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세미나가 27일부터 28일까지 여수 엠블호텔에서 개최됐다. 하계 대학 총장세미나에는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 실·국·과장들이 참석, 대학 총장들과 종합토론 시간을 가졌다. 특히 김인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종합토론에서 “등록금은 정치화된 이슈”라고 지적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대학가의 최대 숙원을 꼽으라면 등록금 인상이다. 반값등록금정책이 이어지면서 말 그대로 대학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 입장은 등록금 인상 불가다. 교육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반값등록금의 영향과 정치경제학’, 2014년 4월 발간)에 따르면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장관은 2006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정책조정위원장 재직 당시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정책’을 발언했다. 이것이 반값등록금정책의 시발점이다.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반값등록금정책이 검토과정을 거쳐 2011년 도입(본격 시행은 2012년)됐다. 반값등록금정책은 대선과 총선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등록금 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하면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다. 민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록금 문제는 교육논리로 접근, 풀어야 한다. 사실 어려운 일이다. 민심을 잃어가면서까지 반값등록금정책을 폐지, 등록금 인상 허용을 결단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정답이 보일 수 있다. 반값등록금정책 폐지로 등록금 인상 도미노가 우려된다면, 대학들이 무분별하게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는 신뢰를 갖게 하면 어떨가. 대학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등록금 수준을 심의한다. 등록금심의위원회에는 학생들도 참여한다. 따라서 과거처럼 대학들이 일방적으로 등록금 수준을 결정할 수 없다.

또 하나 여론이다.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면 여지없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교육부도 여론을 명분으로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대학 입장에서 고집을 피울 수 없다.

반값등록금정책 폐지가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기우(杞憂)다. 따라서 대학을 믿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곧 대학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지금 대학의 재정난은 교육여건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직접교육비 감소로 확인할 수 있다. 대교협에 따르면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원에서 2016년 2978억원으로 644억원 감소했다. 연구비는 5397억원에서 2016년 4655억원으로 742억원 감소했다.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원에서 2016년 1940억원으로 205억원 줄었고,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원에서 2016년 1387억원으로 124억원 줄었다.

직접교육비 감소뿐 아니라 실험실습기자재 노후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이후 2017년까지 연구수행주체별 3000만원 이상 연구장비 구축 현황을 보면 전체 5만9830건 가운데 지자체출연연구소 25.7%(1만5366건), 정부출연연구소 24.1%(1만4398건)를 기록했다. 반면 대학은 0.8%(478건)에 불과했다. 재정이 열악하니 연구장비 구입에 투자하기가 여의치 않다. 실험실습기자재 노후화는 교육여건 악화와 직결된다.

학생들은 좋은 여건에서 공부할 권리가 있다. 반값등록금정책으로 교육여건이 악화되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학생들을 위해,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정말 결단이 요구된다. 그 시작은 대학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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