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2020년 고등교육예산 규모는 10조8057억원이다. 2019년 본예산 대비 7251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7.2%로 최근 5년간 가장 높다.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한 대학 재정 어려움 해소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등교육 부문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고등교육예산이 대폭 확대되면서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의 설명대로 대학 재정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곳간이 비워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반값등록금정책의 여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반값등록금정책에 따른 등록금 동결·인하로 사립대 1교 평균 학부등록금 수입이 2011년 대비 2017년 명목적으로 19억원 이상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66억원 이상 감소했다.

문제는 대학 재정난이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교협 분석 결과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원에서 2016년 2978억원으로, 연구비는 5397억원에서 2016년 4655억원으로,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원에서 2016년 1940억원으로,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원에서 2016년 1387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기계·기구매입비,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는 모두 직접교육비에 해당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학령인구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교육부도 대학혁신 지원방안을 통해 7대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재정난이 계속 이어진다면 대학들의 변화와 혁신은 요원하다.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따라서 2020년 고등교육예산 대폭 확대 배경에는 교육부의 고심이 녹아있다. 반값등록금정책은 당장 폐기가 어렵다. 대선과 총선마다 반값등록금정책 공약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한 사립대 총장은 반값등록금정책을 ‘정치화된 이슈’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재정난과 반값등록금정책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고등교육예산 대폭 확대는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고등교육예산을 포함, 교육부의 2020년 예산안은 교육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어쩌면 2020년 고등교육예산 전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국회는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임을 인식하고, 교육부의 2020년 고등교육예산 대폭 확대 결정에 동참해야 한다.

한 가지 더 바란다면, 고등교육예산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학 재정난 해결을 교육부 예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대학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안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반값등록금정책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반값등록금정책 이후 대학의 재정난이 얼마나 가중됐는지, 반값등록금정책으로 교육수요자들이 어느 정도 혜택을 받았는지, 반값등록금정책 이후 교육부의 예산 부담은 역으로 얼마만큼 늘었는지 등을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

또한 OECD 국가들은 GDP의 1.4%를 고등교육에 지원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고등교육재정 비율은 0.8% 수준이다. 고등교육재정 비율을 최소 1%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시급하다.

다시 강조하건대 대학 재정난은 대학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마이너스 요소다. 대학이 재정난에 가로막혀 주춤하는데 국가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고등교육예산 대폭 확대라는 처방도 좋지만, 대학 재정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대학·사회·교육부·국회·정치권의 ‘일심동체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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