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점 극복 위해 ‘R&D 전주기적 지원 기능 확대’ 등 아이디어 제시
이해 당사자가 연구에 참여해 사회적 문제 해결하자는 의견도 나와

한국연구재단은 통합 10주년을 맞아 2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정책포럼을 열었다.[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한국연구재단은 통합 10주년을 맞아 2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정책포럼을 열었다.[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한국연구재단은 2009년 통합 출범 당시 예산이 2조 4622억원 규모였으나 올해 예산은 5조7600억원에 달해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2017년 기준 2만8124개의 연구과제를 지원·관리하고 있고, 같은 해 동안 SCI논문을 1만8289건 창출해 국가 전체 SCI논문 수 중 30.2%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통합 출범 10주년을 맞아 2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관리 중심의 연구 및 인재양성 지원역할, 수동적 연구지원 기능은 아쉽다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통합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염 교수는 “탈추격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 요구, 사회적 난제 해결요구 증가 등 거시적 국가연구 환경이 바뀌면서 R&D 시스템이 변화됐다”며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미래 역할을 위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염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은) 관리 중심의 연구 및 인재양성 지원 역할에 한정되고 정부 위탁사업 중심의 수동적 연구지원 기능에 치우쳤다. 또한 지나치게 다양한 위탁관리 사업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빚고 있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염 교수는 기능, 재정, 지위 등으로 구분해 미래 역할과 위상의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R&D 관리 기능 한정 R&D 전주기적 지원 기능 확대’를, 재정적인 측면에서 ‘낮은 재정자율성 전략적 재정 활용 권한 확대’를, 지위적 측면에서 ‘부처 소속 기관 범부처 지원 기관’으로 바뀌어야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기조강연 이후 여준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로봇미디어연구소 소장,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3명이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여준구 소장은 조직 개편, 상근연구분야 전문가 충원 및 역할 분담, 운영비 적정화와 학문분야별 묶음예산 시행 등을 중심으로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특히 여 소장은 “기획부터 평가, 선정 및 성과 관리까지 ‘연구지원 전주기’에 걸쳐 관련 제도와 시스템 등 디테일한 운영방안과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열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역할에 대해 4가지 포인트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기초학문 지원 강화, 규제의 불일치를 줄이는 연구 절실, 인문사회과학분야 예산 현실화, 공정한 오픈데이터 생태계 구축 등을 꼽았다. 

송위진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과학기술혁신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연구재단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사회적 도전과제를 구체화해 R&D와 혁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을 발전하는 ‘혁신정책 3.0’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해 당사자(현장 활동가)이 연구에 참여해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연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힘을 합쳐 사회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얘기다.

한편 노정혜 이사장은 정책포럼에 앞서 통합 출범 10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노정혜 이사장, “과학기술 분야의 대형 국책연구사업에 인문사회 연구자 함께 참여한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 3개 기관이 합쳐 통합 10주년을 맞았다. 기대했던 효과가 달성됐다고 보나.
“인문사회 연구와 과학기술 연구가 같은 우산에서 다뤄지면서 인문사회 분야가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지고 과학기술 역시 인문사회의 중요성을 서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중점을 두고 하고 싶은 것은 두 영역 사이에 서로 같은 공통의 질문을 도출해 같이 해결하려는 융합연구를 더 많이 장려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이런 일환으로 올해부터 과학기술 분야의 대형 국책연구사업에 인문사회 연구자들과 함께 기획·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 대형 국책과제에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재단의 생각인지 아니면 과기부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인문사회연구본부, 국책연구본부에서 교류가 있어서 재단 내에서 그러한 제안을 했고, 과기부와 협의를 했다. 과기부 측에서도 좋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협력연구를 점차 늘리려고 한다. 하지만 말은 쉬운데 양쪽 연구자들이 워낙 오랫동안 서로의 분야에서 다른 방식으로 일해 왔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융합과제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 조직 구성 측면에서 기초연구본부 등 7본부가 사무총장 직속체제로 돼 있다. 이 같은 구조가 학문연구의 자율성에 문제가 되진 않나.
“직재상 제가 가장 상위의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사무총장은 업무적인 면에서 중간에 사무총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각 본부는 모두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면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사무총장은 행정적 측면에서 그 역할을 하고, 과제적 측면에서 직원들이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 대학 강단이 아닌 재야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은 어렵나.
“사실 소속이 어디냐가 연구자의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데 중요하지 않다. 소속이 어디냐가 관건이 되는 게 아니다. 다만 연구비를 제대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대학 연구소나 공인된 기관을 통해 그 일을 할 수 있다. 대학의 연구소나 공인된 협동조합에 적을 두시거나 하면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 연구비 관리 차원에서 그런 것들이 필요해서다.”

- 상위 소수의 연구자가 연구비를 가져가는 독점적 구조라는 지적도 있던데.
“좀 더 허리에 해당하는 연구비, 다시 얘기하면 연구비 단위가 너무 작은 것이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으면 상위 연구자들에게 큰 연구비가 있다. 중간에 어느 정도 상당한 사이즈의 연구비를 가져가는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 쪽이 많이 보강돼야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늘어나는 예산을 기초연구 쪽으로,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연구비를 계속 늘릴 예정이다. 늘어나는 연구비 포션을 중견 연구에 더 많은 투입하면 조금 교정되지 않을까 싶다.”   

-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지원이 대학단위로 이뤄지는 경향이 크다.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인문사회 연구비의 60% 이상이 연구소나 HK 등 그룹연구다. 오히려 개인과제들은 40% 과반수 미만이다. 개인 연구비를 너무 많이 희생해 집단연구로 가는 것이 과연 좋을까. 이 문제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인문사회연구비 전체가 늘어나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인문사회 연구는 개개인의 연구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 사이에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돼야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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