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섭 교수가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싱가포르 연수단 앞에서 난양공대의 혁신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윤호섭 교수가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싱가포르 연수단 앞에서 난양공대의 혁신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싱가포르=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9000시간의 강의가 제공되고, 120개의 연구논문이 발간되며, 1180만 싱가포르달러의 보조금을 받습니다. 7건의 기술공개가 일어나고, 2명의 교수진의 변화가 있습니다. 이것이 일주일간 난양공과대학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창업 역시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생 창업인 스타트업 창업과 교수 창업인 스핀오프 창업은 2018년 회계연도 기준 각각 30건과 14건으로 나타났죠.”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의 혁신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대학 방문에 이어 16일 진행된 심층 워크숍에서 윤호섭 난양공대 교수(생명공학과)는 이같이 난양공대의 현황을 소개했다.

윤호섭 교수는 난양공대의 연구 총 책임자이자 총장 직속 기구 ‘프레지던트 오피스(President’s Office, PO)’에 속해 난양공대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소개된 것처럼 난양공대가 이렇듯 혁신을 통해 엄청난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추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윤호섭 교수는 워크숍에서 ‘대학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먼저 윤 교수가 생각하는 혁신의 개념이 전해졌다. 그는 미디어전략전문가 톰 굿윈의 글을 인용해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회사 인 ‘우버’는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디어 주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성하지 않는다. 가장 가치 있는 소매상 인 ‘알리바바’는 재고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시설 제공 업체 인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혁신은 결국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혁신의 시기에 상반된 대응을 해 흥망성쇠의 길이 갈린 두 기업의 예를 들었다. 바로 애플과 코닥필름이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PC의 등장으로 잠시 침체기를 맞았지만, 빌게이츠에게 조언을 구해가며 혁신의 노력을 거듭했고 그것이 현재의 애플의 성장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닥필름은 1975년도 이미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개발을 하지 않았다. 현상 유지에 만족한 것이다. 윤 교수는 “주가도 변화를 보였다. 1996년 주당 78달러였던 것이 2013년 18센트로 급격히 하락했다. 오랜 전통을 가진 회사가 이노베이션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결국 혁신의 바탕에는 기존 체제의 붕괴가 있고, 이것을 감당해야 생존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윤 교수가 대학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제시한 것은 사람(Brain), 건물, 연구다. 특히 윤 교수는 사람 중에서도 교수, 학생, 직원의 혁신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리더십의 안정성도 중요한 요소라 판단했다.

그는 “한국은 리더십이 너무 자주 교체된다.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은 28년간 총장이 세 번 바뀌었다. 미국의 경우 총장 임기가 10년에서 15년 정도 된다. 리더를 사전에 잘 검증하고, 좋은 리더라고 판단되면 오랫동안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교수를 채용할 때는 전략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난양공대는 교수를 아무나 뽑지 않는다. 조건은 정말 좋다. 연봉뿐 아니라 조교수 3명에 주거 공간까지 제공한다. 그런 만큼 세계에서 손꼽히는 교수를 뽑는다. 테뉴어(종신재직권)도 재직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났다고 무조건 주지 않는다. 심사 자체도 연구 실적, 교육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 교수만 받을 수 있고 그 과정도 엄격하다. 테뉴어를 받지 못하고 은퇴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 대학도 학문적 성과가 있는 교수를 꼼꼼하게 평가하고 전략적으로 뽑는 이런 문화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교수진의 역량뿐 아니라 직원들의 능력도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의주요 구성원 중 하나인 학생의 역량 개발에도 난양공대가 집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는 학습 잠재력을 일깨워주려고 하고 있다. 이제는 ‘티칭(Teaching)’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러닝(Learning)’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학생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학생이 향후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기여하며 살 수 있는지를 알게 해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일환으로 학부에서는 전공필수과목을 많이 줄이고 선택 교과를 늘렸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대학의 인프라 측면에서 건물 역시 목적에 맞게 설립되고 활용돼야 한다는 점과 테스트베드로 기능해 실험적인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인 네트워킹을 갖춰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대학은 ‘가치 확보(Value Capture)’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 세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대학에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양공대는 이러한 문제를 놓고 글로벌 기업, 세계의 대학과 협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대학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이 체계를 이루는 것이 윤 교수가 생각하는 대학의 혁신이다.

난양공대는 이러한 노력 덕분에 롤스로이스와 BMW, HP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기업 연구소가 대학 내 마련돼 기업 소속 연구원들이 교수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좋은 대학이 하나 있음으로 인해 그 지역, 그 나라에 투자가 들어온다. 이 때 투자를 하는 곳은 세계적인 기업이다. 따라서 대학과 산업체, 정부가 삼위일체를 이뤄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즉 대학은 가치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인재양성뿐 아니라 국가 GDP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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