 진행될 것이라 밝혀 대학가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만큼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쉽게 찾기 어려워졌다. 구조조정이 되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고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으로 일반적으로 인식돼 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사회에서 외부 상황에 따른 구조조정은 현재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기관평가, 기본역량평가와 같은 종합평가에 따른 구조조정, PRIME 사업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긴 구조조정이 그 예다. 

이번 유 부총리의 구조조정에서 핵심은 혁신이다. 혁신하는 대학만이 미래에 생존할 수 있고 정부는 혁신하는 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혁신은 ‘묵은 풍속, 조직, 관습을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함’이 그 본 의미다. 하지만 대학은 사회 조직 가운데 가장 혁신에 둔감한 조직으로 널리 인식돼 있다.

왜 그러한가? 첫째, 대학은 고등교육 법령상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표로 하지만 이를 측정하는 타당성 있는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혁신이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가진다. 가령 대표적인 학생성과의 지표인 취·창업률이 높으면 혁신에 성공한 대학인가? 취업 자리가 제한된 현 상황에서 취업률은 제로섬 게임과 다름없으며 2016년 현재 133개 4년제 대학에서 학생창업기업은 978개에 불과해 학생성과를 통해 혁신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둘째, 혁신을 위해서는 대학전체의 혁신목표 설정과 이를 위한 구성원들의 동의와 협조가 필수적인데 대학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배경, 역할과 책임을 가진 세 주체-교수·직원·학생-로 구성돼 있어 혁신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학생들은 매년 새롭게 입학하며 2~4년만 대학에 등록되기 때문에 대학본부가 특정 학생집단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정책을 펴기 어렵다. 상당수 교수는 테뉴어(Tenure)라는 제도적 안전망 아래 혁신을 꺼린다. 교수들이 대부분 대학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실에서 직원이 주도하는 혁신은 매우 제한적이다. 즉 ‘한 지붕 세 가족’으로 구성된 대학에서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매우 어렵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에 보장돼 있지만 교육의 공공성과 대학입시의 중요성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학은 혁신을 억제하는 제약에 둘러싸여 있다. 입시제도, 등록금 책정, 학과신설 및 정원조정, 국가장학금 제도, 시간강사법 등 다 열거하기도 힘든 다양한 공적규제를 통해 대학은 제한된 혁신을 시도할 수밖에 없으며 이마저 열악한 재정으로 성과로 이어지기 힘든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혁신을 포기해서도 멈춰서도 안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은 산업·정보사회에서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포스트 휴먼사회로 변화되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있다. 따라서 대학은 인간과 사회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초월적 이해는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혁명적 사고(思考)의 발원지가 돼야 한다.

이 짧은 글에서 이러한 사명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대학혁신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혁신의 내부적, 구조적, 환경적 제약조건 극복이 대학혁신의 실질적 첫걸음이 돼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대학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대학이 새로운 시대에서 담당해야 하는 책임과 역할을 치열하게 토론해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해 교수, 직원, 학생의 쇠우리를 넘어 자신이 속한 학과, 단과대, 대학만이 해낼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대학의 자율적 혁신목표와 혁신방향을 정부와 사회는 조건없이 도와주어야 한다. 서로 신뢰를 가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믿고 기다려야 한다. 단기적 결과나 예산집행의 효율성에 집착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대학이 미래를 밝힐 수 없다면 어차피 그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대학은 사회를 위한 혁신을 수행하고 사회는 대학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더 나은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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