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이재성씨(전기·전자공학부)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20여 년간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일주일간 미국에서 열린 애플 WWDC에서 경험했어요. WWDC 장학생으로 선정돼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장학금 이상의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해요.”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재성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 장학제도’(WWDC Scholarship)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애플은 매년 전 세계 350여 명을 WWDC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 장학생이 선발됐으며, 올해는 이재성씨를 포함해 2명만 선정될 만큼 국내에선 극히 드문 케이스다.

이씨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3차원으로 심폐소생술(CPR)을 배울 수 있는 ‘Learning CPR in AR/3D’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동작에 대한 설명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했다. 프로그램에 사용된 언어는 2014년 애플에서 공개한 Swift 언어를 사용했다. 코딩부터 음악, 3D애니메이션, UI디자인 등 모든 부문을 이씨가 스스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애플 장학생으로 선정됐지만, 별도의 장학금은 없다는 사실에 대부분 놀란다. 대신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WWDC에 참석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온 수많은 개발자 및 애플 엔지니어와 교류를 맺었다. 상당수 장학생이 그곳에서 스카우트 됐다. 나도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게 됐으니 장학금보다 큰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WWDC는 180만원의 높은 참가비에도 71초 만에 표가 매진될 만큼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려있다. 이러한 열기 때문에 2014년부터 추첨으로 바뀌어 티켓을 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로또’다. 특히 키노트(Keynote) 세션에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신제품 발표는 대표적인 이슈 거리였다. 올해는 팀 쿡(Tim Cook) 애플 CEO가 새로운 운영체제를 공개했다.

이씨는 WWDC에서 지낸 만큼 바쁘고 알찬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이어지는 세션에 참석했다. 새로운 기술이 쏟아졌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코딩을 하지 않으면 듣고 끝나겠더라. 그래서 쉬는 시간 30분에 코딩하고, 다음 세션에 참석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키노트 세션이었다. 팀 쿡 CEO가 새로운 Swift UI를 발표하자 모든 개발자가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10줄 이상 써야 했던 코드를 3~4줄로 단축한 것이다. 그 외에도 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음성으로 문자를 보내고, 읽어주는 기능도 흥미로웠다.”

애플 WWDC 장학생으로 큰 경험을 했지만, 그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Swift 언어를 교육하는 시스템이 없어 ‘강제적으로 독학’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문서가 영어로 돼 있기 때문에 번역하면서 공부했고, 해외 프로그래머들의 유튜브 강의를 보면서 배웠다.”

그러면서 한국 교육에선 IOS개발자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13개의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 중 10개가 브라질에 있다. 이들은 애플의 엔지니어에게 강의를 듣고 2주 간격으로 앱을 개발한다. 실제 350명 장학생 중 70명이 브라질 학생이다.”

애플은 현지 대학과 협력해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있으며, 애플사의 재정적 지원 아래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한국 대학은 Swift 언어를 실행할 맥북조차 갖추지 못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애플과 한국 대학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환경을 만든다면 훨씬 체계적이면서 실질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씨는 애플 WWDC 장학생으로서 경험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여느 또래와 다름없이 꿈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장학생들과 개발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진로가 확실해졌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도 도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6월 3~7일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애플 WWDC에 참여한 장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6월 3~7일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애플 WWDC에 참여한 장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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