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가 기후변화 유발 요인’ 객관적 증거 제시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 세계 대도시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대도시가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주장의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대학교(총장 오세정)는 9일 정 교수와 美국립우주항공국(NASA) 공동 연구팀이 인공위성 자료를 이용해 얻어낸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 정량 산출 결과를 원격탐사 분야 학술지인 ‘Remote Sensing of Envvironment’에 지난달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상청 ‘기상지진 See-At 기술개발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가 인간 활동 등 인위적 요인을 통해 주로 배출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국가별 탄소 배출량을 기준을 분석하면 매해 늘어나는 탄소 배출량의 약 70%는 도시의 직접·간접배출에 의해 설명된다. 

하지만, 실제 대도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되는지, 도시의 직접적 기여가 얼마인지 등이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었다. 몇몇 대도시에서 지상관측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지만, 도시별로 관측 시스템이 달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정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대도시를 균등하게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도시별 기여도도 산출했다. NASA 최초 이산화탄소 관측 위성인 OCO-2(Orbiting Carbon Observatory-2)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측정한 자료를 통해 전 세계 대도시들의 이산화탄소 도시 증가량을 산출하는 방식을 썼다. 대기 수송을 통해 도시에 들어온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도시 지역에서 국지적 배출원을 통해 증가한 대기 중 농도를 산출하는 기법이다. 

대도시들을 분석한 결과 △LA(2.04 ± 0.91 ppm) △서울(1.47 ± 1.72 ppm) △광저우(1.48 ± 1.11 ppm) △테헤란(1.94 ± 1.54 ppm) △휴스턴(1.50 ± 0.72 ppm) 등에서 높은 증가량이 나타났다. 인간의 정주 공간이자 경제·산업 중심지인 도시가 기후변화의 직접적 요인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이처럼 대도시의 온실가스 증가분이 높다는 것은 도시지역에서 미세먼지가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유발 전구물질은 같은 탄소기반 물질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이산화탄소가 높다는 것은 기후변화와 대기질 모두에 함의를 가지고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 국가들은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해 통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는 올해부터 대기 관측 및 모델을 이용해 배출량을 산정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정 교수 연구팀의 연구물처럼 대기에서의 직접 증가량을 산출해 실제 배출이 얼마나 이뤄지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일본·유럽·중국 등은 독자 위성을 통해 정밀하게 온실가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내 탄소 배출 국가임에도 미국·일본 등의 위성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자료는 우리나라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있지 않아 활용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나라도 배출원 지역 지상 관측을 확충하고, 독자 위성 확보를 통해 면밀하게 온실가스를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