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서울예술대학교가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한 첫 공모를 통해 선택한 리더는 이남식 박사다. 이남식 신임 총장은 고려대‧충남대‧카이스트‧한성대 등에서 대학 사회를 경험했고 총장으로서는 전주대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계원예술대학교를 거쳐 이미 세 번의 경력을 가졌다. 대학이 겪은 여러 어려움을 수습하고 성공적으로 대학 경영을 이어나갈 적임자로 베테랑 총장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라는 대학 사회의 평가가 이어진다.

8월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남식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막힘없이 서울예술대학교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견해를 내놓았다. 취임 후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이 총장의 답변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예술대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비전이 묻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최초로 공모를 통해 선임된 총장이다.
“서울예술대학교가 총장 공개모집을 하면서 한 지인이 이 소식을 접하고 내게 응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대학에서 총장을 선임할 때 잡음이 있기도 한데, 당시 서울예술대학교의 사정을 간접적으로 접했을 때 총장 선출 과정이 투명하고 대학에서 의지를 갖고 바르게 진행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겪어보지 못한 절차라 생소하기는 했지만 세심하게 절차를 준비했다. 그래서인지 잡음이 없고, 구성원들께서도 잘 대해 주신다.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한 과정과 결과도 모범 사례로 꼽힐 만하다고 본다. 서울예술대학교의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절차를 잘 선택해 진행했다.”

-구성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공모를 통해 취임한 만큼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그렇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통해 선출 또는 선임됐든지 총장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결국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이란 이 대학을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다. 최대한 학생이 원하는 정도의 역량을 갖도록 지원하고 원하는 진로를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책임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학생 한명 한명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오랜 기간 대학에서 직을 맡았고 총장도 여러 번 수행했다. ‘전문’ 대학 총장이라 해도 손색 없다.
“크리스천으로서 말하자면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결코 제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교수님들을 잘 이해하고, 대학이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최적화 하는 데 있어서는 그간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은 가진 것만 잘 활용해도 반드시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총장은 행정가적 역할이 크다. 우리 사회의 대학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평가‧인증이 굉장히 많아졌다. 예전처럼 교수님들이 독립된 연구자로서 각자의 연구만 하면 되는 때가 아니라 평가를 위해 함께 힘을 보태야 하는 상황이다. 하물며 총장은 정부가 요구하는 여러 지표도 맞춰야 하고 행정적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지역사회와의 협업이나 대학이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생기는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을 세계 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해 가르치는 일도 물론 신경 써야 한다. 또 한 가지 총장의 역할이 있다면, 다양한 목소리를 한 데 모으는 것이다. 대학에는 여러 이해당사자가 있다. 학교 법인, 학생과 학생회, 교수와 교수회, 직원과 직원 노조, 동문회 등이다. 또 지역사회와 상권도 대학에 영향을 준다. 각자 이해가 다른 이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일반대와 전문대에서 모두 총장직을 수행했다. 역할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대와 전문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두 축이다.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있어서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각각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것과 직업 인력 내지는 당장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특성이 다른 만큼 각각 총장의 역할도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총장에게 주어진 책임은 같다. 학생들을 어떻게 사회에 적합한 인재로 키워내는가 하는 것이다.”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총장은 이를 어떻게 보았나.
“이번 방안에서 교육부는 현행 입학정원 수준을 유지하면 2024년에는 약 12만 명 정도의 입학생이 부족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제 교육부가 나서 정원 조정을 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과거의 정원 조정 정책 하에서는 각 대학이 정원 조정 부담을 나눠 지면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원 조정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쟁력을 갖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을 하지 못하는 대학은 살아남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이제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찾을 수 있는 대학만 찾을 것이다. 대학은 이제 끊임없이 학생들의 미래 방향성과 일치하는 교육을 하도록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 학생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산학협력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살아남기 어렵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교수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질 때 까지는 아무래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갖춰진 다음에는 전보다 아주 많은 양의 에너지가 추가적으로 소모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변화의 중심에 있는 대학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 교수님들은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 있다. 최근 외부 업체와 협력해 우리 대학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참여한 뮤지컬을 성공적으로 론칭해 상연되기도 했다.”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서울예술대학교가 고배를 마셨는데.
“세계적 인정을 받는 데 집중하며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정부가 원하는 지표에 맞게 우리의 성과를 드러내는 데는 부족했던 듯하다. 우리 대학은 10년 이상 세계 문화예술의 주요 거점인 뉴욕‧LA‧이탈리아‧인도네시아에 ‘컬처 허브(Culture Hub)’를 구축해 공동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고, 현지 전문가가 우리 학생을 위해 강연을 한다. 그 결과 2016년에 전 총장이 미국과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에 기여한 예술가에게 주는 상인 ‘존 D. 록펠러 3세 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점은 인정을 받았지만, 예술대학이다 보니 실기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매뉴얼화 하고 수업 과정과 성과를 지표에 맞추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있다.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인해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살펴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를 계기로 전체 구성원이 심기일전해 다음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피해가 없도록 국가장학금을 일부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최근 기관평가인증에서는 진단 항목 전체에서 기준을 충족하며 인증을 받아냈다.”

-대학마다 위기를 인식하고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예술대학은 어떤 위기에 직면해 있나.
“콘텐츠 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인 영화, 방송, 신문, 도서와 뉴미디어를 비교해보면 결국 플랫폼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제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으로 변했다. 독자 또는 시청자와 만나는 방식이 변한 것이다. 또 제작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다. 현재 교육이 이런 사회 변화를 잘 따라가고 있는가, 또 선도하고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예술대학교는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과 담는 그릇이 달라졌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이미 과학과 예술을 접목할 수 있는 융합교육을 오래 전부터 지표화 해 실시해왔다. 다양한 전공이 모여 함께 창작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실시간으로 세계 예술 트렌드를 교육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AR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를 교육과정에 도입해 해외 전문가들이 우리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포맷을 익히고 또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VR이나 AR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실험도 계속되고 있고 교수님들이 열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교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부분은 대학본부가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 특성상 영상 제작 장비 관리가 중요한데,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언제든 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또 장비들이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창작지원본부가 있다. 기관평가인증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우수한 교수진을 모시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남식 총장은…
서울대에서 농화학 학사를 하고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미국 블룸필드 대학에서 명예인문학 박사를 했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고려대, 충남대, 카이스트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한성대, 홍익대에서 재직하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전주대 총장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aSSIST) 총장을,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을 맡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수원대 제2창학위원장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산업자원부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초대 소장을 지낸 바 있고,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대한인간공학회 회장을 했다. 2011년부터 국제미래학회 공동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2019년 8월 서울예술대학교 총장에 취임했다.

[TIP]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 가진 '베테랑 총장'...전문대 위상 강화에 목소리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이 대학 총장으로서 가장 오래 재직한 곳이자 총장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곳은 전주대다. 전주대에서 세 번 연임하며 무려 8년 2개월 간 총장직을 수행했다. 그가 전주대 총장을 지내며 대학은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교육환경과 교육 프로그램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주대 총장으로서의 마지막 임기는 전주대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자진해 마무리 했으나, 이에 대한 당시 전주대 관계자들은 이 총장의 사퇴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을 만큼 아쉬움을 표했다.

이후 쉴 틈 없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2012년 12월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에 취임하며 전문대학과 연을 맺는다. 비슷한 시기 일반대 총장직 경험을 갖고 전문대 총장에 취임했던 정기언 전 수원여자대학교 총장,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등과 함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대 총장에 취임한 뒤에는 전문대 위상 강화를 위해 활동했다. 2013년에는 전문대학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전문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또한 2014년에는 계원예술대학교가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사업)에 선정되며 예술계열 전문대의 가치를 증명하기도 했다.

2014년 제2회 전문대학 엑스포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는 중‧고교생 및 학부모가 전문대를 직업교육의 중심 기관으로 인식하도록 기여했고 전문대학의 성과를 공유‧확산하는 데 힘썼다.

2016년에는 본지 프레지던트 서밋에 참가해 구조개혁평가에 대해 대학의 자구적인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한 △전문대 전공심화과정을 통한 전문석사 학위 수여 △국가장학업무 효율화 △평생직업교육 활성화 등을 주장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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