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근 한일갈등과 일본 경제보복으로 관련 기업들의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No 아베 운동'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일본 관광 안 가기' 등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군사 정보 교환이나 화이트 리스트 적용 등 맞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도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해 대학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분야의 핵심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사태는 우리에게 적어도 네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경각심을 주고 있으며 향후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이 상호 융합,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한일갈등은 그동안 나라사랑을 멀리하고, 대한민국이나 정부를 비하하며, 개인적 이익에 몰두하는 일부 국민에게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나라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핵심기술이나 인재들이 해외 기업이나 투자가들의 뭉칫돈에 넘어가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면서 최소한의 애국정신도 무너져내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바 적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이 모든 일에 있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나라사랑이 근본이 돼야 함을 일깨워주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특히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 이에 대한 감동적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대학도 글로벌 시각과 전문력 배양에 앞서 나라의 근본을 먼저 생각하는 분별력 있는 인재를 키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융합혁신의 시대라고 할 수 있으며, 이번 사태는 융합혁신이 살길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그동안 개별적인 각개 약진과 대기업 위주의 거래구조를 중시해온 일부 조직과 국민에게 정부 정책의 정책 수요자 관점에서 융합,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파트너십과 융합, 대학 교육과 연구에 있어 학내외, 그리고 글로벌 융합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개선해 나가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번 기회에 정부, 기업, 대학 모두가 국가의 전략적 산업을 중심으로 융합해 함께 혁신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한일갈등은 정부 정책과 사회분위기를 노동자 편익, 인권과 환경보호 등과 함께 산업과 기업의 중요성도 공존 발전시켜야 한다는 보다 균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우선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이 큰 산업과 기업을 중심으로 중점적 지원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동반 성장 관계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대기업 제조와 수출 중심의 유통구조를 글로벌 수입공급과 내수공급을 융합한 소비자지향적 유통구조에도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통구조는 대체로 대기업 중심의 공급자지향적 유통구조로 돼 있어, 소비자지향적 유통구조의 발달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소매와 제조를 연결하는 전문도매시장이 효율적으로 잘 발달돼 있지 못하며, 특히 글로벌 차원의 수입도매시장은 매우 낙후돼 있다.

이러한 판매 유통 구조의 비전문화는 부품이나 원자재 등의 조달 유통 구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조달 유통 구조가 대기업별로 따로 공급원을 가지고 있어 특히 글로벌 수입 조달의 경우 국내 기업 간 물량이 모이지 않아 구매력이 약하다. 이번 사태처럼 한 나라나 한 기업에 구매의존도가 높을 경우 가격이나 공급상에 있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제조 중심의 산업 정책에서 제조와 유통을 융합한 시스템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들도 부품이나 원자재의 구매력을 공동으로 키울 방법과 일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학도 제조업체나 금융업체 중심의 경영 교육에서 글로벌 도소매유통관리, 물류관리, 프랜차이즈관리 등에 대한 교육과 인재 양성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는 감성이 앞서는 우리 민족과 이성이 앞서는 일본 민족 사이에서 국가 간 거래상의 파트너십과 신뢰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며, 우리에게 이러한 장점들을 융합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제공됐다.

미국 등 선진사회에서는 거래상의 윈윈 파트너십의 제1조는 ‘신뢰’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마케팅 교환을 통한 가치창출로 정의할 때 교환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뢰라는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신뢰는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 간 거래에 있어 계약이나 약속에 따라 각자가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상호 신뢰가 있어야 열린 소통과 공동목표의 설정, 그리고 장기 몰입이 가능하다.

일본 사태의 발생에 대해 일본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와의 신뢰문제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 위정자들과 지도자들은 언행일치를 중시하고 어떠한 형태의 약속도 지킨다는 신뢰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 우리 국민도 대한민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 신뢰할 수 있는 국민이 되도록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부도, 기업도, 대학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제조와 유통[도소매 상거래유통, 물적 유통(물류), 정보유통과 공급체인관리]이 융합된 시스템적인 정부정책, 기업전략, 대학교육을 위해 온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남북한 경제통합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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