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연구원

5월 13일 충격적인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와셋과 오믹스로 대변되는 부실학회 참가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 수가 574명에 달하며, 2회 이상 참가한 사람은 119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교수의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재 논문 139건에 대한 검증을 실시한 결과 12건의 연구 부정행위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직 85건은 자체 검증 중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혹 이러한 연구부정과 관련된 뉴스를 너무 자주 접해 별로 충격적이지 않다라고 답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 또한 너무 충격적인 일이다. 물론 인터넷에서 연구 부정이라는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하면 2010년 104건에 불과하던 관련 뉴스가 2018년에는 1182건, 2019년 현재 5월까지 576건으로 매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기에 매번 발생하던 일이 또 발생했거니 하고 치부해버리는 그런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렇게 반응한다 하더라도 학계와 연구계는 좀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

이번 발표가 더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이에 대한 대학의 조치 현황이었다. 부실학회 참가자의 경우 이 문제가 제기된 지 1년여 가까이가 지났지만, 아직 40명에 대해서는 부실학회 참가에 대한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미성년 자녀 공저자 연구부정행위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면 이에 대해 신속한 검증을 바탕으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지는 못할망정 오랜 검증 기간이 소요된 것은 물론 심지어 징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 상황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심지어 우리는 이러한 문제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것을 지켜보기까지 했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상황인가. 이 정도면 대학이나 학계 스스로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은 아닐는지.

이러한 연구 부정 및 연구 비리가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계와 연구계를 대표하는 어떠한 조직이나 대학 그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성명을 발표하거나 자구책을 만든 적은 없다. 간담회 정도만 몇 차례 진행됐을 뿐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없었다. 심지어 연구자들의 개인 칼럼에서도 이와 관련된 자성의 목소리는 찾기가 너무 힘들다. 일부 사설에서만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되고 있을 뿐 교수나 연구자 개인이 기고하는 칼럼에서 이와 관련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내용은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에 비해 정부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발표했다. 2007년 연구 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제정하는 한편, 2010년에는 과학기술기본법에 연구 윤리 확보 조항을 신설했고, 증가되는 연구 부정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윤리 교육이수 의무화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실행해오고 있다. 그리고 13일에도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문화 정착을 위한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어떻게 보면 연구자 스스로 만들어야 할 부분을 정부가 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또 수많은 규제가 만들어졌다고 한탄할 것이다.

대학과 연구자들은 항상 연구와 관련해 다양한 정부의 규제에 대해 많은 불만을 토로해왔다.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규제가 만들어진 배경에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그 잘못을 줄이기 위해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연구 부정, 연구 비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 된 이후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대학과 연구자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얼마나 보여줬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부디 앞으로는 학계와 연구계가 정부의 규제가 아닌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바탕으로 건강한 연구 생태계를 만들어 더 이상 이러한 부끄러운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지 않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가 만든 이러한 정책들을 발표하는 일조차 필요 없게 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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