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대학에 있어서 ‘평가’란 그리 반가운 단어가 아니다. 과거 이뤄졌던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비롯해 각종 재정지원사업평가, 기관인증평가 등 대학이 골머리를 썩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평가’기 때문이다.

국내 뿐 아니다.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각종 ‘세계대학랭킹’도 여럿이다. 국내 대학은 20여개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못하고 있다. 랭킹을 메기는 기관들의 지표도 다양하고 대부분 연구력과 평판도 등을 기초로 평가가 이뤄져 대학 입장에서 마음먹고 덤빌만한 상황도 못된다.

그럼에도 세계대학랭킹 결과에 대학이 전혀 연연하지 않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세계대학랭킹 데이터가 고등교육 정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말이다. 대학 입학 지원서와 동문 기부는 세계대학랭킹 등급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한다. 많은 대학들이 세계대학랭킹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유다. 대학이 스스로 등급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만드는 사실상의 높은 교육 책임 시스템이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처럼 각종 랭킹 결과는 세계 고등 교육 시장의 성공 ‘인증’ 메시지로 작용되기도 하면서 대학 우열을 가리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US뉴스 랭킹을 비롯한 각종 세계대학랭킹 시스템은 평가 지표에 있어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THE·QS·ARWU 등 기존 세계대학평가는 거의 전적으로 평판도와 명성, 연구력, 취업 등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순수학문을 다루는 연구중심 대학이 우세한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 연구력을 따지는 평가지표라면 대학 규모가 클수록, 평판도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면 학교 역사가 오래될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대학의 다양한 기능과 사회적 책임도를 측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대학들이 학생들을 얼마나 잘 교육하는지 4차 산업혁명 시대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얼마나 혁신적인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는가는 논외다. 세계적인 대학 혁신모델로 꼽히고 있는 미네르바스쿨도 기존 세계대학평가의 기준대로라면 ‘꼴지’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대학가에 반가운 ‘평가’ 소식이 들려왔다. 각종 세계대학랭킹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했지만 혁신적인 교육을 이루고 있거나 국가나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대학들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세계대학 총장연맹인 ‘한자대학동맹’이 3일부터 5일까지 인천대에서 포럼을 개최하고 이를 시작으로 새로운 세계랭킹제도 ‘WURI’를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100대 대학 첫 랭킹은 내년 발표된다.

포인트는 ‘혁신’이다. 대학이 각자 시행하고 있는 혁신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그 사례로 평가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인지도가 높은 대학에 유리했던 기존 랭킹 제도의 틀을 깨고 혁신성과 내실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해 대학의 동반성장을 꽤하겠다는 게 취지다.

우리나라도 ‘규제’를 거둬내고 ‘혁신’이라는 페달에 가속을 낸다면 가까운 미래에 세계대학랭킹 최고가 못 된다는 법은 없다. ‘WURI’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교육의 발전 방향과 대학평가 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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