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30일 열린 프레지던트 서밋 제5차 콘퍼런스에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규제 샌드박스’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한명섭 기자]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30일 열린 프레지던트 서밋 제5차 콘퍼런스에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규제 샌드박스’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등록금 책정과 인상 상한 제도를 비롯해 학생 선발, 정원, 학사 제도 등이 각종 규제로 묶여 있다. 교육 분야에 단계적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장제국 동서대학교 총장은 5월 30일 열린 프레지던트 서밋 제5차 콘퍼런스에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규제 샌드박스’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장 총장은 세계 혁신 대학 사례와 규제, 한국 고등교육 주요 규제 현황, 대학에 대한 인식전환을 중심으로 발표하면서 “대학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얘기하는데 대학의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세계 혁신 대학의 공통점… ‘자율성·다양성’ 보장 = 장 총장은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과 풀 세일 대학(Full Sail University)을 세계 혁신 대학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장 총장의 발표에 따르면 미네르바 스쿨은 2011년 설립해 2014년 개교한 굉장히 젊은 대학으로 캠퍼스 없이 철저하게 온라인 수업으로 운영된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세계 7대 도시의 공유기숙사를 돌며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울 수 있다. 

미네르바 스쿨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점은 학생 선발 방법과 교육과정이다. 이와 관련해 장 총장은 “미네르바 스쿨은 다섯 번의 원서접수 기회를 제공한다. 4주 이내 입학 결과통보를 하는 ‘Binding Enrollment Option’을 포함해 다양한 입시를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입학 정원이 따로 없다. 좋은 학생이 많이 오면 많이 뽑고, 적을 경우에는 덜 뽑는 식”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입학정원 시스템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교과목의 모듈화, 다양화하지 않은 교과목을 교육과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적은 비용으로 운영된다는 강점이 있다고 장 총장은 설명했다. 

장 총장은 미네르바 스쿨의 또 다른 특징으로 수업, 실습, 입학허가율 등을 제시했다. 장 총장은 “자체 제작한 온라인 강의와 유수대학의 온라인 강의 구매를 통해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고학년 전원 해외파견, 현지강의 수강, 캡스톤디자인 프로젝트 수행을 통한 실무경험 강화 등을 통해 실습이 이뤄지고 있다”며 “입학허가율을 보면 하버드대의 5.2%보다 낮은 2% 수준”이라고 전했다. 

풀 세일 대학과 관련해선 장 총장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영리를 추구하는 대학(For-profit University)이다. 새벽 2~3시에도 수업이 가능한데 시간에 제약 없이 학사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다보니 매월 입학식과 졸업식이 열리고 매월 학위과정이 시작되는 등 2년 만에 졸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미디어, 예술 분야의 하버드대를 지향하고 있다. 기업의 제작 환경을 대학 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직접 이 학교에 가서 보니 스포츠전문채널(ESPN)이 들어와 있어 학생들이 중계방송을 듣고 공부를 할 정도로 산학협력이 잘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장 총장이 언급한 세계 혁신 대학을 분석해보면 대학 설립, 입시·수업·재정 등 교육 전반에 관한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게 핵심이다. 그렇다면 국내 고등교육의 상황은 어떨까.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교육과정 전반에 대해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전환과 함께 대학혁신을 할 수 있는 자율성·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교육분야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사진=한명섭 기자]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교육과정 전반에 대해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전환과 함께 대학혁신을 할 수 있는 자율성·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교육분야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사진=한명섭 기자]

■ 각종 규제 묶여 차별성 없는 ‘붕어빵 교육’ 양산 우려 = 우선 장 총장은 한국 고등교육의 주요 규제 사항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가장 먼저 일반 경상비 차별과 등록금 상한제 규제에 대한 측면을 꼽았다. 장 총장은 “정부재정 경상비의 경우 사립대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보편적 대학교육을 위한 정부 경상비를 보전하고 정부규제에 대한 비용보상제도 및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을 제안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등록금 상한제 규제 관련해선 “고등교육법 제11조 7항에 따르면 등록금의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 1.5배를 초과하지 못하는데 대학자율 결정권을 부여해 등록금 상한제 추가 규제도 제한해야 한다. 상한제를 유지할 경우 11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대학재정이 황폐해진 상황을 고려해 결손금액의 국고지원 보전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 선발과 정원 규제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장 총장은 “학생 선발, 정원, 학습장, 현장학습 문제도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시행령,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정원 내·외 입학정원의 대학자율성을 강화하고 대학별 수용·교육능력에 따라 학생정원 결정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 교지, 학습장운영의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는 한편 교육장 이동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고 허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사제도와 온라인 강좌도 규제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장 총장은 “규격화된 교육과정, 4년 커리큘럼, 수업시간, 학위제도 등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대학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또 학사제도에 대한 심의, 승인 사항을 완화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장 총장은 “온라인 강좌 기준(20% 초과금지), 온라인 강좌 시간기준(25분) 규제들이 있어 오프라인 대학들이 갖고 있는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주도의 대학평가와 관련해서는 평가는 할 수 있지만 정해진 틀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비슷한 상황으로 내몰려 결국 대학마다 특색있는 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차별성이 없어진다는 견해를 내놨다.  

■ 대학, 규제 대상이 아닌 지원 대상으로… “인식 전환 이뤄져야” = 장 총장은 대학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즉 대학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발전의 원동력이기에 지원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 총장은 “대학혁신의 기본은 자율성 보장에 있다. 즉 자유시장 논리를 존중해야한다”며 “BTS(방탄소년단)나 류현진(LA다저스) 같은 글로벌 인재들을 보면 규제 없이 풀어주니까 세계적 인재로 발돋움하지 않았나. 대학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대학들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철폐에 대한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장 총장은 “현실적으로 모든 규제를 한꺼번에 푸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현재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교육분야에서 단계적으로 도입하자고 제안했다”며 “대학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시범실시→효과 검정→단계적 규제 해제’를 통해 규제를 철폐해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