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과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2019 미래대학 콜로키엄’에 참여하고 있다. 미래대학 콜로키엄은 미래사회를 위한 대학의 역할을 논하고 대학 구성원이 미래대학의 핵심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마련됐다. 9주 차를 소화한 콜로키엄에서는 미래교육, 혁신, 창의성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이루어졌고, 대학의 비전과 목표 수립을 주제로 미래예측 방법론에 대한 팀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대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굳이 대학 구성원이 아니라 할지라도 일반 사람들도 다 알 만큼 이제는 우리 사회의 보통 명제가 됐다. 미래대학 콜로키엄에서도 참가자들의 관심은 결국 ‘위기의 대학,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로 모아진 느낌이다. 강연과 실습 과정에서 오간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 한 강연자가 던진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뭐를 하나 하려고 하면 문헌·사례 조사하는 데 6개월, 타당성 조사, 공청회 등 기본 계획 수립에 6개월, 정책 입안하고 시행 계획 세우는 데 6개월, 이렇게 1년 반쯤 지나야 할 수가 있다. 그러다보니 시행할 때는 이미 구닥다리가 돼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이렇게 해서 뭘 주도하고 혁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2008년 온라인 교육 플랫폼 MOOC의 개념이 태동한 지 7년이 지나서야 한국형 MOOC인 K-MOOC가 등장했다. 2008년 MOOC는 혁신적이었지만 2015년 K-MOOC를 혁신적이라 부르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가 K-MOOC에 공을 들이고 있을 때, 세상은 이미 MOOC에서 한 단계 더 진일보하고 있다. MOOC가 공유 플랫폼이긴 하지만 교수자와 학습자 간 구분이 대체로 명확한 일방향적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누구나 교수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학습자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이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너무나도 유명한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하나의 앱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유튜브가 여러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지만, 피어 튜터링(peer tutoring)이 활발한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특톡히 하며 이를 매개로 한 학습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운영하는 깃허브(GitHub)는 좀 더 체계적인 지식 공유 플랫폼이다. 주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3700만 명의 사용자가 1억 개의 지식 저장소(knowledge repository)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해결식 학습(PBL)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학들이 PBL의 안착을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캐글(Kaggle)이라는 문제해결형 빅데이터 솔루션 플랫폼이 등장했고, 최초에 호주의 스타트업 기업이 운영하던 것을 글로벌 기업 구글(google)이 그 가능성을 보고 2017년 3월에 전격 인수했다. 인수 당시 60만 명의 데이터과학자들이 이미 활동하고 있었고, 기업들은 대학과 빅데이터 분석과제를 협업하는 대신 캐글에 일정 상금을 건 공개 경진대회를 통해 분석 솔루션을 얻고 있다. 앞으로 대학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옆에 있는 대학이 아니라 유튜브, 깃허브, 캐글 같은 개방형 공유 플랫폼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가히 학령인구 감소 이상으로 위협적이라 할 만하다.

대학에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는 대학에는 시간이 없다. 최근 교육부는 대학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사립대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사들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신규 강사제가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학들은 규정과 절차를 마련하고, 채용, 재임용 등에 많은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 3주기 대학역량 진단도 준비해야 하며, 재정지원사업 등 각종 평가도 대비해야 한다. 낱낱을 뜯어보면 나름의 취지와 목적이 있겠지만, 한정된 대학 자원으로 이 모든 것을 해내려면 도대체 혁신은 무슨 동력으로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감사, 인사, 평가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변화와 혁신에 소극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대학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다. 미래 세대를 책임질 인재의 다수가 대학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이러한 점을 심사숙고해 정책의 균형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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