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대학 총장 고등교육정책 설문조사’ 실시

지난달 23일 여수 엠불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 모습.(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습니다)
지난달 23일 여수 엠불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 모습.(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습니다)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대한민국 고등교육 위기의 시대’다. 재정난으로 대학교육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대학교육 여건 악화는 대학 경쟁력 약화, 나아가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대학의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고등교육 위기의 시대에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을까? 본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를 맞아 ‘전국 대학 총장 고등교육정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6월 27~28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서면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120여 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65개 대학 총장들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대학 총장들은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간섭과 통제 강화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불신도 높고 교육부 폐지 찬성 여론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를 맞아 교육부는 사학혁신을 기치로 사립대 비리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립대 비리 척결을 넘어 대한민국 고등교육 위기 극복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위해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청사진과 비전이 시급하다.

고등교육정책 불만족, 유은혜 부총리 신뢰도 미흡 =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가 소속 회원 대학 교수회 회장 등을 대상으로 ‘현재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몇 점인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51.4점을 기록했다. 점수대별 만족도는 △아주 만족 ‘90~100’ △만족 ‘80~90’ △보통 ‘70~80’ △불만족 ‘60~70’ △아주 불만족 ‘60 이하’다. 평균 51.4점은 ‘아주 불만족’에 해당된다.

대학 총장들의 생각도 동일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3년 차를 맞았는데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만족하지 않는다(60점 이상~70점 미만) 23명(35.4%) △보통이다(70점 이상~80점 미만) 23명(35.4%)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60점 미만) 11명(16.9%) △대체로 만족한다(80점 이상~90점 미만) 6명(9.2%) △응답 없음 2명(3.1%) △매우 만족한다(90점 이상~100점) 0명(0%) 순으로 나타났다. ‘만족하지 않는다’와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를 합치면 34명(52.3%)으로 반수를 넘는다. 설문조사에 응한 대학 총장 2명 중 1명이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불만족’ 평가를 했다.

교육부의 수장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유 부총리는 유아교육정책부터 고등교육정책까지 총괄한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대학 총장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당연히 유 부총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리 만무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유·초·중등 분야는 잘하고 있지만 고등교육 분야는 못하고 있다’가 30명(46.2%)으로 최다 응답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못하고 있다’가 18명(27.7%)으로 뒤를 이었다. ‘유·초·중등 분야는 잘하고 있지만 고등교육 분야는 못하고 있다’와 ‘전반적으로 못하고 있다’를 합치면 응답률이 73.9%다. 반면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다’ 8명(12.3%), ‘유·초·중등 분야는 못하고 있지만 고등교육 분야는 잘하고 있다’는 3명(4.6%) 응답에 그쳤다. 기타 3명(4.6%), 응답 없음 3명(4.6%)이었다.

간섭과 통제 강화,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공감대 =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대학 총장들은 ‘간섭과 통제 강화(30명, 46.2%)’를 1순위로 꼽았다. ‘대학 현장과의 불통(17명·26.2%)’ ‘철학과 비전 부재(11명·16.9%)’ ‘적폐 정책 답습(4명·6.2%)’ ‘응답없음(2명·3.1%)’ ‘기타(1명·1.5%)’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 총장들이 ‘간섭과 통제 강화’를 최대 문제점으로 꼽은 정황이 허다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값등록금에 입학금 폐지까지 겹쳤다. 대입 수시 확대 기조는 돌연 정시 확대로 급선회했다. 대입 3년 예고제는 허울에 불과했다. 또한 강사를 해고하면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대학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며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소통을 중시한다. 특히 유 부총리는 1월 23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대교협 2019년 정기총회에 참석, 교육부·대교협 고등교육정책 공동 TF(이하 공동 TF)를 제안했다. 당시 유 부총리는 “대교협 회장단과 제가 공동 TF 논의 사항을 분기별로 검토하며 대학 구성원 다수가 원하고, 공감하는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의 제안 이후 공동 TF가 결성, 운영됐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학 총장들은 ‘간섭과 통제 강화’에 이어 ‘대학 현장과의 불통’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다시 말하면 공동 TF에 대한 불신의 방증이다. 실제 대교협은 공동 TF에서 대학 재정 확충 방안으로 반값등록금정책 폐지와 등록금 자율 결정,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를 제안했다. 그러나 모두 무산됐다.

‘철학과 비전 부재’는 고등교육정책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을 둘러싼 지적이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책 결정장애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잦은 교육정책 혼선, 갈등사안에 대한 조정 능력 부족,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대학 총장 단체, 교수 단체, 직원 단체, 학생 단체를 막론하고 대학구조개혁정책을 박근혜 정부의 적폐 정책으로 꼽는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23학년도까지 3주기로 나눠 대학 정원 16만 명을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2015년 실시됐다. 교육부는 전체 대학을 A등급부터 E등급까지 구분, A등급을 제외하고 등급별로 정원 감축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변경, 지난해 실시했다. 그러나 명칭만 변경됐다. 정원감축 기조는 동일하다. 대학가는 박근혜 정부가 정원감축을 골자로 대학구조개혁정책을 도입할 당시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정책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선을 밟고 있다. ‘적폐 정책 답습’의 대표 사례다.

반면 대학 총장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에 가장 공감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가운데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2명(49.2%)이 ‘대학혁신지원사업’을 꼽았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기존 목적성 5개 사업을 통합,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변경한 것이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다. ‘사립대 비리 척결 드라이브’가 10명(15.4%)으로 뒤를 이었다. 교육부는 16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7월부터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한다. ‘기타’ 7명(10.8%), ‘공영형 사립대 도입 추진’ 3명(4.6%), ‘학문후속세대 양성(강사법 시행)’ 2명(3.1%) 순이었다. 11명(6.9%)은 응답하지 않았다.

교육부 폐지 찬반 팽팽, 대학 자율성 신장 주문···대학 자정 노력도 필요 =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5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교육부 폐지 및 고등교육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시 국교련은 “교육관료가 주도했던 규제, 통제, 간섭 때문에 대학은 학문 연구의 창의성과 혁신, 교육 민주성과 공공성의 가치로부터 점점 멀어졌다”면서 “관료 행정으로 새로운 교육의 미래를 준비하고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 교육부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폐지론은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부정 사태를 겪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정점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 폐지론은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국교련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교육부 폐지론이 재점화됐다. 대학 총장들은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히 갈렸다. ‘현재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교육부 폐지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찬성한다’ 30명(46.2%), ‘반대한다’ 30명(46.2%)으로 응답인원이 동일했다. ‘기타’는 1명(1.5%), ‘응답 없음’은 4명(6.2%)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교육부는 7월 또는 8월에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한다. 고등교육 혁신방안이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대전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고등교육 혁신방안의 성공 관건은 정치논리도, 여론도 아니다. 대학 입장에서 철저히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학 총장들은 대학 자율성 신장, 반값등록금정책 폐지와 등록금 인상 허용 등을 주문했다.

즉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고등교육정책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학 자율성 신장’ 25명(38.5%) △‘반값등록금정책 폐지와 등록금 인상 허용’ 22명(33.8%) △고등교육 재정 지원 규모 확대 10명(15.4%) △대학 구조조정정책 개선 4명(6.2%) △기타 2명(3.1%) △응답없음 2명(3.1%) 순으로 응답했다.

동시에 대학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대학 총장들이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듯이,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부정적이다. 교육부가 사립대 비리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자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대학이 주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신뢰와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대학의 요구는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

김용석 사교련 이사장은 “대학은 학생 교육기관이다. 우리가 바로 서지 못하고 깨끗하지 않은데, 어떻게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것인가. 교수 갑질, 법인 부정과 비리 등은 스스로 근절하고 정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대학 총장 고등교육정책 설문조사-주관식 답변"
"전국 대학 총장 고등교육정책 설문조사-주관식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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