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관광레저항공경영학과 교수

라마2세가 건설한 방콕 왕궁 내 에메랄드 사원.
라마2세가 건설한 방콕 왕궁 내 에메랄드 사원.

관광이 무엇인가. “편하게 잘 놀고먹으면 그것이 관광이 아니냐” 라고 쉽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은 매슬로의 욕구 1단계에 치중해 있는 계층에게 일리가 있는 얘기다. 고차원적으로 올라가면 그 의미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자신이 평생 꿈꾸던 곳을 찾아가는 테마 관광에 도달하게 된다. ‘관광’이란 현상은 우리 인류 문명이 태동하고 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존재했고 현재는 대학에서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관광활동으로 인한 경제적 부가가치는 제조업을 능가하고 있다. 또한 국가 간 관광객의 이동으로 인한 효과는 Tourism is Passport to Peace로 불릴 만큼 국제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광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설명하지만, 필자는 ‘인간의 자유 시간(Leisure) 가운데 생활의 변화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여러 행위(Recreation) 중 일상 생활권을 떠나(Travel) 다른 자연 및 문화적 환경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련의 행위(Activity)’ 라고 정의해 강의하고 있다. 현대인의 여행 패턴은 일단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를 떠나 항공과 같은 교통편으로 이동해 리미널리티(Liminality)를 넘어 리미노이드(liminoid)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통과의례를 거쳐 목적 관광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느끼기도 하지만, 색다른 자연환경과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하고 저렴한 체류 경비에 맛있는 먹거리를 즐기는 것이 일반화돼 가고 있다. 여기에 그곳 주민들의 국민성이 Hospitality(환대정신)가 강해 모든 관광객을 미소로 반긴다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태국(泰國)이 최고다. 공식 국명은 타이(Kingdom of Thailand)로 불리고 있으며, 옛 이름이 시암(Siam, 1856∼1939) 왕국인 이 나라는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고 마치 아버지처럼 국민을 사랑하고 자원이 넉넉하고 바다와 밀림이 있어서 모든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출라롱콘(Chulalongkorn,라마 5세)이라는 현명한 군주가 있어서 식민제국시대와 2차 세계대전의 격변기에도 유연한 국제 외교 전략을 구사해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이민족에게 지배를 받지 않았던 자존심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블루 엘리펀트 레스토랑.
블루 엘리펀트 레스토랑.

태국이 최고의 관광지인 이유는?  

수도는 ‘천사의 도시(Krung Thep)’라 불리는 방콕이고 ‘동양의 베니스’로 칭송을 받았던 수로로 연결된 물의 도시였다. 주요 관광지로는 파타야, 아유타야, 치앙마이, 푸껫 등을 포함해서 전국이 모두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국의 새해에 해당하는 4월 초, 가장 더운 시기라는 기후적 조건마저 ‘송크란’이란 물 축제로 승화해 전 세계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관광지는 항상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현대인에게 해방구의 역할이 돼야 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제도와 관습으로 그것을 억제하는 곳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상실된다. 관광 마케팅의 최고의 목표는 재방문이 지속되게 하는 것이다. 호기심으로 한번은 갈수 있지만,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면

좋은 관광지가 아니다. 태국은 다채로운 열대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식으로 정평있는 독특한 음식, 치료 목적까지 있는 가성비 최고의 전통마사지,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호텔 등을 보유하고 있어, 관광객이라는 벌과 나비가 연중 찾아드는 달콤한 향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가히 관광의 천국으로 스쿰빗 거리의 골목(Soi)은 나라별로, 테마별로 특성화돼 관광객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찾아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심지어 ‘남성을 보유한 여성(Ladyboy)’ ‘성전환 남성, 여성(Transgender)’까지 제3의 성으로 인정해 그들이 모이는 나나 플라자는 환락가로 팟퐁(Patpong)과 함께 방콕여행의 명소다. 또한 블루 엘리펀트 레스토랑은 정통 태국요리를 분위기 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콕의 왕궁과 카오산 로드(Khaosan Road)

태국의 왕조는 왕궁 도시의 이름을 주로 사용하는데, 13세기 수코타이 왕조와 14세기 아유다야 왕조를 거쳐 초기 방콕시대(1767년~1782년)는 현재의 왕궁 건너편인 톤부리 지역에 새로운 수도를 건립한 후, 1782년 차크리 왕조의 라마 1세가 차오프라야강 유역의 방콕으로 천도했다. 현재의 방콕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왕궁은 라마 2세가 건설한 이래,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지만 왕족들은 살지 않는다. 국가적 행사에만 활용하고 관광객들에게 개방돼 있으며 신체가 노출된 복장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국왕에 대한 권위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왕궁 내 왓 프라케오(Wat Phra Keo, 에메랄드사원)와 강 건너편의 왓아룬(Wat Arun, 새벽사원)은 방콕여행에서 가장 이국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는 왕궁 근처 방람푸 지역의 작은 골목길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배낭 여행족들의 성지로 수많은 게스트 하우스, 저렴한 호텔, 여행사, 기념품점, 태국 음식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이스라엘 식당과 더불어 맥도날드와 KFC 패스트푸드 등 전 세계 음식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르부아 호텔 64층 시로코(Sirocco) 루프탑 바에서 내려다보는 방콕의 야경은 잊지 못할 남국의 추억이 될 것이다. 단, 야경 구경 값은 비싼 술값으로 계산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방콕, 키오산 로드.
방콕, 키오산 로드.

고급 휴양지 파타야(Pattaya)와 푸껫(Putket)

파타야는 방콕 동남쪽 150여 ㎞ 지점 시암만에 위치한 최고의 해변 휴양지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은 1961년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 휴가병들이 가족과 애인을 재회하면서 휴양지로 발전했다. 한때 환락가로 변질돼 일반 관광객들에게 외면받았으나 산호섬(Ko Larn)에서의 해수욕, 레저스포츠, 세련된 호텔들, 워킹 스트리트의 이국적 퇴폐(?)가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었다.

파타야 산호섬 비치
파타야 산호섬 비치

방콕 서쪽 104㎞ 2시간여 거리에 있는 담넝싸두억 수상 시장은 태국의 가장 대표적인 수상 시장이다. 톤부리의 수상 시장이 도시화에 의해 퇴색된 반면에 이곳 수상 시장은 100여 년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으며 각종 과일, 기념품, 생필품을 팔기도 한다. 수로를 타고 이동하면서 쇼핑과 투어를 하면서 제대로 된 태국의 수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담넝싸두억 수상 시장.
담넝싸두억 수상 시장.

방콕 북쪽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아유타야는 1350년 유통왕(King U-Thong)에 의해 건설돼 1767년 버마에 침공을 받기 전까지 417년간 태국의 수도로, 33대에 걸친 국왕들이 기거했다. 400여 개의 사원과 19개 성곽을 가진 도시로 동서양을 잇는 세계무역 중심지로 가장 번창했으나, 버마의 침략으로 폐허가 된 유적지만 남아있는 비운의 도시이기도 하다.

아유타야
아유타야

푸껫(Putket)은 세계적인 고급 휴양지로 한국에서도 한때 신혼여행지로 선호하는 곳이었다. 현재는 다양한 항공사 취항으로 대중적 관광지가 됐다. 아름답고 변화무쌍한 해안선과 석회암 절벽, 밀림 및 32개의 작은 섬들이 갖가지 휴양지를 보유하고 있다. 파통해변(Patong Beach)은 동양의 골드코스트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고 피피섬(Koh PhiPhi)은 푸껫에서 남동쪽 20㎞ 지점의 크라비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하늘에서 보면 마치 영문 알파벳의 PP의 모습으로, 손상되지 않은 해변과 푸른 바다, 열대의 식물, 수면 위로 수백 피트 높이로 우뚝 솟은 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리어나캐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비치(The Beach)’의 배경이 돼 더욱 유명해진 섬이다. 또한 제임스 본드 섬은 팡아만(Phang Nga Bay)에 위치해 있는 섬으로 1976년 로저 무어 주연의 영화 007 시리즈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의 촬영 무대가 된 인연으로 붙여진 지명인데, 수백 개의 석회암 바위들이 다양한 형상으로 환상적인 바다풍경을 연출해 내고 있다.

푸켓, 피피섬 로다람비치(왼쪽), 제임스본드섬
푸켓, 피피섬 로다람비치(왼쪽), 제임스본드섬

치앙마이는 ‘북방의 장미’라고 불릴 만큼 태국에서 가장 좋은 기후조건과 방콕에 비해 저렴한 물가와 빼어난 미모의 여인이 많은 도시다. 과거 독립왕국이었던 란나(Lanna)의 수도로 13세기 말 창건된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로서 독특한 문화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치앙마이 칸톡 디너 쇼
치앙마이 칸톡 디너 쇼

성스럽고 성스러운 나라, 태국

두리안.
두리안.

태국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것은 똠양쿰(Tom Yam Gung) 수프와 두리안이다. 똠얌꿍은 태국인들이 국처럼 자주 먹는 시원한 국물 요리로 새우와 라임 잎, 칠리 페이스트 등을 넣고 오랫동안 끓여낸 새우가 주재료인 해산물 수프다. 첫맛은 새콤하지만 코리엔더의 향이 입속에 은은히 퍼진다.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태국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음식이다. 두리안은 똥 냄새가 나는 과일로 호텔과 대중교통 탑승 시 소지 할 수 없는 과일이지만 우리나라 홍어처럼 한번 맛보면 다시 찾는 비싼 열대과일이다. 열량이 높아 술 먹은 후에는 섭취를 금해야 한다.

태국은 몇 번을 여행해도 또 가고 싶은 나라이면서도 그 지역성을 쉽사리 알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승불교를 이해하면 태국 국민들의 정서를 잘 읽을 수 있다. 즉, 살아생전 덕을 많이 베풀어 죽을 때 타는 작은 수레에 나만 타면 되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삶으로 남과 비교하며 살지 않는다. 그래서 낮에는 지극히 성(Saint)스럽지만 밤의 모습은 환락가가 넘쳐나며 성(Sex)스럽다. 이것 또한 다채로운 태국의 단면만 보는 것이다. 태국의 진면목은 남국의 순수한 마음을 가진 해맑은 미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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