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 본지 논설위원/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김중백 교수

교육과 관련된 소식은 언론에서 적게 접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대개 그렇듯이 언론이 관심을 두는 기삿거리는 미담이나 성과보다는 갈등이나 혼란인 경우가 더 많은데 적어도 교육 영역만은 예외이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연일 교육 관련 기사는 넘쳐흐르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교육정책으로부터 야기된 논란에서 나온 소재다.

최근 가장 주목을 끄는 교육관련 기사는 바로 자사고 지정 취소와 이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다. 이미 사건의 진행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와 같다. 자사고를 지정 취소하려는 교육청의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상산고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 동의하며 첫 단계가 마무리 됐고 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교육청과 학부모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기 직전이다. 

교육은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기르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지양하며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대신 앞일을 미리 준비해 살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로 표현된다. 과거 우리 교육정책은 기본 수준 이상의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에 집중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입시위주의 교육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한계는 존재하지만 이는 교육정책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학벌에 대한 열망, 학문을 숭상하는 유교적 전통, 우수한 교육기관의 상대적 부족에 따른 사회 구조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적어도 과거의 교육정책은 우리가 꿈꾸는 참된 교육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정도는 됐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당시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와 가능성 안에서 정치적 지향성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예측 가능한 측면에서 교육정책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이후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되고 교육자치라는 명목 아래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고 선진 교육을 구현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정책들이 제안되면서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기보다는 교육감 개인의 신념이나 정치적 입장을 반영하려는 정책이 중구난방식으로 시행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겠지만 교육정책은 특정한 계층이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말고 교육 본연의 가치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아내야 한다. 미래형 교육을 위해 교육내용과 제도를 개선한다 하더라도 입시중심의 현 교육체제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산물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학입학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와 문화를 바꾸려는 사회적 변화와 병행된 교육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육의 주체가 되는 학생과 교사가 혼란을 경험하지 않으면서도 협업을 통해 사고의 한계를 넓혀 나가고 지식의 창조적 생산자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인생의 계획표를 구성하는 부모의 상황도 고려해 가급적 충분한 논의 및 준비기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이번 자사고 지정 취소가 교육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첫째, 자사고 지정 취소가 일반고의 교육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자사고가 지정 취소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일반고의 교육을 더욱 내실화하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해 무엇을 달성하기 위한 지정 취소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교육정책이 정책시행자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보이면 교육의 주체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벌어진 이번 결정으로 해당 자사고 입학을 준비하던 학생과 학부모의 당혹감과 자사고 운영을 위해 노력했던 교사들의 허탈감이 얼마나 클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지정 취소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한다면 충격을 완화하고 당사자들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행정적·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의 힘은 크고 광범위하다.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은 정치와 분리될 수 없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가 불편함을 느끼는 정책 시행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정책이 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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