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8월. 일을 떠나 가장 많이 휴식을 취하는 기간이지만, 대학가는 어느 때보다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달이었다. 최대 재정지원과 대학의 사활이 걸린 ‘대학 혁신 지원 방안’과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이 6일과 14일 연달아 발표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달 말 ‘사학 혁신 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교육부가 앞서 발표한 두 계획의 큰 축은 ‘자율성 존중’과 ‘지역대학 배려’로 보인다. 대학 혁신 지원 방안은 ‘혁신의 주체로 서는 대학, 대학의 자율혁신을 지원하는 지역과 정부’를 주된 정책기조로 설정했다. 

이러한 방향은 그간 정부 주도의 평가・진단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대학 관계자들은 “큰 틀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거창한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어도 디테일에서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발표 이후 취재한 기획처장마다 “현장에서 적용되기까지 수많은 난제가 있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혁신을 위해 융합학과 설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디테일을 보면 ‘총 정원 범위 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 기획처장은 “총 정원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정원을 움직이는 것이 의미가 없다. 기존학과에서 정원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신설학과를 만드는데 음대 정원까지 빼 와야 했다. 그것도 사정해서 간신히 채운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대학 배려사항에도 디테일의 악마는 숨어있다. 바로 ‘학생 충원율’이다.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를 놓고 교수 단체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지역과 대학의 불안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학생 중도탈락률이 높은 지역 대학은 점수를 맞추기 위해 제 살 깎아 먹기로 정원감축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교육부는 ‘자율성 강화’ ‘지역대학 배려’라는 프레임으로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디테일의 악마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대학이 체감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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