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관광레저항공경영학과 교수

호수에 비친 앙코르와트의 모습
호수에 비친 앙코르와트 모습

앙코르 제국, 그 흥망성쇠

1850년 프랑스 가톨릭 신부인 뷰오가 밀림 속에서 헤매면서 발견한 미지의 정글 속 부처의 얼굴과 거대한 왕국에 대한 ‘밀림 속 도시’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발간했는데 그 책의 내용을 믿는 프랑스인은 거의 없었다. 프랑스 탐험가이며 생물학자인 앙리 무어는 우연히 《진랍(캄보디아) 풍토기(중국인이 쓴 인도차이나 역사책)》란 책에서 캄보디아를 발견하는데 이 위대한 도시가 역사서에는 기록이 없다는 것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그 도시는 원숭이들만 있고 그곳에 들어가면 이름 모를 전염병으로 죽는다는 곳으로 입으로만 전해 내려오는 두려움과 신비의 공간이었다. 1861년 무어는 탐험대를 이끌고 원주민들이 두려워하는 밀림 속을 헤치고 드디어 나무뿌리에 엉켜있는 장엄한 앙코르 사원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이러한 위대한 도시 ‘앙코르 와트’를 발견하게 해주신 전지전능한 신에게…. 물론 그 금지된 도시로 들어간 결과는 혹독해서 그 몇 달 후 말라리아에 걸려 신 앞에 불려가게 된다.

무어가 발견한 거대한 도시는 전 세계 사람들을 캄보디아 씨엠립(크메르어, Siem Reap, 시암이 지배했던 곳)으로 모이게 하는 ‘앙코르(Ankor)’이고 ‘거대한 도시’라는 뜻이다. 그 앙코르 유적지 내에는 아직도 다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사원이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원이 ‘앙코르 와트’이기에 편의상 앙코르 와트(Ankor Wat)라고 통칭하고 있다. 이곳은 인도차이나 반도를 제패했던 크메르 제국의 아소바르만 1세가 서기 889년 풍부한 똔레삽의 생산력을 바탕으로 수도를 정하면서 시작됐다. 엄청난 규모와 크메르 문화의 진수인 앙코르 유적은 힌두교와 불교의 이상향을 구현하기도 했지만 태국, 베트남의 침략으로 15세기부터 서서히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되고 크메르루즈 등장의 혼란의 역사 속에서 부침을 거듭하다가 사라졌던 것이다.

크메르 제국의 후손인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저개발국가로서 시하누크 군주는 열강의 침략시대에 스스로 프랑스에 식민통치를 요청해 1853~1975년 까지 식민지배를 받았고, 크메르루즈에 의해 수백만의 지식인들이 희생된 킬링필드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그 찬란했던 역사와 문화적 수준을 언젠가는 꽃피울 것이라는 자부심이 다시 살아나길 간절히 기원하는 나라이다.

앙코르와 아이
앙코르와 아이

씨엠립 그리고 앙코르와의 인연

20여년 전 앙코르를 보기 위해서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태국 국경 아란야쁘라텟을 넘어 캄보디아 포이펫으로 버스로 입국해 톤레삽의 지류 수로를 보트로 이동했던 시절이 있었다. 빗물에 다리가 무너지면 마을 사람들이 나와 뗏목으로 관광객과 짐을 이동시켜주고, 관광버스는 물에 반쯤 띄워 건너 주던 시절이었다. 그때 현지 여행을 안내한 여행사 대표의 첫 얘기는 “캄보디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납니다”였고 “캄보디아에서는 아이들의 눈을 보지 마세요”라는 것이었다. 실제 아이들의 맑고 까만 눈동자에 빠져 1년에 몇 번씩 캄보디아 씨엠립을 찾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 학과에도 ’희망클럽‘을 결성해 매년 봉사여행(Voluntourism)으로 후원학생들을 지원하고 도서관 기증, 학교 짓기, 집 짓기. 우물 기증, 어린 송아지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그때 초등학생이던 해맑은 소녀 사랜은 지금 한국정부 초청 국비 유학생으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필자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

경희사이버대 해외봉사단이 지난해 여름 씨엠립에 건립 기증한 도서관 준공식 모습.
경희사이버대 해외봉사단이 지난해 여름 씨엠립에 건립 기증한 도서관 준공식 모습.

신이 되고자 했던 자야바르만 7세, 대승불교 사원 앙코르 톰

관광객들이 앙코르 유적지에 가면 앙코르 와트라는 명칭으로 전체 사원을 통칭하고 있지만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은 명확히 다른 사원이다. 앙코르 톰은 한 변의 길이가 3×3㎞인 거대한 사원도시다. 과거 크메르 왕궁이었고 내부에는 왕실 전용 사원인 피미아나까스, 코끼리 테라스, 문둥왕 테라스 그리고 정중앙에 있는 바이욘 사원이 있다. 특히 바이욘 사원은 당시 왕인 자야바르만 7세가 대승불교를 받아들이고 신과 자신을 일치시켜 자신의 얼굴이라고 하는 54개의 사면불안탑을 만들었고 총 216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대승불교 사원이다. 아침에 볼 때와 해질 녘에 볼 때마다 사면상의 모습이 빛의 위치에 따라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과 근엄하고 강렬한 모습이 연출된다. 또한 외부 1층 회랑에는 왕국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당시 생활상의 모습, 전쟁의 모습 등을 통해서 볼 수 있다. 또한 왕궁 성곽의 기초석에 라테라이트 토양의 철분 성분이 퇴적 산화되면서 시멘트보다 더 단단한 암석으로 된 것을 적절히 사용한 그들의 지식에 경의를 표하는 곳이다.

앙코르 와트, 힌두사원

한 변의 길이가 1.5×1.5㎞로 직사각형인 앙코르 와트는 그 일대 수많은 사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입구가 서쪽으로 나 있다. 그러므로 오후 석양이 질 무렵 탐방해야 하고 호수에 비친 앙코르 와트의 모습은 최고의 비경이다. 이 사원은 힌두사원으로 건립됐기에 사전에 힌두사상을 숙지해야 조각과 부조들의 상징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비슈누 신, 시바 신, 사랑의 신인 까마 신, 염라대왕 등 힌두신들 모습과 지옥도, 생명 창조의 모습인 우유 바다 젖기 및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 마하바라타의 내용이 부조로 표현돼 있다. 또한 천상의 선녀인 압사라(Apsara)의 부조가 생동감 있게 표현돼 있다. 수많은 관광객에 밀려 대충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공간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상(心想)하면서 당시 크메르 제국의 화려하고 수준 높은 문화를 음미해보기 바란다. 수많은 내력 중에서 반드시 봐야 할 것은 완벽한 대칭 건물의 구조 그리고 앙코르 와트 주변에 해자를 설치해 지하수위를 안정시켜 수미산(須彌山)을 상징하는 정중앙탑을 중심으로 한 5개의 탑이다. 수천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아 지금까지도 경이로운 크메르 건축기술을 시공간을 넘어 확인할 수 있다.

따프롬사원
따프롬사원

어머니를 위한 사원! 따프롬 사원

따프롬 사원은 크메르 왕국의 최전성기 때 왕인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만든 사원으로 현재의 모습은 무성한 나무뿌리로 인해 사원 전체가 무너지고 있지만 그 뿌리를 제거하면 사원이 무너져 버려 보존과 개발의 대칭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사원이다. 영화 ‘툼레이더’의 밀림 속 보물 발굴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앙코르 건축자재 제공장소, 프놈꿀렌

씨엠립에서 북쪽으로 차로 2시간 떨어진 프놈꿀렌은 앙코르 유적의 건축 재료에 쓰인 사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이곳에서부터 수많은 사암을 채취해 건기에는 코끼리나 말 등을 이용하고 우기에는 수로를 이용해 돌을 운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 정상에는 거대한 사암으로 이루어진 부처님의 와상(臥像)과 시냇물이 흐르는 물밑에는 시바 신의 링가와 요니 그리고 작은 부처들이 새겨져 있다. 또한 ‘툼레이더’ 영화 속 주인공인 안젤리나 졸리가 폭포 위에서 뛰어 내렸던 꿀렌 폭포가 있으며 이 지역에서만 나온다는 빨간 바나나의 맛도 볼 수 있다.

앙코르의 보고(寶庫), 톤레삽 그리고 생태

톤레삽 호수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민물 호수다. 과거 크메르 제국이 거대한 왕국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계기도 바로 이 호수가 있어서 가능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풍부한 어획량과 지류권을 통해서 우기와 건기 때 물이 차고 빠져 비옥한 농토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톤레삽으로 인해 앙코르 백성들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고 수준 높은 문화를 보유하게 된 원천이다.

이 글에서는 소개하지만,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은 아마존 열대우림에 버금가는 ‘쁘레악돌’ 생태환경보호구역이 이곳에 있다. 톤레삽 호수에서 배를 타고 지류권을 따라 남쪽으로 한 시간 반가량 이동하면 보호구역이 나온다. 이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가마우지, 팰리칸, 백로 등 다양한 조류와 메기, 민물 자라, 구렁이 등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다. 환경단체에서 감시 및 모니터링을 하고 안내원을 따라 작은 배로 갈아타고 생태탐방 및 탐조를 할 수 있다. 자연이 만들어준 최고의 선물이다.

프놈바켕의 석양
프놈바켕의 석양

프놈바켕의 처연한 아름다움

앙코르 여행의 마무리는 크메르 왕국 초기 왕도인 프놈바켕에서 내려다보는 석양과 함께하는 것이 최고다. 발빠른 서양 여행자들은 일찌감치 전망 좋은 뷰 포인트에서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고즈넉한 앙코르 유적을 보고 있노라면 대제국의 영광도 한순간이었다는 처연한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곳이다. 시간이 된다면 톤레삽 호수의 은빛 물결 위로 지는 석양 또한 감상해볼 만하다.

캄보디아는 우리가 변하기 전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어 애잔한 마음이 가는 곳이며, 찬란한 앙코르 제국의 영광이 다시 재현될 수 있도록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다. 우리가 6·25 전쟁의 폐허에서 우방국의 도움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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