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조인원 전 총장 임기 만료 퇴임…선출방식 놓고 팽팽
단국대도 장 전 총장 임기 중 중도 사임… 간선제 추진
대학 관계자 “대학 위기관리 새로운 ‘리더십’ 흐름 반영된 것”

장호성 단국대 전 총장이 사임의사를 밝히며 대학 구성원에게 보낸 메일.
장호성 단국대 전 총장이 사임의사를 밝히며 대학 구성원에게 보낸 메일.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국내 주요 대학의 이른바 ‘사학 황태자’들의 총장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해 말 경희대 설립자 아들인 조인원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친 데 이어 최근 장호성 단국대 총장이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에 중도 사임했다. 대학 설립자의 자손인 총장이 총장직을 내놓는 데는 “대학이 위기이고 이를 관리할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재단의 임명으로 이뤄지는 '임명제' 방식으로 선출됐던 두 총장은 퇴임(사임)과 동시에 총장 선출 제도를 바꾸면서 선거제도의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지난 16일 장호성 단국대 총장이 임기를 9개월 앞두고 중도 사임했다. 장 총장은 사임 전 대학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말이 있듯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대전환기에 새로운 리더십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9개월여 총장 잔여 임기를 단축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는 총장을 모시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희대도 6개월 전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경희대 설립자인 조영식 초대총장 아들인 조인원 총장이 지난해 12월 연임을 포기하고 퇴임했다. 조인원 전 총장은 2006년 제13대 총장에 오른 후 지난해까지 12여 년간 총장을 지냈다.

두 대학에서 설립자 아들이 총장직에서 물러난 배경의 핵심은 총장 선거 제도이다. 두 대학 모두 그동안 임명제로 이뤄졌던 총장 선거를 간선에 의한 선출로 변경한 게 변화의 이유 중 하나다.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여 학생, 교수, 직원 등 대학 구성원도 총장선거에 참여하는 ‘간선제’를 도입한 것이다.

장호성·조인원 전 총장은 법인 이사회에서 총장 선정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임명제’로 선임됐다. 사립대학의 약 70%는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완전임명제’를 택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의 참여가 완전히 제한된 선출 방식으로 구성원과의 소통보다는 재단 측의 일방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데 그친다는 한계가 지적되는 부분이다. 대학의 자치, 학문의 자유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제외한 30% 정도만이 직선제 또는 간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해 조인원 총장이 사임하면서 개교 69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 선출방식을 도입했다. 조 전 총장 퇴임 이후 6개월여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며 총장 간선제를 위한 구성원과 의견을 조율 중이다.

단국대도 장 전 총장의 사임을 끝으로 개교 72년 만에 처음으로 총장선출 ‘간선제’를 추진 중이다.

장 총장의 퇴임에 따라 17일부터 신임 총장 선출 시까지 단국대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어진우 교학부총장은 “지난해 이사회에 요청해 총장 임명제를 간선에 의한 선출로 바꾼 마당에 새로운 분을 빨리 모셔 대학을 운영토록 하는 게 좋겠다는 게 장 전 총장의 의견”이라며 “대학이 급변하고 있는 환경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인물이 후임 총장의 인물상”이라고 밝혔다.

한양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김종량 전 총장이 처음 총장으로 발을 딛은 1993년 당시 총장 임명제 선출방식을 택했지만 김 전 총장이 3연임을 이루면서 간선제로 전환했다. 총장 임명제는 설립자 자손이 총장직에 이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통해 왔지만 이를 간선제로 변화시키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요구와 의견이 일부 반영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두 전 총장의 총장직 ‘마무리’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차후 재단 이사장직을 맡기 위한 움직임 아니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양대 초대 총장인 김연준 박사의 아들로서 12년간 8대에서 12대(1993년 3월 ~ 2011년 3월)까지 총장을 지내다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김종량 이사장과 같은 행보를 보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단국대 한 교수는 “정확한 향방은 모르더라도 정년이 1년 남은 장 전 총장은 우선 평교수로서의 길을 원하는 듯하다”며 “추후 이사장으로 가더라도 빠른 시일 내 있을만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현청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장은 “대학 설립자 후손이나 친인척이 총장직을 맡다 자리를 내놓으며 총장 선출방식을 간선제로 바꾸는 것은 특정 인물의 문제라기보다 선출방법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위기를 맞은 대학구성원들의 요구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특히 요즘 같은 대학 환경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위기관리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대학 상황에 맞는 선출 방식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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