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경 前 교과부 차관(한양대 교수)

김창경 전 교과부 차관이 15일 미래대학 콜로키엄 8주차 일정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창경 전 교과부 차관이 15일 미래대학 콜로키엄 8주 차 일정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삶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진보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점차 4차 산업혁명을 피부로 느끼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때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무엇이고 기술 진보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 것일까.

제1기 미래대학 콜로키엄 8주 차 강연이 진행된 15일, 김창경 전 교과부 차관은 ‘기술의 진보와 생명공학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김창경 전 차관은 생명공학의 발전 상황에 방점을 찍고 기술 진보의 ‘현재’와 주요 변화를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먼저 석유, 금융,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의 기업들이 몰락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전성시대가 왔음을 설명했다. 2013년 미국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5개 기업은 1위인 애플을 제외하면 전통적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었으나 2018년에는1위부터 5위까지 애플, 알파벳, 아마존, 텐센트 등 모두 데이터 기반의 기업들로 바뀌었다.

김 전 차관은 이 사이에 이뤄진 기술의 진보 양상에 주목했다. 2012년 컴퓨터가 개와 고양이를 구별한 데서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얼굴의 세세한 특성을 이해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인간처럼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딥마인드의 사례로 더욱 잘 설명된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12월, 딥마인드는 사람이 만든 가장 쉬운 게임인 블록격파의 최상위 레벨에 올랐다. 기본적인 것만 가르쳤고 스스로 블록을 깨면서 전략을 이해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구글이 5000억 달러를 주고 딥마인드를 샀고, 알파고를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블록격파를 배운 지 2년 만에 바둑에서 이세돌을 4 대 1로 이기며 인간의 수준에 도전한 것이다.

알파고 역시 진보를 거듭했다. 이세돌을 이겼던 알파고는 약 5000년간 축적된 대국 기록과 전술이 입력됐지만, 알파고 제로는 바둑의 기본 원리만 입력시키고 스스로 바둑을 익히도록 했다. 알파고 제로는 사흘 만에 알파고를 이겼다. 이후 딥마인드는 신약개발 분야에 진출했다.

김 전 차관은 “인공지능은 세상을 바꾸는 기술 2위에 선정됐다. 1위는 다름 아닌 유전자 편집 기술이었다. ‘크리스퍼’라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컷 앤 페이스트(Cut and Paste)’라는 워드 프로세싱과 같은 방법으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유전자 편집은 우리 몸의 설계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의 기술 진보는 사실 연결돼있는 것임을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2012년 인공지능 기술이 진보한 때에 유전자 기술도 진보했다. 이 놀라운 기술이 동시에 나타났다. 사실 기술이 IT로 가면 인공지능, 생명공학계로 가면 유전자 기술 진보가 된다”면서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비약적인 진보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발전이다. 김 전 차관은 “GPU는 유전자 분석에 쓰이고 있다. 이 기술이 자율주행차에도, 인공지능 기술에도 쓰이는 것”이라며 “GPU를 생산하는 NVIDIA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회사들이 있다. 데이터를 저장할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류를 위협하는 기술인 인공지능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술 진보의 수준을 설명하고 기술 진보와 생명 윤리, 기술 규제의 충돌 현상과 이를 극복하고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에서 성과를 이루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김 전 차관은 유전자 편집기술의 발전과 인간 수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텔로이어’ 연장의 성공 등이 ‘경천동지 할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생명공학 발전으로 인해 가능해진 것들은 △유전자 도핑 △생명 연장 △유전자 조작의 대중화 △유전자 분석의 대중화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 베이비’ 탄생 △슈퍼 농작물 등장 △모기 박멸 △암, 난치병 치료 △장기 인쇄 등이다. 이외에도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 복제, 창조 등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하면서 생명윤리와 충돌하는 점을 언급하고 ‘과학기술이 인류의 근본을 바꾸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이러한 모든 변화가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됐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중국에서는 아기 유전자 해독 산업이 성업하고 있다”고 말하며 ‘23andMe’의 유전자 분석 키트가 아마존에서 저렴한 값에 팔리고 있고, 업체는 유전자 데이터를 구축해 신약 개발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 등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사례들을 설명했다.

다양한 비즈니스가 발달할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데이터를 축적만 할 뿐, 여러 규제로 인해 시장 진출의 기회를 잃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 분석으로 질병 정보를 확인하는 키트를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규제에는 국경이 없다. 머리카락 몇 개만 보내도 분석이 가능하다”면서 “결국 불법화하면 우리나라 사람만 질병에 대비하지 못해 죽고, 데이터만 빼앗긴다”고 비판했다.

김 전 차관은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은 대학 진학에 필요하고,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취업할 때 필요하지만 취업하면 기존 지식만으로는 퇴출당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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