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주도 정원감축 ‘도돌이표’, 지방대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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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 발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 비중 대폭 확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한명섭 기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은혜)가 대학혁신 방향으로 정부 주도의 인위적 정원감축 대신 대학의 자율 정원감축을 제시했다. 하지만 ‘도돌이표’다.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하 2021 진단)’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 비중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2021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대상에 선정되지 못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 시즌2(2022년~2024년)에서 배제된다. 결국 대학들이 2021 진단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 향상이 요구되고, 이는 정원감축을 의미한다. 특히 지방대가 지역 여건상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중도탈락률이 높다는 점에서 2021 진단으로 지방대 고사 위기가 우려된다.

대학이 진단 참여 여부 선택, 진단 결과 따라 일반재정지원 대상 선정 = 교육부는 6일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14일 ‘2021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서 ‘혁신의 주체로 서는 대학, 대학의 자율혁신을 지원하는 지역과 정부’를 고등교육 정책방향으로 설정했다”면서 “이러한 정책방향 하에서 2021 진단은 대학의 적정 규모화와 교육의 질 제고 지원이라는 진단 목적과 기능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했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2014년 대학구조개혁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학령인구감소 시대에 대비, 2023학년도까지 3주기로 나눠 대학 입학정원 16만 명을 감축하는 것이 목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2015년 실시됐다. 교육부는 전체 대학을 A등급부터 E등급까지 구분, A등급을 제외하고 등급별로 정원감축을 권고·추진했다. 정원감축 권고 인원은 2만4000명이었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변경, 2018년 실시됐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하 2018 진단)을 통해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이 구분됐다. 교육부는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대상으로 정원감축을 권고·추진한다. 정원감축 권고 인원은 1만 명이다.

교육부는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 따라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2018 진단과 달리 2021 진단에서 인위적으로 정원감축을 추진하지 않는다. 박 차관은 “정부 주도 정원 조정을 목적으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추진했다. 2018 진단에서는 대학의 자율 발전 지원을 목적으로 정부의 인위적 정원감축 정책 기조를 완화한 바 있다”며 “기존 평가・진단 방식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을 보다 존중하고, 평가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학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1 진단은 대학 현장의 개선 요구를 반영, 대학이 스스로 진단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진단 기능을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 선정 중심으로 재정립했다”고 강조했다.

충원율 비중 대폭 확대, 권역에서 90% 우선 선정 = 2021 진단의 골자는 ‘대학이 진단 참여 여부 선택 → 참여 대학 대상 진단 실시 →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대상 선정’이다.

교육부는 2021 진단 결과를 일반재정지원 대상 선정 여부에만 활용한다. 대학이 2021 진단에 자율 참여한 뒤 일반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대학혁신지원사업 시즌2에 참여하고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도 신청 가능하다. 반면 2021 진단에 자율 참여한 뒤 일반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 시즌2 참여가 제한된다. 단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은 신청할 수 있다. 만일 2021 진단에 아예 참여하지 않으면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 신청도 일부 제한(지자체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의 경우 지자체 판단에 따라 지원 가능)된다.

교육부는 2021 진단 결과를 정원감축에 활용하지 않지만 진단 지표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비중을 대폭 확대(2018년 진단 10점 반영 → 2021 진단 20점 반영), 대학의 정원감축을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돼도 ‘유지 충원율’(일정 수준 이상 재학생 충원율)을 충족해야 재정을 계속 지원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2020년 전후 재학생 충원율 상황을 고려, 2021년 4월 유지 충원율 기준을 설정하고 안내할 예정이다. 또한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학사구조・학사제도,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개선 등이 진단에 포함되고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이 강화된다.

2021 진단의 특징으로 지방대 배려도 주목된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권역별 구분 없이 실시됐다. 따라서 지방대의 불만이 높았다. 수도권과 지역의 교육여건 격차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2018 진단에서 5개 권역(일반대: 수도권/대구‧경북‧강원권/충청권/호남‧제주권/부산‧울산‧경남권, 전문대: 수도권/강원‧충청권/대구‧경북권/호남‧제주권/부산‧울산‧경남권)을 구분한 뒤 ‘권역 5:전국 1’ 비율로 자율개선대학(정원감축 미권고+일반재정지원 대상)을 선정했다. 2021 진단에서는 2018 진단보다 권역 비율이 확대, 권역에서 90%가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우선 선정되고 전국 단위에서 10%가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된다.

박 차관은 “충원율·전임교원 확보율·취업률 등 진단 지표에서 만점 기준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권역별로 분리・적용하는 것을 검토함으로써 대학 소재 지역 여건이 진단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가칭)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신설, 지자체와 대학 주도로 지역 실정에 맞는 지역혁신 계획을 수립・추진하는 등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통해 발표한 지역 대학 지원 정책을 병행·추진한다”고 말했다.

또한 2021 진단에서 강사 제도 현장 안착을 목적으로 기존 강사 관련 지표(강의 규모 적절성, 강사 보수 수준) 기준이 보다 강화되고 신규 지표(총 강좌 수, 비전임교원 담당 학점 대비 강사 담당 학점 비율)가 추가된다.

1・2단계 진단 통합, 재정지원제한대학 별도 지정 = 교육부는 2021 진단에서 대학의 평가 부담 완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21년에 교육부 주관 2021 진단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주관 기관평가인증이 동시 시행되기 때문이다.

박 차관은 “기존 1・2단계 진단을 단일 단계로 통합하고 핵심 기본여건 중심으로 지표를 간소화한다. 2021 진단과 기관평가인증 간 유사 지표(요소)에 대해서는 지표, 산출식, 작성 서식, 증빙자료 등 연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협의한 뒤 연내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교사 확보율과 장학금 지원처럼 변별력이 낮거나 별도 이행 여지가 있는 지표가 삭제된다. 교육 수요자 만족도 관리와 지역사회 협력・기여 지표는 ‘발전계획의 성과’ 항목에 통합된다.

구체적으로 2021 진단 지표를 살펴보면 일반대의 경우 △발전 계획의 성과 4점(특성화 계획 또는 중장기 계획 등 발전 계획 2점+자율지표 2점) △교육 여건 20점(전임교원 확보율 15점+교육비 환원율 5점) △대학 운영의 책무성 9점(법인 책무성 4점+구성원 참여·소통 5점)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 29점(교양 교육과정 운영 7점+전공 교육과정 운영 7점+교수‧학습방법 개선 6점+총 강좌 수 1.5점+강의 규모의 적절성 1점+비전임교원 담당 학점 대비 강사 담당 학점 비율 1.5점+강사 보수수준 1점+수업관리의 적정성 및 운영성과 2점+학생평가의 적정성 및 운영성과 2점) △학생 지원 13점(학생 학습역량 지원 5점+진로·심리상담 지원 4점+취·창업 지원 4점) △교육 성과 25점(신입생 충원율 10점+재학생 충원율 10점+졸업생 취업률 3점+유지취업률 2점)으로 구성된다.

전문대의 경우 △발전 계획의 성과 4점(특성화 계획 또는 중장기 계획 등 발전 계획 2점+자율지표 2점) △교육 여건 20점(교원 확보율 15점+교육비 환원율 5점) △대학 운영의 책무성 5점(법인 책무성 2점+구성원 참여·소통 3점) △교육과정 운영 및 산학협력 31점(직업기초 및 교양 교육과정 체제 구축 및 운영 6점+현장 중심 전공 교육과정 체제 구축 및 운영 12점+산학협력 활동 4점+총 강좌 수 1.5점+강의 규모의 적절성 1점+비전임교원 담당 학점 대비 강사 담당 학점 비율 1.5점+강사 보수수준 1점+수업관리의 적정성 및 운영성과 2점+학생평가의 적정성 및 운영성과 2점) △학생 지원 10점(학생 학습역량 지원 4점+진로·심리상담 지원 3점+취·창업 지원 3점) △교육 성과 30점(신입생 충원율 10점+재학생 충원율 10점+졸업생 취업률 7점+유지취업률 3점)으로 구성된다.

교육부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2018 진단 결과에 따라 정원감축 대상 대학과 함께 재정지원제한 대상 대학을 선정했다. 하지만 2021 진단에서는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만 선정하기 때문에 2021 진단에 앞서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별도 지정할 계획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에는 교육여건·성과와 재정투자 효율성 등이 고려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2021 진단 참여가 제한됨에 따라 일반재정지원사업,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 참여는 물론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까지 제한된다. 박 차관은 “학생들이 대학 선택 시 고려할 수 있도록 2021 진단 결과에 따른 일반재정지원대학, 재정지원 가능 대학, 국가장학금 지원 가능 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명단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주도 정원감축 도돌이표에 지방대 고사 위기 = 2021 진단의 특징은 △대학 자율성 확대(진단 참여 여부 선택, 입학정원 적정 규모 유도) △지방대 배려 강화 △대학 평가 부담 완화로 압축된다. 특히 교육부는 2021 진단에서 대학의 자율 정원감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육부 주도 정원감축의 ‘도돌이표’다. 대학들이 대학혁신지원사업 시즌1(2019년~2021년)에 이어 대학혁신지원사업 시즌2(2022년~2024년)에 참여하려면, 우선 2021 진단에 참여한 뒤 일반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에서 감점 요소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이 100% 미만 대학들은 입학정원을 감축,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100%에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A대학의 입학정원이 1000명, 신입생 모집인원이 700명, 재학생 인원이 500명이라고 하자. 재학생의 경우 중도탈락(자퇴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입생 모집인원보다 적을 수 있다. 그러면 A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70%, 재학생 충원율은 50%다. 반면 A대학이 입학정원을 300명 감축한다면 신입생 충원율을 100%로 높일 수 있다. 재학생 충원율을 100%로 맞추려면 500명을 감축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교육부의 노림수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2018 진단처럼 교육부가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감축을 주도하지 않지만, 재정지원과 연계시키며 대학들의 정원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대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중도탈락률 역시 높은 편이다. 중도탈락률이 높으면 자연스레 재학생 충원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2021 진단이 지방대 고사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충원율 지표가 대학의 좋고 나쁨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학생 모집에 크게 어려움 없는 다수 수도권 대학에서 정원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정원감축이 지역대학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편중과 지역 격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20일 오전 10시 대전 ICC호텔에서 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실시한 뒤 9월에 2021 진단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방안 마련(12월),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발표(2021년 4월), 2021 진단 실행(2021년 5월~7월), 2021 진단 결과 발표(2021년 8월)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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