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주현재 교수
주현재 교수

지난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이 국내에 개봉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을 히트시킨 봉준호 감독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번 수상으로 그가 만든 영화, 더 나아가 우리나라 영화가 이렇게 국제적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이들도 많을 것이다. ‘기생충’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년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떠올랐다. 작년에 이어 칸에서 아시아 영화가 연달아 최고 권위의 상을 받은 것도 대단하지만 두 영화 모두 ‘가족’이 중요한 소재고, ‘사회적 양극화’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 두 편의 영화 말고도 자본주의 시대의 경제·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우수한 작품이 최근 부쩍 많아지는 추세다. 오늘날 세계인들이 깊이 공감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범인으로 늘 지적되는 교육. 우리나라 대학교육에는 양극화가 없을까. 수도권과 지방의 입시경쟁률 양극화부터 국립대와 사립대의 재정수혜 양극화, 그리고 일반대와 전문대의 체제 양극화까지. 대학 간 양극화가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기부금 양극화를 보자. 2017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은 대학은 서울대다. 서울대는 749억5347만9000원으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았다. 문제는 서울대 외에도 기부금을 많이 받은 대학들은 입시생들에게 소위 상위권 대학이라고 불리는 특정 대학들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상위대학과 하위대학 간 기부금 실적의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대학교육의 양극화와 양극화의 고착화는 다수의 대학구성원을 절망케 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보이지 않는 서열화가 존재한다. 이러한 서열은 공식적으로는 보이지 않기에 더 무섭고 개혁도 어렵다. 이와 더불어 등록금 인상이 제한된 상황에서 현재 재정이 풍부한 대학과 재정이 부족한 대학 사이의 교육 서비스는 앞으로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특히 재정 압박이 심한 대학일수록 연차평가를 받아야 하는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만 매이게 되고,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교육의 새로운 변화와 시도보다는 단기적 실적을 중요하게 만들 공산이 높다.

교육부는 교육에 대한 기존의 벽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대학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대학 혁신지원 사업 평가는 사업 수행 기간 3년을 종합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K 오케스트라의 20주년 연주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연주회 시작 전 지휘자가 사립 K 오케스트라단의 지난 20년 동안의 소회를 말했다.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서 고생했을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단 운영을 후원하는 이들의 노고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의 자녀이고, 이들의 음악을 애호하는 계층 또한 부유하기 때문에 이들의 진로는 안정적일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옛말이다. 나중에 표를 준 후배에게 들어보니, 현재 K 오케스트라의 주요 후원자가 유명 K-pop 가수와 그 가족이라고 한다. 상위계층의 문화로 인식되던 오케스트라가 과거에 소위 딴따라라고 불리던 대중음악 가수의 후원을 받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대학교육의 양극화와 양극화의 고착화를 풀어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확실한 답은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부 주도의 교육개혁이 이어지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극단의 하위에 자리한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펼칠 수 있는 선제적이면서도 다양한 발상의 시도가 평가와 규제에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이미 젊은 세대에는 대학교육이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가벼운 수준의 학습은 설민석 같은 유튜버를 통해 흥미롭게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면? 유다시티와 무크 등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된다. 이러한 나의 학습활동은 나노디그리(Nanodegree) 형태로 공인받을 수 있다.

대학교육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K-pop가수의 후원이 필요한 오케스트라처럼 유튜브의 지원을 받아야만 대학 운영이 가능할 날이 올지 모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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