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 본지 논설위원/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소장(컴퓨터학과 교수)

인호 고려대 교수
인호 고려대 교수

우리나라는 원유가 나지 않지만 석유는 전체 수출액의 8%을 차지하는 5대 수출 품목 중 하나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이는 원유를 수입해 장치 플랫폼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품질 석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이노베이션이다. 

그럼 4차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데이터다. 5G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스마트 홈,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시티, 스마트 공장에서 채굴되는 데이터를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가공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만들어 재판매하는 것이 미래 핵심 먹거리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데이터 중 하나인 금융정보 활용에 대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올 8월 14일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러한 원인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간절히 바라는 금융업계와 개인의 자유와 정보보호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시민단체가 정면으로 충돌한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개인신용정보 이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동의 없이 신용정보 수집과 처리 권한까지 부여되고 있어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데이터의 개인정보는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 방안은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믿지 못하는 이해 당사자들끼리 같은 거래장부를 탈중앙화 방식으로 복사해서 갖고, 서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장부내용의 위변조를 어렵게 만들어 신뢰를 주는 분산장부기술이다. 이는 외상장부를 가게, 고객, 금융기관 등의 제3자가 똑같이 복사해서 별도로 가지고 기록하면서 서로 검증해 위변조를 검사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해서 저비용으로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단지 거래 장부뿐 아니라 계약 내용을 프로그램 코드화 해서 이를 블록체인에 올려놓고 이 코드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제3자의 개입 없이 계약 내용을 그대로 실행하는 기술이 스마트계약이다. 중간에 계약의 당사자 뿐 아니라 제3자가 위변조할 수 없어 계약을 신뢰할 수 있다. 스마트계약 기술로 신뢰를 담당하는 (이베이나 공인중개사와 같은) 제3자 개입 없이 블록체인 안에서 당사자 직거래만으로 계약을 성립시킬 수 있다. 게다가 비용을 낮추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스마트계약 기술을 데이터 거래소에 적용해 데이터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 즉 본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데이터 거래소에 올릴 때 ‘누가(who)’ 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무슨(what)’ 목적으로 내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며, 활용하면 ‘얼마(how much)’를 내게 보상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when)’ 이 데이터를 파기할 것인지 계약 내용을 프로그램 코드 형태로 이러한 계약조건이 충족이 돼야 데이터 수요자가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모든 계약 내용과 분석기록이 블록체인에 위변조 없이 저장돼 데이터 제공자가 언제든지 내 데이터의 사용처와 인센티브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자신의 데이터가 본인의 허락도 없이 아무 데나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나에게 알림이나 인센티브가 없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데이터 수요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를 활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동의절차를 마이데이터 사업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세상이 온다. 금융정보로 그 사람에게 가장 알맞은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로봇어드바이져가 나올 것이며 의료정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의사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금융정보, 의료정보가 많아야 인공지능으로 학습시킬 수가 있다. 이러한 4차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우리가 뒤처져서는 안 된다. 

다행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중심으로 이런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 기술 개발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여러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멈추지 말고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생태계 조정에 힘써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 생존을 위한 이노베이션을 또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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