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조선간호대학교 총장은 "학생을 소중히 여기는 총장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상진 조선간호대학교 총장은 "학생을 소중히 여기는 총장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40년 가까운 시간을 조선이공대학교에서 재직한 김상진 조선간호대학교 총장은 누구보다 전문대학 구성원의 고충과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자면 보다 많은 사업과 평가에 참여해야 하고 지표도 관리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교직원들의 피로도도 가중된다는 점이다.

김상진 총장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했다. 전문대학이 혁신을 통해 우수한 실무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동시에 구성원들이 행복한 직장일 수는 없을까. 전문대학에 몸담은 4여 년의 시간 동안 그는 총장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그 고민의 끝에 얻은 답과 철학을 조선간호대학교에서 펼치게 됐다.

전문대학 총장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김 총장의 철학은 명료하다.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판단 기준은 대학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는가가 된다. 그 과정에는 반드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그리고 구성원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결정한 사항에 있어서는 책임지는 것이다.

또한 때로는 많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구성원들이 이를 이해하도록 이야기하고, 공감을 구하며 수고한 것에 대한 보상도 잊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스스로를 “전산을 전공했다. 입력과 출력이 정확한 사람이다”라는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

- 같은 학교법인 내 대학인 조선이공대학교에서 39년간 교수로 재직하고 다양한 보직을 맡다가 조선간호대학교로 왔다.
“조선간호대학교가 총장 공모를 진행했기에 가능했다. 사실 39년 동안 조선이공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나름대로 ‘내가 총장이 된다면 이렇게 해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총장이 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내가 총장이라면’과 같은 생각이었다. 학생을 소중히 여기는 총장이 되고 싶었다. 그 무엇보다 학생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총장이 내가 그리던 총장의 모습이다. 또 실질적인 대학 운영을 위한 방법들도 생각했다. 교수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대학 행정을 위한 여러 가지 일에 에너지를 쏟는데, 수업에만 집중하실 수 있게 하고 일반 회사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유능한 인재가 있다면 영입해서 대학 행정에 도움을 주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쉽진 않겠지만 이런 구상은 해본 적이 있다.”

- 전문대학을 경영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총장에 취임하기에 앞서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나.
“외부에서 왔다는 점에 혹시나 대학 구성원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구성원 간 결속을 다지는 일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열어주셨다. 우리 대학의 장점 중 하나가 매월 전체 교수회의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이기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때 대학과 관련된 사안을 충분히 토의한다.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있더라도 다 드러내 이야기한다.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최종결정까지 한다. 소규모 대학의 장점일 것이다. 모두가 논의에 참여하고 순발력 있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총장 공모에서 어떤 공약을 걸었나.
“재정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엄청잔 경쟁의 전면에 내몰려 있다. 결국 문제는 재정이다. 대학들이 등록금에 의존화지 않고 수익을 다변화해야 하는 때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3주기 대학기본역량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지자체와 협력관계도 유지해 지자체 사업에 참여하면서 대학 재정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이어져 고용노동부와 광주 서구청이 주관하는 ‘2019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이외에도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지자체 사업까지 준비하려면 구성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진 않나.
“그런 점은 있다. 그래서 사업을 가져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구성원에게 소화하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그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조선간호대학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신념을 세웠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우선시하지만, 대학의 이익이 최우선이 아닌 일은 과감히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것을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단하진 않겠다고 약속했다. 판단 과정은 구성원과 함께하며 반드시 의논하겠다고, 그리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 현재 지자체와의 협력 관계는 어떠한가.
“취임 후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기관평가인증을 준비했다. 이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에 바로 광주 동구청장, 남구청장, 서구청장을 만나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화순 군수도 만났다. 지자체장들과 소통하며 우리 대학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지역과 협력하려고 한다. 전남 지역은 섬이 많은데, 농어촌 노인들의 건강증진을 돕는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 대학의 혁신을 이루면서 동시에 교직원들의 피로감을 덜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규모가 작아도 평가, 인증 준비는 종합대학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대학이라고 평가에 소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대학 평가와 기관평가인증,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의 간호교육인증평가,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과 같은 주요 평가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평가에 교직원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이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할까. 그래서 소규모 대학으로서 종합대학처럼 일하면서도 교직원들이 최대한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역사적 사명이라고 할 만큼 큰 무게감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골몰하고 있다. 해결방법으로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전산화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이다. 대학 행정을 전산화하려면 2~3년간은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시스템만 갖춰지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 구성원들에 대한 복리 증진도 공약하셨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 교직원들께서 조선간호대학교를 위해 일하신 만큼 보상해 드리겠다는 점을 이야기했었다. 임금, 보수도 가능한 한 인상하려고 한다.”

- 전문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한 이들이 일반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이들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전에는 인근 병원에서 전문대 출신 간호사와 일반대 출신 간호사에 대해 호봉, 승급에서 차별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전문대학 간호학과도 4년제로 바뀐 곳이 많아 이제는 임금이나 승진 시스템에서는 차별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

- 인근 전문대뿐 아니라 조선대에도 간호학과가 설치돼 있다. 조선간호대학교만의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조선대는 의과대학 안에 간호학과를 두고 있다. 의과대학의 일부다. 그러나 우리 조선간호대학교에서 간호학과는 대학의 전체다. 일반대의 간호학과는 연구와 실무 교육을 혼용해 실시한다. 우리 대학은 실무를 더욱 강조한다. 한 예로, 우리 조선간호대학교는 VR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습수업을 활성화했다. 또 교수님들 역시 학생 한 명 한 명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붓고 밀착 지도를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실무에 가까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인류에 공헌하는 간호인,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간호사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역량강화형 지원에 선정됐다.
“다행스럽게 역량강화형 지원에 선정됐다. 분야별로 세심하게 혁신을 진행하려고 한다. 취업 지원과 산학협력 및 지역연계, 교수학습, 교육과정, 대학경영, 학생지원 혁신의 6개 분야로 구분된다. 또 세부 프로그램으로도 74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은 간호학과 단일 대학으로 보건 분야에서 특성화를 이룬 대학이다. 이 점을 살리고, 또 시대적으로도 초고령 사회가 다가오고 있어 이에 대비한 ‘노인보건사업’에 차별화 임팩트를 두고 특성화할 계획이다. 간호 분야도 13개 분야가 있는데 노인 보건 분야가 그중 하나다. 같은 간호계열이라도 각각 특성화 방향이 다를 수 있다. 또한 가능하다면, 우리 대학의 규모를 조금 더 확장해 간호학과 단일 대학에서 보건 분야 학과도 갖추고 싶다.”

[TIP] 인성과 실무능력 갖춘 미래형 간호인력 양성 목표

조선간호대학교는 1972년 조선대 병설 간호전문학교로 문을 열고 △바른 윤리관을 갖춘 인성인 △현장실무역량을 갖춘 전문인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인 △지역사회 건강증진에 공헌하는 간호인 양성을 목표로 교육을 실시해왔다.

조선간호대학교는 인재상 실현을 위해 다양한 교양지식과 전공지식에 근거한 현장실무형 간호 교육을 실시하고, 국내외 보건의료 정책변화를 참고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의 중장기발전계획도 새롭게 했다. 조선간호대학교의 새 비전은 ‘미래형 간호교육 혁신 선도대학’으로, 바른 인성과 전문 실무능력을 갖춘 전인 간호인력 양성에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한 교육 목표로는 △대상자의 생명과 권리를 존중하고 윤리적 규범을 준수하는 간호인 양성 △변화하는 보건의료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도자 양성 △전인간호를 제공하는 현장실무형 간호인 양성 △의사소통 기술과 협동능력을 갖춘 간호인 양성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간호술의 통합적용 능력을 갖춘 간호인 양성 △간호 및 보건의료 분야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간호인 양성 △지역사회 건강증진에 공헌하는 실천적 간호인 양성을 설정했다.

대학 혁신을 위해서는 취창업 데이터 관리 내실화와 지원 프로그램 내실화 등을 통한 취업지원 강화, 산학연계 교육 강화와 협력업체 관리 등을 통한 산학협력 강화, 지역사회 연계 강화를 추진한다. 스마트 교육 시스템을 확충하고 미래형 직업교육 교수법을 도입하며, 시뮬레이션 및 VR교육을 확대해 미래형 인재 양성에 지속적인 노력을 더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확대하고 통학여건과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데도 나선다. 또한 대학 경영을 혁신하기 위해 교육비 환원율 제고, 재정지원금액 확대, 재정모금 프로그램 운영, 적정 교직원 확보, 교직원 성과관리 개선 및 내실화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상진 총장이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조선간호대학교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진 총장이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조선간호대학교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진 총장은…
1980년 3월부터 조선간호대학교 총장 취임 직전인 2018년 11월까지 조선이공대학교 보건의료행정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조선이공대학교에서 공업기술연구소장을 지냈고, 2002년에는 전산소장을, 2004년에는 입학관리과장을 맡았다. 2010년에는 산학협력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학사관리처장을 지냈다. 이후 2014년 3월부터 2014년 5월 조선이공대학교 총장직무대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외부활동으로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문위원, 광주체육회 부회장 등을 하고 있다. 2019년 1월 조선간호대학교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발행인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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