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 따르지 않는 대학들, 양식 통일 필요성 커
기존 수입-지출 현황도 ‘제각각’…내년까지 개선 예정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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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입전형료 ‘투명성’을 높인다며 산정기준을 공개한다고 교육부가 ‘요란’을 떨었지만, 정작 공개된 데이터는 ‘중구난방’이기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누구나’ 대학 기본정보를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대학알리미 개설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처음으로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개된 대학별 입학전형료 산정 근거를 확인한 결과 공시 양식이 대학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6개 수당 항목과 11개 경비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내놓은 대학이 있는가 하면, 독자적인 기준으로 수당을 공개한 곳도 있었다. 대학별 현황을 비교할 수 없게 정보가 공시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전형료에 많은 공을 들인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대입전형료 산정기준의 모호함과 과다 책정 경향’을 지적하고, 대입전형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입장이 나오자 교육부는 25%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대학들을 압박, 결국 전형료 인하를 이끌어냈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에 관한 규칙(이하 입학전형 산정 규칙)’을 개정했다. 홍보비 지출 비용을 5%p 줄이고, 수당을 6개 항목으로 분류하는 등의 조치를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교육부는 대학들이 입학전형료 산정 기준을 공개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입학전형료 ‘수당’에 대한 산정 기준은 공개됐을 뿐 ‘전형료’ 산정 기준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해 입학전형료 수입과 지출명세만 확인 가능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입학전형료 수입, 지출 현황에 더해 입학 ‘수당’ 산정 기준은 확인 가능했다. 예컨대 논술고사를 하루 출제하는 비용은 얼마인지를 공개하는 식이었다. 

교육부의 요구는 수당이 아니라 전체 전형료 지출에 대한 예측 결과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전체 들어갈 비용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전형료를 정하라는 얘기다. 바뀐 규칙에 따라 대학알리미 정보공시 지침에도 전형료 산정근거에 대한 예시가 포함됐다. 

예시는 바뀐 입학전형 산정 규칙을 따랐다. 수당은 △출제 △감독 △평가 △준비·진행 △전형안내 △회의의 6개 항목으로 구분하고, 경비는 △홍보비 △회의비 △업무위탁 수수료 △인쇄비 △자료 구매비 △소모품비 △공공요금 △식비 △여비 △주차료 △시설사용료의 11개 항목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들은 이를 따르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권 주요대학들의 전형료 산정 근거를 확인한 결과 대다수 대학은 6개 수당과 11개 경비 항목을 제시한 반면,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등은 독자적인 양식에 따라 산정 근거를 공개했다. 연세대는 수당을 △전임교원 △전임직원 △비전임교직 △노임의 4개 항목으로 나누는 데 그쳤고, 서울시립대는 ‘입학전형료 예산지출계획’이라는 파일을 통해 외국인 특별전형 관련 자료만 공개했다. 한양대는 가장 상세하게 수당과 경비를 공개한 대학이었지만, 이 역시 독자적인 양식에 그쳐 다른 대학들의 현황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현황이 ‘제각각’인 것은 당초 교육부가 떨었던 ‘호들갑’과 거리가 멀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입학전형료 산정 근거를 공개하도록 한 것은 ‘전형료의 합리적 책정 유도’가 목적이었다. 대학마다 제각각인 수당이나 경비 등의 ‘단가’가 공개되면 대학들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학마다 다른 양식을 활용해 정보를 공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합리적 전형료 책정을 유도하겠다는 교육부의 목적은 이뤄지기 어렵다. 

대학가에서는 이처럼 대학별로 제각각인 정보공개가 이뤄진 것이 예견된 결과였다고 바라봤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알리미 작성 지침을 보면 6개 수당과 11개 경비 항목은 ‘예시’로만 제시되고 있다. 대학들이 이를 꼭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알리미에는 양식이 정해져 제시되는 것과 대학 자체 양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입학전형료 산정 근거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학알리미를 관장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대학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처음부터 대학들이 통일된 양식을 공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대학알리미 항목과 달리 ‘표’가 아니라 PDF 파일로 대학별 자료가 공개된 이유”라며 “현재는 대학들이 입학전형료 관련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일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대학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해 8월 나온 입학전형 산정 규칙에 따라 6개 수당과 11개 경비를 기준으로 지출 항목을 정해야 하는데 이를 공개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통일된 양식이 마련돼 대학별 비교가 쉬워지지 않고서는 비판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주요 대학 관계자는 “대학알리미는 학부모나 수험생 등 교육 수요자들도 손쉽게 대학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지금처럼 데이터를 공개해봤자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학들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정보를 공시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일된 양식은 전형료 산정 근거뿐만 아니라 기존에 공개되고 있던 입학전형료 수입과 지출 현황에도 적용할 것이 요구된다. 현재 입학전형료 지출 항목은 수시와 정시, 편입, 대학원, 기타 등으로 세목까지 전부 공개된 취합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지만, 수입 항목은 전체 납부 인원과 납부금액만 공개되고 있다. 수시·정시 등에서 얼마의 수입을 거뒀는지는 대학별 개별공시를 일일이 확인해야만 알 수 있어 수입과 지출을 일목요연하게 보기 어렵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 부분은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당장은 바뀐 양식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내년 지침 개선 사항으로 다뤄보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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