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초프 카프라 · 우고 마테이 지음 박태현 · 김영준 옮김 《최후의 전환》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지난 7월 15일, 영국에서는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단체가 5일간 점거 시위를 벌였다. 영국 역사상 최대의 시민불복종운동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결성된 멸종저항은 ‘비상사태(It is an emergency)’라는 슬로건으로 생물 다양성 손실을 막고, 202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신속한 행동에 나설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오늘날 기후 위기는 성장 신화에 사로잡혀 환경을 파괴한 대가이다. 환경은 커먼즈(commons)에 속한다. 커먼즈는 공유, 공유권, 공유재 등 ‘공유’라고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늘날 커먼즈는 어떤 재산(물건, 자산)을 다수의 사람이 공동으로 지배하고 관리하면서 이익을 나누었을 때 그 재산에 대한 권리를 말하기도 하고, 재산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커먼즈는 토지, 물, 환경 등 자연자산인 경우가 많지만, 장인 길드나 마을 조직 같은 무형 자산인 경우도 있다.

공동 저자 우고 마테이는 이렇게 말한다.

“커먼즈는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삶에 꼭 필요한 것으로서 사람들이 가져야 할 자원이다. 모든 사람은 커먼즈에 대해 동등한 몫의 권리를 갖고 있으며 동등한 책임을 지고, 커먼즈의 부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직접적인 책임을 공유한다.”

우고 마테이는 비교법학자이자 사회운동가로, 2011년, 물의 사유화에 반대하는 국민투표 운동을 주도해 2,700만 표 이상의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 내고, 커먼즈 기반의 물 회사(Aqueduct of Naples)의 회장, 이탈리아 중세마을 치에리의 부시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또 다른 저자 프리초프 카프라는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생명의 그물》을 펴내며 서양 과학의 뿌리를 뒤흔든 물리학자이자 시스템 이론가로,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며 지난 40년간 현대 과학의 철학적·사회적 함의에 대해 체계적으로 탐구해 온 사상가이다.

접점이 없을 것 같은 그들은 어떻게 함께 책을 쓰게 되었을까?

이 책의 아이디어는 과학자 카프라와 법학자 마테이가 과학과 법학에서 말하는 법 개념을 주제로 나눈 대화에서 출발한다. 그들의 대화는 테니스 코트에서 시작되었고, 더 짜임새 있는 토론으로, UC 헤이스팅스 법과대학(Hastings College of the Law)에서 두 학기 동안 긴 세미나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열정이 한 권의 책 《최후의 전환》으로 묶였다.

《최후의 전환》에는 다음과 같은 실존적 위기의식이 근저에 깔려 있다.

“착취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인간 문명은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카프라와 마테이가 이 책을 저술한 것은 바로 문명의 지속을 위하여 이러한 인간의 행동 양식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선언하는 데 있다. 저자들은 착취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양식을 추동하는 세계관을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명명한다. 그리고 법학(법 이론)이 과학과 함께 이 세계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다.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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