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교육과정혁신센터 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육과정혁신센터 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육과정혁신센터 팀장

그때가 좋았다. 15년 전까지 행복했다. 구조개혁이니, 평가니 이런 것들이 없었다. 적절히 등록금을 인상했고, 운영하고 남은 돈은 적당한 명분을 달아 이월 후 적립하면 그만이었다. 그때가 좋았다. 방학이 있었다. 주 40시간의 절반쯤인 주 25시간만 근무하면 됐다. ‘학생 중심'이라는 구호는 있었지만, 실제로는 ‘행정 중심'으로 운영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갑작스럽게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스멀스멀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피부로는 이미 느끼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었는데 수면위로 올라와 버렸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이 지정됐고 1주기 구조개혁 평가, 특성화(CK)사업,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등의 재정지원사업에서 정원감축과 특성화를 기본 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두 가지 조건은 여태 외부에서 강제하지도 않았고 내부의 필요성도 크지 않았던 터라 이때부터 급격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피로증후군, 혁신증후군이 시작된 것이다.

초등학생 조카에게 들으니, 한 반에 25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엔 한 반에 65명 이상은 기본이고, 2부제까지 운영했다고 하면 별나라 이야기인 줄 안다.

한편 6살짜리 아이가 유튜버로 월 40억을 벌었다는 소식이 기사화되고, 초등학생 선호직업 수위에 유튜버가 있다는 사실은 기성세대에게는 별나라의 이야기로 들린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도 TV보다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대학이라는 냄비 속에서 너무 안주한 나머지 개구리의 비극(boiled frog syndrome)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닌지, 매번 걱정이 앞선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은 2000년생이다. Y2K 우려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들썩이던 시대에 태어난 학생들이 성장해서 대학에 들어왔다. 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에 거부감이 없고 1타 강사(스타 강사)에게 강의를 듣고 공부한 세대다.

이들의 시각으로 학문의 전당이라 일컫는 2019년 대학을 바라보면 어떨까?

졸업 후의 암울한 취업 현실은 제쳐 두고서라도 수강신청 전쟁으로 인해 듣고 싶은 과목을 마음껏 신청하지도 못하고 있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추진한 강의 규모의 대형화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대강(대형 강의)은 증가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학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싸강(사이버 강좌)은 확대되고, 20시간이 넘는 유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비교과 프로그램은 부족하기만 하다. 대학 졸업이라는 학력 인정을 빼고 본다면 분명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얼마 전 3주기 기본역량진단 계획(안)이 발표됐다. 1주기, 2주기와 비교해 정책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지만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

하지만 학생을 이해하고, 이들의 눈높이에서 '혁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임엔 분명하다.

'학생 중심'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지 않게 여겨지는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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