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역 언어와매체 화법과작문, 수학영역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택1
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 전환, 45점 이상 1등급
주요대학 상당수 자연계열 미적분 기하 중 택1, 과탐 지정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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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현 고1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를 때 국어·수학에서 선택과목 1개를 추가로 선택해 응시해야 한다. 공통과목이 75%, 선택과목이 25% 수준에서 출제될 계획이다. 수학에서는 전체 문항의 30% 수준인 9문항에서 단답형 주관식 문항이 출제된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하나로 통합, 계열 구분 없이 17개 과목 중 최대 2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바뀐다. 제2외국어/한문은 기존 한국사·영어와 더불어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12일 이같은 변경사항이 담긴 ‘2022학년 수능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수험생들은 바뀐 수능 체제를 잘 확인함과 더불어 향후 대학들이 발표할 선택과목 지정 여부를 잘 살펴 학습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대학들이 선택과목을 통해 자연계열에 사실상의 계열 구분을 두기로 한 점을 염두에 두고, 과목 선택과 대학지원 전략을 세워야 좋은 결과를 받아들 수 있다. 

■ 2022학년 수능 기본계획 확정·발표 = 교육부는 12일 발표한 ‘2022학년 수능 기본계획’은 지난해 8월 발표된 ‘2022학년 대입제도 개편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정시모집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대입 개편안에 더불어 현 고1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 수능 개편안을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기본계획은 개편안 발표 당시 내용과 동일하다. 당시 예고됐던 국어·수학과 직업탐구 과목구조를 바꾸고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며, 탐구영역 계열구분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추가로 발표된 내용들은 출제문항이나 등급구간 등 그보다 한층 세부적인 것들이다. 

먼저 국어와 수학, 직업탐구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이 함께 실시되는 구조로 변경된다. 국어 선택과목은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의 2과목이며, 수학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의 3과목이다. 수험생은 이들 선택과목 가운데 1과목을 선택해 응시하게 된다. 

직업탐구는 1과목만 응시했는지, 2과목을 전부 응시했는지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과목체제가 달라진다. 국어·수학과 달리 탐구영역에 속해 최대 2과목까지 응시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2과목에 모두 응시한 경우라면 전문공통과목인 성공적인 직업생활과 계열별 5개 선택과목 중 1과목을 선택하게 되며, 1과목에만 응시한 경우라면 계열별 선택과목 중에서만 1과목을 고를 수 있다. 계열별 선택과목은 △농업 기초 기술 △공업 일반 △상업 경제 △수산·해운 산업의 기초 △인간 발달이다.

직업탐구 외 탐구영역인 사회탐구(사탐)와 과학탐구(과탐) 계열 구분은 폐지된다. 현재는 사탐 중에서 2과목, 과탐 중에서 2과목을 선택하는 것만 가능하지만, 2022학년부터는 계열 구분없이 사탐·과탐 합산 총 17개 과목 가운데 2과목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경사항은 제2외국어/한문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현행 수능은 한국사와 영어영역에서만 절대평가를 적용하고 있지만, 2022학년 수능부터는 제2외국어/한문까지 더해져 3개 영역에서 절대평가가 시행된다. 현행 상대평가 체제의 허점을 노린 아랍어 등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절대평가로 바뀌는 제2외국어/한문은 한국사·영어와 동일하게 일정 원점수 성적마다 등급이 주어지는 고정점수 분할방식으로 성적을 산출한다. 단, 고정 점수 구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동일한 50점 만점 체제인 한국사의 경우 40점 이상이면 1등급이 주어지지만, 제2외국어/한문은 45점 이상이어야 1등급이다. 이후 5점마다 등급이 주어지고, 9점 이하부터는 9등급이 되는 구조다. 

이외 상대평가 체제인 국어·수학·탐구는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이 모두 주어지는 현행 성적 통지 체제를 유지한다. 공통·선택과목 체제가 된 국어와 수학은 공통과목을 활용해 선택과목의 점수를 조정하는 절차를 거쳐 등급을 부여할 계획이다.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실시되는 국어·수학은 전체 문항 가운데 75%를 공통과목, 25%를 선택과목으로 구성해 출제할 계획이다. 문항 유형은 현행 수능과 동일한 객관식 5지 선다형을 기본으로 한다. 단, 수학 영역에서는 공통·선택과목 전체 문항의 30% 수준인 9문항을 단답형 주관식 문항으로 출제할 예정이다. 

국어와 수학 문제지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이 합쳐진 1권 형태로 제공된다. 수험생들은 원서 접수 시 선택한 과목을 찾아서 응시해야 한다. 현행 수능 탐구영역에서 자신이 응시하지 않은 과목 시험지를 풀었다가 부정행위 처리되는 인원들이 있다는 점을 볼 때 향후 모의고사 등을 통해 충분한 연습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는 2022학년 수능에 현행 수능 시행 방식들이 고스란히 차용될 예정이다. 수험생들은 한국사 영역을 필수로 응시해야 하는 반면, 다른 영역 응시 여부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영역별 문항 수와 배점, 시험 시간이나 시험 순서도 바뀌는 부분이 없다. 

2022학년 수능은 2021년 11월18일 시행되며, 성적은 12월10일 통보된다. 보다 상세한 내용을 담은 수능 시행 기본계획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021년 3월 공고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바뀌는 수능에 학생들이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평가원이 내년 5월 국어·수학·직업탐구 예시 문항을 개발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이과 불분과’ 의지 담겼지만, 사실상 문이과 구분 = 수능이 체제를 바꾸는 것은 현 고2학생들부터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 때문으로 봐야 한다. 7차 교육과정부터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문이과 불분과’가 시행됐지만, 수능이 여전히 계열을 구분하고 있어 진정한 문이과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에 수정이 가해지게 됐기 때문이다. 사탐과 과탐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가형·나형, A형·B형 등 사실상 문과와 이과로 구분되던 수학에서 선택과목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 등은 모두 문이과 불분과를 염두에 둔 조치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사실상 계열 구분이 있다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모집단위 계열에 따라 선택과목을 지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 4월 30일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더불어 함께 발표한 ‘2022학년 대입 수능 선택과목 지정 현황’을 보면, 이과에서 구분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교육부가 취합한 20개 대학과 같은 날 선택과목 지정 현황을 함께 발표한 서울대까지 총 21개 대학 가운데 9개 대학은 수학에서 기하, 미적분 중 1개를 선택하도록 했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할 시에는 자연계열에 지원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9개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대입 전반에 미칠 파장은 큰 내용이었다. 9개 대학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경희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 등 서울권 주요대학에 서울과기대까지 포함됐다. 이들 대학이 대입에서 높은 선호도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보면 사실상 자연계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보다는 기하나 미적분을 공부해야 한다는 신호가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탐구에서도 주요대학들은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면 과탐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는 물론이고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등 주요대학과 인천대·한양대(ERICA)까지 총 10개 대학이 자연계 수험생에게 과탐 2과목 선택을 요구했다. 서울대는 여기에 더해 과탐 2과목은 서로 다른 과목으로 구성돼야 하며, Ⅱ과목을 1개 이상 필수 응시할 것도 요구했다. 이는 현재 서울대가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요대학 자연계열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학에서는 기하 또는 미적분, 탐구에서는 과탐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현행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계열 구분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문이과 불분과’라는 당초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험생들도 수능에 발맞춰 학업활동을 계획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교육과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주요대학들을 필두로 일부 대학들이 사실상의 자연계열 구분을 두기로 한 것은 대학에서의 수학능력 측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문이과를 굳이 나누지 않겠다는 것이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지만, 수능에서 선택과목이 제시된 이상 수험생들에게 명확한 방침을 안내할 필요가 컸다. 이공계·자연계에서 공부하려는 학생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것은 좋지 못한 방향이라고 봤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계열 구분은 교육부의 의도와도 맞아 떨어진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앞선 3월말 대학 입학처장들의 협의체를 통해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두면 자연계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거나, 사탐만 선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자연계나 이공계 진학 희망 학생이 확률과 틍계를 듣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기하나 미적분 가운데 하나는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방침을 전달한 바 있다. 

수험생들은 주요대학과 이외 대학들을 구분해 학업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열을 구분하는 대학들이 대부분 주요대학이라는 점을 보면, 중하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문·이과 통합이라는 당초 교육과정의 목표대로 선택과목을 지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리 진학할 대학의 범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학습전략과 대학선택 전략 등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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