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식 한림성심대학교 총장은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 기능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전문대학 재정 지원 확충 방안을 제시했다.
우형식 한림성심대학교 총장은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 기능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전문대학 재정 지원 확충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우형식 한림성심대학교 총장은 교육부 차관 출신의 교육행정가다. 교육행정의 요직을 두루 경험한 그는 교육정책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과 실행력으로 대학을 이끌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1년을 기다려 중학교를 갔던 우형식 총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나 자신감이 결여된 학생에게 교육이 희망이 돼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학 운영의 중심, 교육 내용 역시 이 신념에서 출발한다.

그런 우 총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운동화를 신은 총장’이다. ‘교육부 차관 출신’이라는 그의 경력이 주는 정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평소에도 운동화를 신고 일한다는 우 총장은 “학교를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운동화를 신는다. 캠퍼스 이곳저곳을 살피며 나무도 돌본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을 때, 정면 돌파하며 행동으로 해결하는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학부시절부터 교육행정직에 뜻이 있었나.
“그렇진 않았다. 우연히 들어선 길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교육 분야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이 길이 다른 어떤 길보다 보람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른 길에서 제의가 와도 거절했었다. 금오공대에 있을 때 전략공천을 해주겠다는 제의가 왔었다. 그러나 약속을 하고 국립대 총장직을 맡은 것인데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가 없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했지만 다행히 후회가 없다. 아이들과 호흡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금이 좋다.”

- 일생을 교육 분야에서 매진해왔다. 교육철학이 궁금한데.
“서당의 마지막 세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간 서당에 다니다가 중학교에 진학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동생도 2년 늦게 중학교를 갔다.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을 하다보니 교육이란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다. 교육철학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은 없지만, 소외된 학생들에게 국가와 사회, 정부가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이들을 더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부의 대물림 수단이 아닌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도록 충분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 교육이 계층 사다리로 기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의 교육 재정을 고등직업교육에 투자하는 방안이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받고 있다. 그 예산이 4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중 일부인 1조원만 고등직업교육에 투자해 무상교육을 실시하자는 게 내 주장이다. 특성화고보다 실습실 여건이 안 좋은 전문대학들도 있는데, 이 정도의 재정 투자만 되면 실습실이 지금보다 확연히 좋아질 것이다. 특히 전문대학은 재학생 중 소득8분위 이하인 학생의 비율이 일반대보다 더 높다. 더 많은 이들에게 고등직업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려면 전문대학 무상교육이 필요하다.”

- 우리나라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특히 직업교육정책은 철학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부는 물론 정치권에 사실 직업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이해가 깊은 인물이 없다. 직업교육 정책 중 정책다운 정책이 없다. 전문대학은 의붓자식이었다. 교육부에 전문대학 현장에 대해 아시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본다. 국립대는 현장에도 나가 근무하지만, 전문대학에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관료는 없다. 나도 대학지원국장을 했었지만 부끄럽게도 전문대학에 관심을 많이 못 가졌다. 전문대학의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 그러니 좋은 정책이 나오기도 힘든 것이다.”

- 학령인구 급감의 길목에 들어섰다. 전문대학이 계속 학생들이 갈 만한 교육기관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직업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 이직 희망자들까지 모아서, 학령인구부터 성인학습자까지 교육시키고 재취업시키는 커뮤니티칼리지형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려면 거버넌스도 지금의 구조만으로는 안 된다. 교육부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직업교육만을 위한 조직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획기적이고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 재정지원사업에서 사업비 배분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과거에는 포뮬러로 재정을 지원했었다. 그 역시 완벽하진 않아도 현실적인 차선책으로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혁신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일반재정지원사업과 특수목적형사업을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가급적 많은 대학이 재정지원을 받아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국가적으로 꼭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분야는 특수목적형 사업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 대학지원국장을 지냈다. 그때도 재정지원사업은 있었는데 지금과 당시를 비교하면.
“그때도 물론 전국 단위의 평가가 있었지만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에는 대학의 입장을 존중하고 의견을 귀담아 들었는데, 점점 정부재정 투입이 늘면서 정부 관료는 세금을 쓰는 일이니 더 촘촘하게 사업을 설계하고 잘 쓰였는지 더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학은 대학대로 한 푼이라도 더 사업비를 받으려 매달리게 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규제와 통제는 강해지고 대학은 더욱 겁을 먹게 된 것 같다.”

- 교육부의 사립대 감사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의 눈 밖에 날까 염려하며 말을 아끼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학 감사까지 이뤄지니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사학을 적폐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교육 영역은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그리고 사학이 여기서 큰 역할을 맡아왔다. 물론 잘못된 모습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 행위만 엄단하면 되지, 모든 사학이 그러하다고 인식을 몰고 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건실하게 교육에 전념한 사학재단도 많다.”

- 척박한 환경이라면 구상한 대로 대학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인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큰가.
“그렇다. 이상대로만 하기에는 교육 현장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일례가 교과개편이다. 교과목을 개편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때마다 교수를 해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혁신지원사업을 준비할 때 정말 고민이 많았다. 고민하다 찾은 방법이 혁신지원사업의 목적에 맞게 교수님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사업 계획에도 교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넣었다. 그리고 교육혁신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서는 인성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문식 교육을 할 수 있을 만한 산업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지만 우리 지역에 맞게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었다. 이렇게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했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해결해야 하고, 답도 거기에 있다.”

- 교양교육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학자로서 전문대에서 교양교육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교수학습센터장에게 어떤 이유에서든 교양과정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 내게 ‘만약 대학을 설립하게 된다면 어떤 대학을 만들고 싶은가’를 물은 적이 있다. 만약 전문대학을 세운다면 커리큘럼의 40%를 교양과정으로 채우고 싶다. 교양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어쩌면 대학에서 배운 기술이 취업 후에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학에 다닐 때 기술보다 직업기초능력과 인문학적 소양, 인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학생들이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교양교육을 개설해서 재미있게 학교를 다니게 해주고 싶다.”

-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방향에 대한 여러 쟁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일반대 교양과 전문대 교양이 같아야 하는가, 달라야 하는가다.
“같아도 무방하겠지만, 이는 원론적인 답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려운 것은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이 일반대와 다르고 수업연한도 짧기 때문이다. 학생이 대학에 기대하는 내용도 다르고 학생의 관심도나 수준도 차이가 있다. 전문대에서 어느 정도까지 소화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시수가 부족하고 재정적으로도 한계가 있어 완전히 개방적으로 교양과정을 개설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어떤 특성을 갖는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자아의식, 자존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문대학에 진학한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길러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교육, 그리고 실무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직업기초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일이다.”

- 한림성심대학교는 대외적으로 교육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대학이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법인의 책무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재단이 한림성심대학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 산학관을 지을 때도 교비는 건드리지 않았다. 모두 법인 전입금으로 지었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편의시설을 짓기로 했는데, 이 역시 법인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어려울수록 더 투자해야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법인 이사진의 입장이다. 학생 복지 시설은 7월 말 착공해 2020년 7월 완공된다.”

- 연임에 성공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연임이 됐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이사장님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다 조치를 취해놓았으니 연임된 것 알고 있으면 된다고 하시더라. 아직 내가 한림성심대학교를 위해 할 일이 남았다고 법인이 판단하신 것인데, 대학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 지방대학 현실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척박한지 알 것이다. 어깨가 무겁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

우형식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이 화담하고 있다.
우형식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이 화담하고 있다.

■우형식 총장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를,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박사를 했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교육부 지방교육자치과장, 총무과장,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정책심의관, 지방교육지원국장, 대학지원국장 등을 거쳤다. 2008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을 역임했고 2013년까지 4년간 금오공대 총장직을 수행했다. 2015년 한림성심대학교 총장에 취임했고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TIP] 지역 거점 고등직업교육대학 지향…전국 TOP 10 진입 목표

한림성심대학교는 정부 대학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사업)과 사회맞춤형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육성사업(LINC+사업) 등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대학 역량을 강화했다.

또한 2015년 이뤄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데 이어 2018년 대학기본역량 진단에서도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올해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을 추진한다.

혁신지원사업을 통해 한림성심대학교는 △미래형 교수법 도입 △교수의 학생 지도 역량 강화 △인성교육, 창의‧융복합 교육 강화 △취업 핵심 역량 강화 △지역사회 봉사 강화 △산업체 협력 강화 등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3년 뒤에는 보건‧관광계열 특성화를 이루고 미래형 창의‧융복합 교육을 안정적으로 실시하며 지역사회와 밀착함으로써 전국 TOP 10 안에 드는 고등직업교육대학이 되겠다는 목표다.

교육혁신 방안으로는 △인성교육 강화 △창의‧융복합 특성화 △학사운영체계 및 시스템 개선 △학과별 핵심역량 강화 △교수역량 및 교수법 개선 △혁신 교육환경 구축 등을 추진한다.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실습 사전 준비 프로그램 및 사후성과프로그램 운영 △현장실습 우수업체 인프라 구축 △학과별 산학협력협의회 운영 △보건계열 학과-병원 맞춤형 교육 실시 △산학협력 팀 프로젝트 실시 △전공 전환 취업교육 실시 △취업유관기관 네트워크 구축 등에 나선다.

또 학생서비스를 강화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학습역량 강화를 위해 △기초학습능력 향상 프로그램 △교양교과목 글쓰기 공모전 △학습법 특강 △자기계발 포트폴리오 경진대회 등을 실시한다.

<대담 = 최용섭 발행인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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