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 NHN Edu 콘텐츠 디렉터
김은우 NHN Edu 콘텐츠 디렉터

대학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일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창업이다. 창업을 위해서는 좋은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그게 투자자든, 동료든, 고객이든 말이다.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길 팀도 미리 필요하다. 정보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야'다. 창업이라는 행동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야 창업을 할 수 있다. 대다수의 학생에게는 좋은 성적을 유지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자는 정도의 길만 보인다. 세상을 뒤집어 보겠다는 창업자의 시야를 공부로 배울 수는 없다.

창업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창업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장소를 제공한다. 창업가들을 한데 모으기 유리하다. 서로 자극하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창업센터'다. 창업센터에 있다 보면 시야가 달라진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떻게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사업화해 실행에 옮기는지도 볼 수 있다. 

‘위워크(WeWork)’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창업센터다. 뉴욕에서 시작해 미국을 거쳐 전 세계에 퍼졌다. 전 세계의 스타트업을 한 곳에 모았다고 보면 된다. 이들에게 음료부터 회의실, 송년회 같은 모임, 해외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프리랜서나 소규모 회사라고 할지라도 큰 조직에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 다른 창업센터도 있다. 위워크와 같은 창업센터에 영감을 얻어 은행재단에서 만든 '디캠프(D.CAMP)'가 대표적이다. 디캠프는 위워크보다 좀 더 실용적으로 운영된다. 다양한 창업자끼리 연결을 시켜주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통해 교육적 기능을 담당한다. 한국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리 잡은 데에는 디캠프의 역할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창업센터가 점차 특정 분야에 특화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 있는 '헤이그라운드'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사회적기업에 저렴한 가격으로 장소를 제공한다. 일종의 소셜벤처 협업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선 사회를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좋은 아이디어를 궁리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자극을 주고 받으면서 더 나은 사회적기업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교육부터 사업 지원까지 다양한 사회적기업 관련 정보도 퍼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 집단에서는 당연한 아이디어가 다른 곳에서는 너무도 충격적인 아이디어가 될 때가 있다. 창업센터가 바로 그렇다. 창업센터는 어떻게 하면 사업에 어울리는 아이디어를 찾고, 이를 현실화해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들에게 인터넷 지원은 물론 편안한 회의실, 서버 대여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복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모두가 창업할 필요는 물론 없다. 실제로 성공한 창업자는 사회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창업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공기’를 느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의 진원지에서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시야를 넓히다 보면,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해결책이 나온다. 창업센터는 기술뿐만 아니라 부동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적 네트워크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암묵지를 제공하는 혁신교육 공간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에서 현장감 있게 가르치지 못하는 창업에 대한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를 배울 수 있는 창업센터에 관심을 가져 봄 직한 이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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