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필자는 조지 S. 클레이슨의 《바빌론 부자의 돈 버는 지혜》를 읽으면서 학생들에게 돈과 경제교육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책은 개인이 얄팍한 지갑에서 벗어나는 7가지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 그 비결은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데 누구나 실천이 가능한 것이다. 7가지 비결은 자신이 밥벌이를 해야 하고, 지출을 관리하고, 돈을 굴려서 이익을 창출하고, 투자할 때 돈을 잘 지키고, 미래의 수입원을 찾아 돈 버는 능력을 키우라는 조언을 포함하고 있다.

필자는 아이들의 진로교육을 할 때 돈과 경제에 관한 내용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대학을 포함한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모두 사회에 진출해 더 나은 경제생활을 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앞으로 인생에 필요한 돈과 경제에 대한 교육이 빈약하고,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에서는 현재와 미래의 돈의 흐름과 경제에 대한 교육보다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더 많다.

실제로 학생들이 돈과 경제에 관해 학교에서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경제 과목을 선택한 학생 일부에게만 학문적인 기초를 가르치고 있는 정도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의 가정에서 부모와 청소년 자녀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3분도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좋은 대학에 가면 생애 소득이 많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여러 가지 사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볼 때 성과가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들은 돈과 경제를 공부하기 이전에 내신 점수와 성적, 입시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진 것처럼 믿기도 한다. 그렇기에 생각이 있는 교사들이 경제를 말하고 미래의 변화를 말해도, 그것은 듣는 순간의 자극일 뿐 아이들의 생각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평과 핀잔의 대상이 될 뿐이다. 돈과 경제는 대학 진학 여부와 관계없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많은 곳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에 대한 담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급격한 변화에 대한 정보의 교류나 피드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가 공식적인 교육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돈의 소중함과 가치 그리고 관리에 대한 지도도 없다. 그래서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른 채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한다. 그러다 보니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빚쟁이가 돼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 청소년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지 않다. 돈과 경제에 대한 개념을 가르친다면 좀 더 성숙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돈을 잘 벌고 지킬 수 있는 능력의 교육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돈과 경제를 모르고, 미래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학을 진학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데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거나, 지금은 전망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10년 후 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에 상황이 어렵게 될 것이란 전망이라면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돈은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자면 피와 같은 것으로 아주 소중한 것이다. 피가 돌지 않으면 사람이 살 수 없듯이, 사람의 생활에서 돈이 돌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모든 인간의 삶은 사회 속에서 돈을 벌고 관리하는 생활을 해야 하고, 급격히 변하는 사회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진로지도를 할 때 돈과 경제에 관한 교육을 포함했으면 좋겠다.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예측하면서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지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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